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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임박:
일본 내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짜맞추기식 억지 보고서 발표도, 미국 바이든 정부와 한국 윤석열 정부의 방류 지지도, 핵 오염수 방류에 관한 평범한 사람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알프스로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알프스는 일종의 정수기처럼 작동하므로 필터 구실을 하는 장치에 방사성 물질이 다량으로 흡착된다. 그런데 이처럼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충분치 않아 4년 뒤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공간 확보를 위해 이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려면 건조시켜야 하는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너무 높아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오염수 방류로도 후쿠시마 사고 현장의 오염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전국어업연합회와 후쿠시마현어업연합회는 6~7월에 연달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 뒤 경제산업성 장관 니시무라가 후쿠시마 어업인들을 상대로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득에 재차 나섰지만 퇴짜를 맞았다. 부흥청의 수장은 후쿠시마 인근인 미야기현의 어업협동조합장을 만났지만, 역시 설득에 실패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어민들이 반대하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최근에도 관방장관이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언한 바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7월 17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해안을 따라 행진을 하고 있는 일본 시민들 ⓒ출처 uneriunera

일본 입헌민주당·사회민주당·레이와신센구미 소속 의원 8명은 방류 계획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일 의원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일본인 교수들은 일본 정부가 IAEA 보고서를 “보증서처럼 쓰려고 하는” 것을 공개 비판했다.

오염수 방류에 관한 논란이 국내외에서 계속되자 일본 내 여론도 오염수 방류에 좀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7월 14∼1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 정부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0.3퍼센트나 됐다. 방류를 강행할 경우 어민들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87.4퍼센트에 달했다. 기시다 정부 지지율은 34.5퍼센트로 지난달에 비해 6.5퍼센트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기시다는 어떻게든 어민들의 동의를 구해 여름 안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에 걸린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이해관계

기시다 정부는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오염수 보관에 소요될 막대한 재정을 절감하려 할 뿐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침체된 일본 핵산업을 재활성화시키고자 오염수 방류를 추진해 왔다.

특히 재무장을 추진하는 일본 지배자들은 핵산업에 찍혀 있는 부정적 낙인을 벗어던지려 한다. 핵산업은 해외에 에너지원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 지배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연료와 원천 기술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국내 핵발전 확대 정당화를 위해 이에 적극 협조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 내 핵 오염수 반대 운동은 두 달 넘게 이에 맞서 왔다.

반대 운동은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일본 내 반대 목소리를 자극하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가령 일본 어민들은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벌어질 경제적 피해 가능성에 민감하다.

그 효과로 지금 기시다 정부는 곤란을 겪고 있다. 방류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태풍이 잦아지는 계절이 되면 그 곤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또 가을에는 도호쿠 지역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기시다가 그 전에 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8월 12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그전에도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기로 했다. 50주째 이어진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매주 이어가고 있다.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핵 오염수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

윤석열의 방류 옹호는 한미일 동맹뿐 아니라 한국 핵산업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단순히 일본 기시다 정부만을 위한 변호론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한국과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지배계급도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핵발전에 반대하는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그런 운동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독일에서는 메르켈 정부의 핵발전소 계속 운영 계획을 좌절시켰다. 한국에서도 탈핵 운동이 크게 일어났고 운동의 여파로 여러 단체들이 설립됐다. 녹색당 창당도 그 일부였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나마 ‘탈핵’을 추진하겠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한 데 이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18일 보고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방향에서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비중)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명이 다 된 핵발전소 10여 기도 계속 가동하려 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신청한 데 이어 6월 30일에는 한빛(영광) 1~2호기 수명 연장도 신청했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 핵발전소 수출도 계속하려 한다.

기시다와 마찬가지로 윤석열도 해외 에너지 의존율이 높은 한국에서 핵발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 공급원이라고 여긴다. 핵무기 보유를 향한 열망도 숨기지 않는다. 핵발전소 수출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지정학적 전략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핵발전의 치명적 위험을 보여 주는 후쿠시마를 대중의 기억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눈앞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지금 한미일은 각자 그리고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종의 증거 인멸을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주들의 이윤과 제국주의적 경쟁을 위해 추진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막아야 한다. 안전한 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