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위기와 반윤석열 투쟁:
기층의 광범한 대중 투쟁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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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내분이 심각해지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원희룡은 한동훈을 상대로 사실상 윤석열·김건희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한동훈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원희룡은 자신처럼 노회한 기회주의자인 나경원과 반한동훈 연합에 합의했다.
그러나 경선 판세는 한동훈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실제로 한동훈이 이기면 윤석열의 정치적 위기는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국내에서 궁지에 몰린 윤석열은 지난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동행한 김건희는 북한 인권을 소재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왔다.
안보 불안을 빌미로 국내의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을 공격해 위기를 돌파할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권 바깥에서도 윤석열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7월 13일 야 6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새로운미래)과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군인권센터 등이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행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무더위 땡볕 아래 1만여 명이 모여 기세 좋게 도심 행진도 벌였다.
야당 대표자들은 해병대원 특검법의 재표결, 윤석열 특검, 한동훈 특검, 국정조사 등으로 맞서자고 호소했다.
같은 날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는 기세가 더 좋았다. 수천 명이 참가한 이 집회는 윤석열 탄핵으로 곧바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윤석열 퇴진 집회를 매주 주최해 온 촛불행동이 발의한 국회 윤석열 탄핵 국민동의청원은 140만 명을 돌파했다. 촛불행동은 7월 20일 대규모 전국 집중 집회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의 정치적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시점에서 열린 두 집회는 반정부 정서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런데 야 6당이 새로운 특검법, 국정조사 등 거의 의회 절차들만을 대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소심하다.
물론 현재 의석 구도에서 특검이 재의결되려면 적어도 10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여당의 내분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또다른 특검은 시간 낭비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지려면 장외 대정부 투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 의회 내 투쟁으로 수단을 한정하면 그렇게 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 될 것이다.
특검이 통과되면 윤석열을 직접 겨냥하는 투쟁은 지연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특검 수사를 개시하는 데만도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특별검사 추천, 추천자 중 대통령의 임명, 임명된 특별검사가 팀을 꾸리고 수사를 준비하는 기간 등 최소 한 달이 더 걸린다.
이 기간에는 특검 관련해 시간을 주고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특검의 수사가 진실을 속속들이 다 밝혀내서 윤석열의 결정적인 위법 사항을 찾아낸다는 보장도 없다.
재판에서 유죄 받아 내기는 또 다른 난관이다. 심지어 헌법상 기소 면책 특권 때문에 윤석열은 기소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특검을 통해 탄핵으로 가는 것은 거의 공상에 가깝다.
게다가 한동훈 특검 등 새 특검을 발의하면 법안 통과 절차를 또 거쳐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어서 실효성도 없다.
이미 윤석열·김건희의 책임이 드러나고 정권 지지도가 거의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왜 초점이 대통령실이 아니라 국회로 향해야 하는가?
정권이 채 해병 진상 규명을 필사적으로 가로막는 마당에 대중에게 정권 퇴진을 걸고 싸우자고 호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이 세월호를 인양해 참사 원인을 비교적 좀 더 규명하고, 정권 측 책임자들을 조금이라도 처벌하게 된 것은 세월호 특별법이 아니라 박근혜 퇴진 투쟁 덕분이었다. 이조차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의존으로 대중 투쟁이 소강상태가 되면서 그 성과가 훼손됐지만 말이다.
따라서 필요한 일은 의회적 수단으로 운동의 수단을 제한해 운동의 성장 가능성을 처음부터 제한하지 말고, 정권 자체를 정조준한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급 대중의 동원을 늘려 운동을 급진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좌파 정당들은 그들대로 그런 방향으로 운동을 키우지 않고 있다. 사회계급 문제인 채 해병 문제를 특검법 쟁취로 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진보 포퓰리즘의 한계
이른바 노란봉투법 투쟁도 노동자들이 독립적으로 대규모 거리 집회를 열고 연대 파업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혁입법 우위에 따라 민주당을 통해서 법 개정을 하는 것으로 흘렀다. 최근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도 민주당의 삭감 압력이 통했다.
전세 사기 대란 때도 수많은 노동계급 청년과 서민 피해자들을 결집시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 항의를 조직하기보다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다가 오히려 피해 당사자들에게 비난받는 수준의 입법을 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일부 개혁 입법에 의욕을 보이지만, 국민의힘과 기업인들의 합의를 얻어 내려면 애초의 요구를 삭감해야 한다고 개혁주의 정당들을 압박한다.
민주당은 이렇게 해서 개혁 염원 대중의 표도 얻으면서, (국민의힘과 달리 자신들은) 대중 저항을 달래서 기업인들을 위한 정치 안정을 도모할 역량이 있음을 입증하려 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와 일본 핵폐수 방류 묵인 등에 대한 반대 운동에서 앞장서 거리 집회를 주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집회들을 금세 흐지부지하게 이끌었다. 그 효과는 반정부 투쟁이 반제국주의 투쟁과 결합되는 만만찮은 저항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처음부터 약화된 것이었다.
민주노총·진보당·정의당 등 개혁주의 지도부들은 개혁 입법 선물을 해야 변화 염원 대중이 자신들을 (선거 등에서) 지지할 것으로 여긴다.
개혁주의 지도부들은 흔히 지금 같은 심각한 위기의 시대에 대중 전체에 개혁 성과가 적용되려면 경제 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정치 투쟁은 노동계급 일반의 투쟁을 고무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된 직업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책략과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진보 포퓰리즘) 노선에서는 개혁 입법이 대중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민주당과의 입법 공조의 결과물이 된다.
그럴수록 대중에겐 민주당과 노동조합, 좌파 정당들의 공조를 지지하라는 비자주성과 수동성이 조장된다. 그리고 좌파는 특정한 입법 쟁점에서 불가피한 전술적 공조 수준을 넘어서 민주당과의 전략적 계급 협력을 해야 한다는 압력에 노출되게 된다.
좌파 주류의 전통인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이처럼 의회주의와 계급 협력주의는 서로를 강화시켜 왔다.
지금은 아직 대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 위기의 심화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2024년 7월 20일 오후 4시 서울 시청역 8번 출구👉 7.20 윤석열 탄핵 청원자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