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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유죄, 이재명 기소:
대북 송금을 둘러싼 윤석열 정부의 공격에 속지 말라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불법 대북 송금과 뇌물 수수 혐의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 벌금 2억 5천만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검찰은 형량이 적다고, 이화영 측은 유죄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화영 재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소·재판과 직결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건을 우파에 유리하게 악용하고 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검찰은 이화영이 연루된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돈을 쌍방울이 대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부(재판장 신진우)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기초해 이재명을 제3자뇌물죄로 기소했다.

쌍방울이 이재명에게서 그 대가(사업상 특혜)를 받기 위해서 이재명이 아닌 제3자(북한 노동당)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명에게 부패와 친북 혐의를 모두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검찰이 이재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대북 송금 대납 혐의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영장실질심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 후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대북 송금의 성격이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송금의 성격 규정 부분에서 “~로 보인다,” “ [김성태가]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서술어가 늘어난다.

이재명과 쌍방울의 유착 의혹은 쌍방울그룹이 이재명의 경기도지사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변호사비를 대납해 줬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사라지고, 대북 송금 대납 의혹으로 쟁점이 바뀌었다.

지금 이화영·이재명·민주당이 재판에 반발하는 핵심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쌍방울 회장 김성태 등 재판 핵심 증인들이 재판 도중 진술을 변경했고 검찰이 이 증인들을 회유한 정황이 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재명이 아니라 쌍방울 그룹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국정원 보고서의 증거 능력을 재판부가 무시한 것이다.

탐사 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5월 국정원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북한 측 인사와 사전에 모의했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익금도 북측과 나누기로 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대책을 세웠다.

이처럼 판결만이 아니라 재판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법원은 이화영 1심 재판부에 이재명 재판을 배정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비밀 외교에 대한 노동계급 국제주의의 입장

검찰과 재판부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김대중 정부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행한 대북 송금 사건과 동일시하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이 요구한 돈을 보냈고, 그 상당 부분을 현대그룹이 대납했다. 현대그룹은 그 대가로 금강산 관광 등에서 남북 경제협력 우선권을 챙겼다.(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수용으로 이들 다수가 처벌받았다.)

국가와 지배계급 정치인들이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 국제 사안을 대중 몰래 비밀 외교로 처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당장 윤석열의 대미·대일 외교, 노무현·이명박의 한미FTA 협상, 이명박의 소고기 수입 협상, 박근혜의 위안부 문제 강제 종결 협상 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간접적 무기 지원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남북 간 막후 교섭도 역사가 길다. 박정희·전두환 등 냉전 독재정권이 대북 비밀 특사를 보냈다. 공안 탄압을 벌이던 이명박 정부도 뒤로는 대통령실장을 시켜서 북한 정부와 몰래 접촉해 정상회담을 타진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1996년 총선에서 이기려고 김영삼 정부 관리들이 북한 군부와 관료들에게 돈을 주고 판문점 총격 사건(이른바 ‘총풍’ 사건)을 일으키도록 사주했던 일이다.

지배계급이 비밀 외교와 뒷거래를 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대중에게 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에게만 이로운 일을 대중에게도 이롭다고 마냥 속이기가 힘들 때 지배자들은 비밀 거래로 대중을 속인다.

그래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늘 지배계급의 비밀 외교를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진실을 폭로하려고 해 왔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정부가 맨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러시아·영국·프랑스 등의 비밀 협정(전쟁 승리 후 독일 등을 나눠 가지자고 합의한)을 공개한 것이었다. 그때 레온 트로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농민 정부는 온갖 음모와 밀서, 거짓말이 난무하는 비밀 외교를 철폐했다. … 우리에게는 숨겨야 할 것이 전혀 없다.”

이런 조처는 독일 등 제1차세계대전의 교전 상대국 노동계급에게 러시아의 혁명적 노동계급이 국제주의적 연대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국제 노동계급에게 전쟁의 성격에 관한 진실을 알리고, 러시아 혁명 정부가 교전 상대국 노동계급의 편이며 러시아나 독일 지배자들의 편이 아님을 보인 것이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하마스가 참여한 휴전 협상은 협상 과정이 비밀인 것은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부패한 중동 지배자들이 중재하고 미국·이스라엘과 타협해야 하는 휴전 협상으로는 평화도 독립도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원칙은 이처럼 분명하지만, 구체적 조건을 따지지 않고 각각의 외교 행위를 다 똑같이 취급하지는 않는다. 가령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비밀 협상이 ‘총풍 거래’와 똑같을 순 없다.

반면 이명박과 박근혜가 2012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을 지지할 수는 없다. 2012년 고조된 안보 위기 국면에서 우파는 그 대화록을 친북 마녀사냥 분위기 조성에 써먹었다.

이처럼, 대중에게 비밀인 외교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지지하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쟁점에선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행위 주체를 구별하고, 목적과 수단의 객관적 효과를 따지는 것이다.

이재명·이화영이 대북 막후 교섭을 시도한 2019년 여름은 그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파탄난 결과로 남북한 간에도 긴장이 다시 조성된 상황이었다. 이런 때 남북 간 평화적 교류 협력을 증진시켜 긴장 완화에 일조하려 한 시도를 추상적·도덕주의적으로 규탄하는 것은 분별없는 일이다.

법적 유죄 여부는 전혀 별개이다. 진정한 평화는 보수적인 기성 질서를 지키는 준법에서 오지 않는다.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이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파의 기를 살리고, 최대 정적을 제거하고, 개혁과 평화 염원을 김새게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