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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도 반대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한·미 정부는 도대체 왜 지지하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고 한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 사고가 났다. 냉각 기능이 마비돼 핵반응이 폭주했고 핵연료는 반응로를 녹이고 지하로 흘러내렸다. 이른바 ‘멜트다운’ 사고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열과 방사선을 내뿜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를 식힌 냉각수, 빗물, 지하수 등이 섞여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철제 저장 탱크에 보관해 왔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면 저장 탱크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그 전에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녹아내린 연료봉을 회수해 격리하는 작업이 2051년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시작도 못 했다. 그때까지 최소 28년 동안 계속 오염수가 나올 것이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연료봉 회수 작업에 진척이 없어, 폐쇄 과정과 오염수 방류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들어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두 차례 처리하면 사실상 깨끗한 물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LPS의 처리 성능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현재 ALPS로 한 차례 처리하고 보관 중인 오염수 130만 톤의 약 70퍼센트가 해양 방류를 위한 일본 자체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한일본대사관)

ALPS로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걸러내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가령 삼중수소는 ALPS를 거쳐도 걸러내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로 ‘희석’한다고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물에 녹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금 같은 게 아니다. 각종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는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고 결국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삼중수소는 적은 양이라도 인체에 오래 남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뼈에 축적돼 백혈병을 유발하는 스트론튬의 경우 오염수 평균 농도가 기준치의 111배에 달한다.

방류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고 결국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출처 Greg Webb / IAEA
앞으로 최소 28년 동안 오염수가 계속 나올 것이다 ⓒ출처 도쿄전력

이런 위험성 때문에 후쿠시마 현지의 어민들과 주민들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 국민의 51.9퍼센트가 오염수 방류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로 가닥을 잡은 것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털어낼 기회가 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경제연구센터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를 저장하는 데에만 매년 1조 8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2021년까지 핵발전소 폐쇄, 피해자 손해배상, 오염 지역 정화 등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처리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138조 300억 원이다. 지금대로라면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이상 이보다 훨씬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지난 10년 내내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며 국내외의 동의를 구하려 했지만 거듭 반대에 부딪혀 좌절해야 했다. 특히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어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고 국제 핵물질 규제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미국의 동의가 핵심적이었지만, 미국 정부는 2019년까지 이에 관해 답변을 회피했다.

그런데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의 핵심 동맹인 일본의 구실을 강조하는 상황이 되자 일본은 지금이 그 동의를 구할 적기라고 여긴 듯하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7년까지 방위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인세·소득세·담뱃세 인상도 논의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핵폐기물 처리에 매년 수십조 원을 ‘낭비’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미국 정부는 2021년부터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수산물은 ‘방사성 핵종 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면서도 말이다.

방사능 오염수 방출 결정에 항의하는 일본 반핵 활동가들 ⓒ출처 sayonara-nukes.org

이해관계

최근 일본 〈교도통신〉은 윤석열이 3월 17일 일본 정계 인사들을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철폐에 대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윤석열이 일본측 인사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형식적으로는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승인 결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도 ‘불공정’ 무역 규제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IAEA는 2020년 무렵부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정부는 IAEA의 입장을 근거로 오염수 방류를 묵인·옹호하려 한다.

그러나 IAEA의 승인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IAEA는 일본 측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적 관행에 부합한다’고 하지만 이는 ‘국제적 관행’이 얼마나 엉망인지 보여 줄 뿐이다. 인체에 안전한 기준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다 하는 짓이라는 얘기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회원국인 태평양도서국포럼은 독립적 과학자 자문단을 구성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도쿄전력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 전문가’의 판단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자신도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은 국내에서 핵발전소를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체코 등 해외에도 핵발전소를 수출할 계획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계획은 사실상 기후 위기 대응을 안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또 궁극적으로는 한국 지배자들도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한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지원해 핵발전소를 늘리고 심지어 ‘수명 연장’ 조처를 취하는 것도 핵발전소가 핵무기 원료와 처리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합법적으로 발전시킬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주들도 핵발전을 유지하는 게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긴다. 특히 지금처럼 석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의 가격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핵발전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엄청난 자본을 투자한 핵발전소와 그 기술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핵발전을 유지·확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그 여파는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것을 통제하는 일이 왜 불가능한지 보여 주는 생생한 증거다.

따라서 핵발전을 늘리고 유지하려는 각국 지배자들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이참에 후쿠시마 사고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게 해야 방사성 물질이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다는 인상을 재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유지·확대하려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려 한다 ⓒ이미진

반제국주의

국내 진보·좌파 세력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이를 묵인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 왔다.

그런데 다른 한일 외교 문제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가 “굴욕 외교”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정의당과 진보당은 윤석열 정부가 “무능·굴종 외교”를 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국 지배계급의 관점에서는 핵발전을 통한 저렴한 전기 공급과 핵무기 보유 가능성 증대 등은 이익이다. 윤석열은 이를 고려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는 것이다. 일본에 무기력하게 ‘굴종’하는 게 아니라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따진 ‘선택’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굴욕’, ‘굴종’을 강조하는 관점은 이런 점을 놓칠 수 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전임 문재인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른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 공약을 지키지도 않았고, 민주당은 집권 후반에 아예 자신들이 ‘탈핵’을 추진한 적 없다고 돌아섰다.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을 공격하려고 민족주의적·포퓰리즘적 언사를 늘어놓지만, 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마찬가지다.

저마다 제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한미일 지배자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한미일과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지배자들에 맞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어떤 기구인가?

IAEA는 핵무기를 위해 태어났다.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해 각각 20만 명과 14만 명이 죽었다. 핵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각국 지배자들은 핵 경쟁을 시작했다. 1949년에는 소련이, 1952년에는 영국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핵무기를 독점할 수 없게 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개발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1953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설립을 제안했다.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술협력 및 감시’라는 명분을 댔지만, 실제로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들에 핵기술을 지원하며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소련을 견제하려는 시도였다.

현실에서 IAEA는 미국이 자국의 핵무기와 그 원료 제조 공장인 핵발전을 정당화하고, 타국의 핵무기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였다.

창립 이후 IAEA를 주도해 온 미국은 2023년에도 IAEA의 정규 예산을 가장 많이 분담하는 나라다(25퍼센트). 일본(7.7퍼센트)도 중국(14.5퍼센트)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예산을 분담하는 나라다.

IAEA 설립을 제안한 이듬해인 1954년, 미국은 태평양 중부의 비키니 환초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벌였다. 그 위력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1000배에 달했다. 일본의 과학자이자 반핵 운동가인 이토우치 사케루는 이 실험으로 수많은 피폭자가 발생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반핵 정서가 커지자 미국은 ‘핵기술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일본에 핵발전소 도입을 서둘렀다고 지적한다.(《과학자가 경고하는 원자력발전의 진짜 문제: 핵을 넘다》, 나름북스, 2017)

IAEA는 미국이 ‘불량 국가’로 지목한 이란·이라크·북한 등에 핵개발 사찰 압력을 가하는 기구였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이 사찰에 응한 뒤에도 미국과 IAEA는 거듭 새로운 핵무기 의혹을 제기하며 이 나라들을 악마화했다. 반면 IAEA는 중동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문제삼지 않아 왔다. 또 IAEA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핵무기 보유를 허용한 인도를 사찰 대상에서 제외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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