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화전양면 전략과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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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이 윤석열에게 채 상병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런 행동은 총선 후 윤석열에게 타협적 태도를 보인 이재명 대표를 뜻하지 않게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모두가 “그럼 그렇지. 윤석열은 안 변한다”고 결국에 평한 영수회담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을 도울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실제로 민주당의 도움으로 국민연금이 개악될 뻔했다. 민주당은 재개된 일본 핵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대중 행동을 이끌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윤석열이 반발할 채 상병 특검을 통과시켰다.
이재명은 지배계급의 신뢰도 얻으면서 동시에 개혁 염원층의 지지도 유지하려고 ‘화전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 제스처는 윤석열이 마치 개혁을 위해 설득될 수 있다고 광범한 대중을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다. 그리고 윤석열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미련한 짓이다.
윤석열의 집권 2년 기자회견과 인사 조처를 보면, 달라지기는커녕 개악 공세 태세만 드러냈다.
이러니 윤석열 퇴진 촛불행동 등 민주당에 우호적인 운동 일각과 당내 초선 일부에게서 이재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러자 이재명은 민주당 몫인 국회의장 경선에서 최측근들인 정성호와 조정식이 사퇴케 하고 사실상 추미애를 지지했다. 친명 독식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것이다.
또, 네이버 지분 매각 문제로 정부 비판을 늘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을 강탈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일 애국주의로 지지 세력을 다시 묶어 세우려는 것이다.(관련 기사: 👉 라인 사태는 한·일 간 협력 속에서도 긴장이 있음을 보여 준다 — 네이버 노동자들의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한 달 전 총선에서 확인된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에는 계급적 불만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생활비 압박에 대한 불만이 컸다. 그러므로 지금은 여권의 약화를 이용해 사회경제적 요구를 내놓고 그런 투쟁들을 칭찬·격려할 때다.
그런데 이재명의 반일 애국주의에 담긴 국민적 단결의 메시지는 이런 투쟁들(특히 계급투쟁)을 흐리는 효과를 낸다.
윤석열과 맞서면서도, 노동계급 대중의 불만이 계급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우파 정부하 야당이므로 노동운동과 좌파가 간혹 일부 사안에서 전술적 공조는 하더라도 절대 전략적 공조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동계급의 고유한 요구와 방식으로 싸우는 정치가 매우 절실하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협력한 진보당이나 독자 출마한 정의당이나 그런 과제를 흐리고 회피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촛불행동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들이 일부 보였다.
촛불행동이 영수회담 개최 합의 직후 이재명을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구호였다.
촛불행동은 탄핵 투쟁 대상인 윤석열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 영수회담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게 잘 되라고 덕담을 건네는 일 등이 모두 총선 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이재명을 비판했다.
그런데 혼란스럽게도 촛불행동은 영수회담 후에는 이재명의 화전양면책을 칭찬했다.
대신 촛불행동은 이재명 최측근 정성호를 ‘수박’(민주당 보수파를 가리키는 은어)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는 이재명의 오랜 친구로, 주로 민주당 주류와의 불화를 해소하는 구실을 맡아 왔다.
퇴진 집회(팻말)에서 나온 항의는 이런 비판조차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일부는 급진적이지만, 윤석열 퇴진 운동을 민주당 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 전부가 단순히 민주당이나 이재명 지지자들인 것은 아니다. 2022년 10만 명 규모로 집회가 커진 후에는 늘 그랬다. 화물연대 파업, 건설노조 투쟁 등이 환영받았던 이유이다. 초기에는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의 합류를 기대하는 정서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의 좌파 단속 시도는 촛불행동 지도부가 가진 전략의 약점 때문에 교정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촛불행동이 윤석열 취임 초부터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급진성을 발휘하며 대중 행동을 조직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변화 염원 대중의 주목을 받고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촛불행동은 현실론 속에서 윤석열 퇴진의 수단을 국회 탄핵으로 축소해 버렸다. 이는 결국 그 투쟁의 잠재력을 ‘총선 심판’으로 한정하고 민주당에 의존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의회주의적·선거주의적인 탄핵론은 반윤석열 전선에서 노동계급 문제를 보조적 위치로 간주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촛불행동은 민주당이 합의해 준 전세사기특별법 문제는 잘 부각시키지 못했고, 국회 탄핵으로 슬로건을 고정한 뒤에는 집회 연단에서도 민주당 공천을 기대하는 정치인들이(추미애 등 거물부터 개혁파 정치 신인들까지) 주된 연사가 돼 왔다.
그래서 최근 윤석열 퇴진 집회의 기세와 활력과 규모가 한창 때보다 못하다. 급진성, 좌파성을 삭감하는 것이 늘 대중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