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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인력·업무·멘트까지 관리하는 공단”:
건강보험공단이 상담원 직접고용하라

4대보험 공단 중 건보 고객센터만 아직 직접 고용되지 못했다 2월 8일 공단 본사 앞 파업 집회 ⓒ조승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주차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공단 측은 여전히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3주간 파업으로 상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단 측은 ‘고객센터 업무는 공단의 핵심 업무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노동자들이 하는 일이 결코 부수적인 게 아님을 보여 준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각 지사로 콜을 전환해 놓고 있는 상태예요. 지사에서 일선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그 상담 전화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못하고 있습니다. 공단이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력이다. 그런데도 민간위탁 외주화로 인해 상담사들은 최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외주업체들이 직접고용을 반대하며 ‘회사의 자산을 국가에 빼앗길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돈벌이일 뿐임을 보여 준다. 민간위탁 외주업체들은 실적에만 눈이 멀어 상담사들을 채근하는 데만 혈안일 뿐, 서비스의 질과 공공성에는 관심이 없다.

김숙영 지부장은 말한다. “같은 걸 물어도 사람마다 정보를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처 방법이 달라요. 그래서 상담 업무의 교육이나 질 관리가 엄청 중요합니다. 그런데 외주업체는 상담의 질에 관심도 없어요. 계속 ‘전화 받아라’만 합니다.”

내년 7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2단계가 실시될 예정이라 상담 업무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2018년 1단계 개편 당시, 변경 사항에 대한 문의가 폭주해 상담원들이 어려움과 하중에 시달린 바 있다. 이런 혼란과 하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단이 상담 업무를 직영화해 교육과 운영을 책임지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상담원들을 관리·통제하는 실사용주다. “인건비만이 아니라 누구를 고용할 건지, 인력을 어떻게 얼마를 주고 어떤 업무를 할 건지, 하다못해 마무리 멘트까지 공단이 저희를 다 관리하거든요.”(김숙영 지부장) 따라서 노동자들이 공단 측에 직접고용,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공단 측은 고객센터 인력이 너무 많아서 직접고용이 어렵다고 말한다. 자기 책임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만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 인력이 다른 공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그만큼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4대보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제도다(2017년 기준 전 국민의 97.2퍼센트). 노동자들은 지금 인력으로도 업무를 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을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

공단 측은 이렇게 직접고용은 거부하면서, 언론에 처우를 개선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지적하듯, 지금의 외주화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처우 개선과 거리가 멀다.

김숙영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단이 얘기하지 않으면 [외주업체는] 코로나 상황에서 칸막이, 마스크도 제대로 해 주지 않는데, 업체에 맡겨 놓고 처우를 개선한다? 이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건 저희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만 보는 거예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이 난항을 겪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누더기로 만든 데다, 민간위탁 부문의 정규직화는 아예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용역업체와 민간위탁을 나누는 모호한 기준을 이용해, 공단 측은 고객센터가 3단계 전환 대상(민간위탁)에 해당한다며 전환 책임을 회피했다.

2월 16일 국회 환노위에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핑계 대며 건강보험공단 상담원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즉답을 회피했다.

정부와 공단 측이 정규직 노조의 반대를 핑계 대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이 모두 단일한 것도 아니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전화방’이라고 해서 공단에서 상담 일을 하셨던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분들 중에는 [고객센터가] ‘우리 업무지’ 그렇게 얘기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김숙영 지부장)

투쟁 속에서 노조 조직이 확대되고 활력도 늘어나고 있다.

“조합원들은 왜곡된 언론 보도가 나오면 나올수록 더 투쟁해야 한다며 오히려 더 다져지고 있어요. 대구 같은 경우는 조합원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지금 일주일도 안 돼 과반이 넘은 상태죠. 많은 분들이 노조에 들어오는 걸 보고 조합원들도 힘을 받고요.”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가 더욱 넓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