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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하다
피해자 고통 외면하는 정부를 규탄하다

하반기 들어 수원,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더 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만 최근 9000명을 넘었으니 전국적으로 족히 수만 명이 전세 사기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마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실상은 많은 피해자들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상반기에 전세 사기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이 법은 다수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이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2월 5일(화) 저녁 7시 30분 피해자들은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서울,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에서 집회가 열렸고 총 800여 명이 참가했다.

300여 명이 참가하고 행진한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전국 곳곳의 집회에서 피해자들의 생생한 사연과 함께 정부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저와 남편은 이제 겨우 28살, 31살이고 올 2월에 갓 결혼한 신혼부부입니다. 저희 부부는 내년 초에 예쁜 아기를 가질 계획을 했고, 내년 4월에 이 집 계약이 만료되면 전세금으로 넣어 둔 저희 목돈을 보태어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아기 계획은 꿈도 못 꿀 남의 이야기가 됐고, 그저 평범한 삶을 동경하는 처절한 신세가 됐습니다.”(대전의 전세 사기 피해자)

“정부에서 시행하는 특별법을 아무리 들여다 봐도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은 없습니다. 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아닌 저희가 모든 걸 책임지고 변상해야 하는 걸까요? 왜 피해자인 저희가 사기꾼들의 세금까지 갚아야 하나요?”(전세사기·깡통전세 수원화성대책위원회 위원장)

“은행은 돈만 있으면 주변에 누가 죽든 말든 상관이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입니다. 은행은 2023년 1~3분기 당기 순이익 19조 5000억을 벌어들였습니다. 은행들이 돈잔치 하는 돈은 사기당한 피해자들의 고혈임을 잊지 마십시오. 정부와 은행은 모든 피해를 피해자들에게 전가하지 마십시오.”(수원 지역의 피해자)

“전세 사기는 사인 간의 거래라고, 국가는 이 문제에 개입할 일이 없다고 한 정부·여당은 우리를 계속해서 버려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판을 깔고 키우지 않았습니까? 전세 사기를 주선하지 않았습니까? 전세 대출 보증을 서고,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도록 활성화했던 것은 정부입니다.

“IMF 때 그리고 2008년 위기 때 금융 기관들, 건설사들 보증을 서지 않았습니까? 그건 투자 실패고, 사업 실패였는데, 저희는 투자를 한 것도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살아가려 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호를 못 받고 있습니다.”(서울 집회에서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대전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하고 도심 행진을 했다. 대전에서는 피해자의 90퍼센트가량이 경매도 진행할 수 없는 다가구 피해자들이라 기존 특별법에서 거의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기자와 인터뷰한 대전 전세사기 대책위 장선훈 부위원장은 집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발언 중에 우시는 분도 많았어요. 다 같이 한 번 더 버텨 보자, 이번 보완 입법을 주의 깊게 보면서 우리가 요구할 것은 지속적으로 요구하자고 의지를 다지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특별법에 선구제, 후회수를 [포함시키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어요. 또, 정부의 과실이 명백하고 이를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피해자 확인 작업을 계속 해 나가며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가 전수조사라든지 피해자 선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피해 의심 시민이나 피해자인데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대책위에서 그분들을 규합시켜서 인원 점검을 하고, 그것을 시와 지자체 정부에 알리는 역할을 계속 할 거예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12월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도 특별법 개정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지원 정책을 확대하려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적 행동과 연대를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정선영
부산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인천 제물포역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수원역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피해자 집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메세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서울 국회 의사당 앞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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