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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종부세·상속세 감면 추진:
복지 확대보다 부자 감세에 의욕을 보이는 민주당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22대 국회에서 부자 감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5월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당이 제시한 국민연금 개악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이어, 민주당의 부자 환심 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자 감세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5월 8일에 한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발언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친이재명계이기 때문에, 그 발언은 이재명 대표와의 조율을 거쳐 나왔을 것으로 널리 추정된다.

총선에서 승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지배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종부세 감면을 말하며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이다.

부자 감세와 부유층의 불로소득을 비난하던 이재명 대표는 어디로 갔나? ⓒ출처 더불어민주당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박찬대 의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잠깐 물러서는 듯했다. 그러나 5월 말에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다시 종부세 폐지를 언급하며 거들었고,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주택자의 종부세를 감면해 주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6월 4일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상속세 완화를 제안했고, 지난해에 이재명 대표가 적극 주장해 온 횡재세(초과 이익을 거둔 기업들에 대한 과세)도 당장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아예 종부세, 횡재세,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당 내 모임을 만들어 부자 감세 방안들을 당론으로 확정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 논의의 물꼬를 트자, 고무된 정부·여당은 더한층의 부자 감세 방안을 내놓으며 우파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즉각 종부세 폐지 입장을 밝혔고, 국토교통부 장관 박상우와 국민의힘 김은혜는 종부세뿐 아니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하자고 나섰다. 이밖에도 국민의힘은 상속세 대폭 완화와 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파 신문들도 일제히 민주당을 칭찬하며 더 진지하게 부자 감세 논의에 응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숨통 틔여 주기

사실 이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에 적극 응해 왔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종부세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은 모두 민주당의 협조로 가능했던 것들이다. 그 결과 부유층과 기업들은 5년간 70조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세청 발표를 보면, 2022년 양당의 종부세 감세 합의로 주택분 종부세 부담자는 2022년 119만 5000명에서 40만 8000명으로, 무려 78만 7000명이나 감소했다. 주택분 종부세액도 2022년 3조 3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2조 4000억 원(71.2퍼센트)이나 줄어들었다.

총선에서 이긴 이제는 아예 민주당이 부자 감세를 주도하며 추가적인 감세 혜택을 주려 하는 것이다. 부자 감세와 부유층의 불로소득을 비난하던 이재명 대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하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전국민 25만 원 지원 정책에서도 후퇴해 선별 지원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감세는 1주택을 소유한 중산층을 위한 것이고, 국민의힘의 감세는 부자 감세라는 변명을 한다.

그러나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앉은 자리에서 수억 원씩 자산이 불어난 상황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집값 폭등으로 피해를 본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만을 내놓더니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감면 요구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고 장외 집회를 이어 가는 등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은 자본가 계급에게 자신이 믿고 집행 권력을 맞길 만한 세력임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관성 없고 기회주의적인 행보는 개혁 염원 지지자들이 기층에서 투쟁에 나서게 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종부세·상속세 감면 등에 적극 나서자, 올바르게도 진보당과 참여연대는 민주당의 후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6월 10일에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간담회를 하면서 민주당의 개혁 의지 부족을 질타하고 다른 개혁 요구와 함께 “부자 증세와 복지재정 확대”도 요구했다.

다른 한편, 정의당은 2022년에 양당의 종부세 감면 합의를 비판한 바 있지만 최근 민주당의 부자 감세 추진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