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동시다발 집회: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 못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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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피해자대책위)와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사회대책위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서울 국회 정문 앞과 부산역 광장, 대전 갤러리아 앞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빚에다가 빚을 더 내라는” 누더기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애초 약속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쥐꼬리만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저는 대출 없이 제 자산으로만 전세 계약을 했는데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경매 낙찰이었습니다.
“낙찰을 받는다고 해서 그게 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에요. 그나마 낙찰을 받아야 다음 주거를 준비하는 데 좀 낫겠더라고요. 그래서 낙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출이 안 된답니다. 분명 특별법에는 낙찰을 받으면 낙찰 가격 100퍼센트를 대출해 준다고 했는데 안 된답니다. 특별법 이전에 대출받을 때 필요한 조건들을 다 갖춰야지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이건 특별법이 아닌 거죠.”(안상미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
정부가 피해자들을 먼저 구제하고 임대인들에게서 비용을 회수하도록 하는 ‘선구제 후회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정부·여당은 “혈세” 운운하며 특별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피해자들이 그 돈과 이자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힘들어 하는 국민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이 중에는 너무나 힘들고 기댈 곳이 없어 스스로 생을 달리하신 분이 여덟 분이나 계십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장관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검경은 전세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 전세 사기를 치면 20년 감옥 갈 것.’ 네, 정부와 각 부처에서 응답해야 할 일들입니다.
“그런데 가해자 처벌 말고 피해자 구제는 어떻습니까? 벼랑 끝까지 내몰린 피해자들에게는 어떤 다짐이 있으십니까? 국민의 혈세로 사기꾼들의 배를 불려 줄 수 없다고 하셨나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외 변제로 사용되는 돈도 혈세 아닌가요? 부동산 PF에 지원한 25조 원도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돈인가요? 모두 다 같은 국민들의 혈세인데, 도대체 왜 전세 사기만 개인 간의 거래로 치부하며 정책 실패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가해자 처벌만 운운하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이재호 경기대책위 위원장)
대부분 젊은 청년 노동자들인 피해자들에게 1년 넘게 이어진 이 상황은 숨 막히고 절망적이다 못해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빚은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금리는 치솟는데 그 절망을 안겨 준 집은 관리도 안 되고 떠날 수도 없는 감옥이 돼 버렸다.
“저희 집은 벽에 금이 가고 있고 각종 벌레에 시달리고 있어서 급한 대로 시멘트를 사서 부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감옥에 있는 집주인이 나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중소기업 청년 자금 대출을 받았습니다. 회사를 다니지 못하면 바로 전 재산을 날리는 건 물론이고 대출금도 상환해야 합니다. 아파도 출근해야 되고 힘들어도 골칫거리 집에 돌아와야 되고 쉴 틈 없이 알바를 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알바 자리도 적어서 쉴 틈 없이 인터넷 페이지를 뒤지면서 생활합니다.
“그런데 국가는 반지하라 매입도 안 해 준다고 합니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은 중소기업 [노동자] 중에서도 소득이 낮은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존재하는 대출인데 청년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게 하고 그렇게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겁니다.
“이 대출은 나라에서 개입합니다. 은행도 개입합니다. 서류도 엄청 내야 하고 심사 거쳐서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 줄 때는 그렇게 하더니 그 다음은 제 명의라며 다들 나 몰라라 하시는 겁니까?
“저는 집주인이 저도 모르는 새 바뀌었습니다.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았는데 집주인은 바뀌어 있었고 돈이 오고 갔으면 은행은 알았을 거고 서류 이전 과정에서 정부는 몰랐을 리 없습니다.”(서은하 강서구 피해자대책위원장)
그 사이에 또 한 명의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고통에 못 이겨 이달 초 숨을 거뒀다.
집회 참가자들은 희생자가 생전에 집회에 참가해 정부를 규탄한 연설 영상을 보며 고인을 기렸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 박상우는 최근 피해자들이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며 피해자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정부·여당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를 무력화하려고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또 차일피일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살인적인 이자와 불안정한 삶,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오히려 여러 계단 아래로 추락한 데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약점과 허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이 제출한 개정안이 입법되길 바란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경감되려면 개정안 통과에 더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조처들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싸워 나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