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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
정부가 한발 양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정부·여당이 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이 합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공공임대로 10년간 무상 임대하는 것이다(추가 10년은 유상 임대).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공공임대 거주를 하지 않고 경매에서 LH의 감정가와 실제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액)을 받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애초 정부는 “혈세 낭비” 운운하며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지난 2년여간 피해자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많은 피해자가 손해를 떠안으며 각자도생해야 했다.

정부의 미온적 대처 속에 지난 2년간 피해자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미진

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서 피해자를 일부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 안을 5월에 내놓았는데, 4월 총선 패배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표출된 상황에서 불만을 달래기 위한 양보 조처로 제시된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피해 구제가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많다. 또, 피해자 구제에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다.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 장선훈 위원장은 이번 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서 최선일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좀 많이 아쉽다” 하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대전 대책위가 자체 추산해 본 결과, 낙관적으로 잡아도 후순위 피해자(대전 지역은 압도다수가 다가구 피해자)의 경우 “피해 보증금의 20퍼센트가량을 구제”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80퍼센트는 날린다는 의미다.

그러는 동안 집에 근저당을 잡아 놓은 선순위 은행들은 이자까지 꼬박꼬박 받으며 경매 배당을 받을 것이다. 장 위원장은 “은행들이 배당 받는 근저당에 대한 이자만 뺀다 하더라도 피해 변제율은 20퍼센트가 아닌 30퍼센트 이상으로도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죄 없는 피해자들에게 피해가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보증금을 포기하더라도 10년간 공공임대주택에 무상 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실질적인 혜택일 텐데, 장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일단 공공임대 주택의 컨디션이 솔직히 복불복이에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컨디션이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낫다면 분명히 불만이 없겠죠.

“그런데 좋은 컨디션의 공공임대 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10년이라는 기간에 결혼해서 세대수가 두세 명 늘 수도 있고요. 이 경우 원하는 공공임대 지원이 가능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다수가 20~30대 청년인 만큼 10년 공공임대 무상 거주가 보장되려면 원룸 수준의 주택이 아니라 더 나은 공공임대 주택 제공이 필수적이다.

사각지대

개정안의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난 2년여간 이미 상당수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셀프 낙찰’을 받거나 큰 손해를 보고 집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이미 경매가 끝난 피해자들에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피해자 실태 조사를 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중 7퍼센트가 경매가 끝난 상황이었고, 63퍼센트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당시 조사로부터 거의 1년이 됐으니 경매가 완료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가 상당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피해 주택 최소 54채가 낙찰됐다. 피해자들이 경매 유예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 받을 수 없어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외국인 피해자는 전체의 1.5퍼센트가량 된다.

이 외에도 개정안에는 모호한 측면이 많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LH의 감정가와 낙찰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피해자들에게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공정하게 잘 진행할 것’이라고 답할 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LH가 피해 주택을 실제로 얼마나 매입할지도 물음표다.

만약 경매 절차를 통하지 않고 LH가 직접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한다면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시장 원리 내에서 정부 지원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의 선 구제, 후 회수 안도 시장 가격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안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다. 다 잃게 된 피해자에게 30퍼센트의 최소 보장을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반면,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 2년간 합의한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액은 5년간 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8월 초에 정부는 건설사 지원을 위해 22조 원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너무 뒤늦고, 여전히 부족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과 크게 대조된다.

정부·여당과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22대 국회 첫 여야 합의의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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