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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못 가고 하루 120콜:
‘진짜 사장’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고용하라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8일째 파업 중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월 1일 파업에 돌입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이 기세 있게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전체 노동자 1600명 중 절반이 넘는 조합원 940명이 전면 파업 중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공단 측은 비조합원과 일부 정규직을 동원해 응대율을 높이려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면 파업으로 인해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측이 직접고용을 위한 협상에 나설 때까지 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속하겠다며 투지를 드러내고 있다.

친사용자 언론들은 직접고용 요구가 과도하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될 자격이 충분하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그간 건강보험공단의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민간 위탁업체에 고용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 왔다.

건강보험공단 사측은 고객센터가 ‘공공성을 가진 핵심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보험료 부과·징수, 의료 급여, 건강검진 등 매우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상담이 없다면 공단 업무는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 모든 업무를 단 3분 내에 처리하면서 늘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 하루에 120콜 이상을 처리하면서도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했다.

이처럼 늘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노동자들은 거의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 2월 8일 발표된 건보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설문조사를 보면,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평균 휴게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가 90퍼센트 이상이었고, 10분도 안 된다는 답변도 33.7퍼센트나 됐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직접고용

이처럼 중요한 업무를 하는 상담사들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사실상 포기해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은 계속 투쟁해 왔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콜센터 문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을 제외한 4대보험 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모두 직접고용이 된 상황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우리만 남았다’며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파업 중인 인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진 못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집회를 하고 있다.

2월 8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조합원들이 모여 파업 집회를 열었다. 강풍이 불며 추웠지만,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의 활력이 넘쳤다.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8일째 파업 중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8일째 파업 중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손영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장은 직접고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임금 교섭을 민간위탁 업체와 다섯 번 하는 동안 업체가 아무런 제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공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진짜 사장이 누구냐, 공단인 것이죠. 또, 우리는 개인 정보를 많이 다뤄요. 그러면 그걸 민간업체가 아니라 공단이 직접 다루는 게 옳다는 겁니다. [공단에서 부여하는] 사번은 입사 이래 바뀐 적이 없어요. 사측은 출퇴근 관리일 뿐이라고 하지만 인사관리 하는 게 그 안에 다 있어요.”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파업을 하면 할수록 조합원들의 결의와 투지도 높아지고 있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생애 첫 파업 속에서 단결의 힘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파업 돌입 후 노조원 수가 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가입 문의가 오고, 조합원이 없었던 대구 지역에서도 단체로 가입했다고 한다.

김숙영 지부장은 상담 업무 직영화는 공공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4대 보험 공단 중 유일하게 전환이 안 된 사업장입니다. 우리는 전 국민을 상대하는 사업장이라서 공공기관 중 인원이 많은 편이에요. 또 개인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공공성이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공단은 인원이 많아서 직고용이 안 된다고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판단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 않은 거죠.”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취업 준비 청년의 기회를 빼앗는 것도, 공정성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김숙영 지부장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비정규직이 하는 일 중 가치 있는 일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놓으면 [청년이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 기회를 더 넓혀 나간다.”

공단 측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직접고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는 책임 회피일 뿐이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비롯해 실질적인 인사 관리를 책임지는 진짜 사장이자, 애초 비용 절감을 위해 중요한 공공서비스를 외주화한 건강보험공단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설 연휴에도 파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더 많은 연대와 지지가 모여야 한다.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8일째 파업 중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8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총파업 대회에서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규탄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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