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적 좌파 활동가 기고:
운동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아래로부터의 주도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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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에서는 5월 1일 대규모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필자 드니 고다르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혁명적 좌파 활동가이자 인종차별 반대 운동 활동가다. 이 글은 19일경에 쓰였지만 5월 1일 투쟁을 준비하는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굳건하게 싸우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프랑스 운동이 끝날 것이라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4월 17일, 최루가스와 쓰레기 타는 매캐한 냄새가 파리·마르세유·렌·리옹 등 여러 도시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그것은 자유의 향기였고, 공식적 시위 호소가 없어도 시위대는 여러 도시에서 밤새 이리저리 요란하게 돌아다닌다. 파리에서는 새로운 구호, “우리는 여전히 굳건하게 싸우고 있다”를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17일 저녁에 에마뉘엘 마크롱, 그 독재자 대통령이 텔레비전에서 연설을 했다. 운동 진영은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기를 거부했고, 그 대신 프랑스 전역 정부 청사 건물 앞에서 냄비를 두들기는 행진을 조직했다. 여러 주거 지구에서 창문과 베란다에 나와 냄비를 두들기며 호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난 며칠 사이 운동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회나 국가기구의 힘을 빌려 연금 수령 연령 문제에서 이기는 것은 이제 무망하다.
14일 헌법위원회(헌법재판소)는 연금 개악법 통과에 대한 마지막 이의를 기각했다. 다음날 아침, 마크롱은 법 시행을 공표했다. 그 결과, 투쟁의 판돈이 아주 커졌다. 제도적 해법이 더는 남아 있지 않고, 현 대치 국면을 중재할 방안이 (적어도 당분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크롱의 연설을 듣기 거부했다. “우리는 여전히 굳건하게 싸우고 있다!”고 구호를 외쳤다. 그간 운동에서 득세했던 노조 지도부의 전략과 단절하겠다는 뜻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대중 파업을 이어가는 것도, 나라를 통째로 마비시키는 것도 반대해 왔다.
강 대 강으로 맞설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운동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정도로 행동 수위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말이다. 지배자들이 탄압 수준을 현격히 끌어올리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파업을 가다 서다 이어 왔던 부문들은 이제 동력이 소진됐는데, 투쟁이 충분히 일반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전략 때문에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는 경험이 억제됐고 그 탓에 더 급진적인 대안 지도부가 대두하기도 쉽지 않았다.
노조 지도부들이 한데 모이는 노총 간 합동회의에서 지금까지 제시한 것이라고는 5월 1일에 행동의 날을 한 차례 더 잡은 것뿐이다. 그러나 ‘행동의 날’을 새로 잡고, 또 그날 많이 모인다고 해서 과거 ‘행동의 날’들로 쟁취하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투쟁의 판돈이 더 커진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모든 혁명적 과정은 그 필요에 부응할 잠재력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특징이 있다. 운동 자체의 역동성에서 해법을 일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이 그런 추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종 부문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주도력을 발휘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20일에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기층에서 각종 행동 계획이 빠르게 수립되고 있다. 마크롱과 그의 장관들은 가는 곳마다 그들을 향한 시위, 냄비 두들기의 소음에 부딪히고 일부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전기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청년들이 거리로 더 많이 나서고 있다. 탄압이 거세지자 그에 대한 반응도 다양한데, 경찰을 향한 분노가 커지고 급진화가 이뤄지는 것도 그런 경우다. 상층에서 제시하는 전망이 부재한 것 때문에 아래로부터 주도력을 발휘할 필요가 커졌다. 그래서 격렬한 논쟁을 낳고 있는데 혁명가들은 그런 논쟁을 더 고무하고, 그 수준을 끌어올리고, 그 폭을 더 넓혀야 한다.
운동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크롱 일당은 운동을 분열시키려 한다. 17일 연설에서 마크롱은 이주민을 향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을 부추겨서 국가기구를 향한 충성심을 다시 끌어내려는 수작이다.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은 5월 1일 르아브르에서 전국 집중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르아브르는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노동자 운동의 아성이자 중심지인 도시 중 한 곳에 속한다.
운동은 국민연합에 맞서야 하고, 이것도 노조 지도자들이 그어 놓은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연금·민주주의·경찰 문제뿐 아니라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무르게 대응한다.
반면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이주민 연대 운동과 만날 수 있다. 4월 29일 전국적으로 이주민 연대 시위가 예정된 것은 그런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5월 1일 르아브르에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동원도 예정돼 있다.
운동이 접어든 새 국면은 이전 국면들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더 크다. 수십만 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급진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혁명적 지도부가 새로 등장하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지도부를 건설하려면 실천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하는 것, 현 국면에서 주장과 주도력을 검증받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