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특별법:
미흡한 개정안조차 거부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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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윤석열은 하루도 안 돼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세 사기의 고통을 오롯이 홀로 짊어져야 하는 피해자들이 벌써 여덟 명이나 유명을 달리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또다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이번에 거부된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던 선구제·후회수가 일부 반영된 안이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보장하는 방안은 아니었다.
전세 보증금을 먼저 구제해 준다고 하지만 시세대로 평가해 지급하는 것이라 깡통전세에 거주 중인 다수 피해자들은 여전히 큰 손해를 봐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 경매를 할 경우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후순위 피해자들은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이 턱없이 적어서 최대 70퍼센트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날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미흡한 개정안조차 거부한 것이다. 전세 사기는 사적인 거래에서 생긴 사기 피해이므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부실 부동산 PF에는 수십조 원의 혈세를 지원하면서, 정부의 잘못된 주택 정책으로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게 된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형평성 운운하며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게는 기업의 이윤만이 관심사이고, 서민과 노동계급의 주거권은 우선순위에 없는 것이다.
전세 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약 1년 만에 정부가 인정한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는 무려 1만 7000가구가 넘는다. 이것도 한 임대인에 대한 다수의 피해 주택이 입증돼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한 경우다.
지원이 너무 적다 보니 아예 피해자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제 피해자 수는 수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대전, 수원 등 곳곳에서 집단 전세 사기 피해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진정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려면, 국회의 눈치를 보며 요구를 삭감함으로써 운동의 동력을 축소시키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정부가 온전히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대중적인 운동을 크게 건설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더 개선된 대책을 위해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