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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산송장이라도 바이든을 세워 두려는 미국 국가안보 관료들

지난주 6월 27일부로 조 바이든의 대통령 임기는 사실상 끝난 듯하다. 그로부터 한 주 전에 우파 역사가 니얼 퍼거슨은 이런 상상을 했다고 밝힌다. “어느 날 미국의 수병들은 자신이 탄 항공모함이 대만해협 어딘가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이렇게 자문할 것이다. ‘우리가 소련처럼 되고 있나?’”

여기서 퍼거슨은 “정체 시대”라고 불린 소련의 쇠락기를 언급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친 그 시기에 소련은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처참하게 붕괴했다. 제국이 군비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하면 그것은 쇠락의 확실한 증거라고 퍼거슨은 주장한다. 그리고 퍼거슨은 미국이 올해부터 그런 처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퍼거슨은 이어서 이렇게 주장한다. “더 인상 깊은 것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발견되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유사성이다. 노인들에 의한 지배는 소련 말기 지도부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노망난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와 유리 안드로포프, 콘스탄틴 체르넨코가 바로 그런 특징의 화신들이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의 소련 지도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그들을 두고 노망났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들은 그저 늙고 노쇠했을 뿐이다. 소련의 해체를 이끈 지도자는 훨씬 젊고 혈기 왕성한 미하일 고르바초프였다[소련 해체 당시 60세 — 역자]. 논평가 마크 크로토프가 지적했듯이 “바이든을 그 세 인물과 비교하는 것은 글쎄, 러시아 혐오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교는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을 시청한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와닿았다. 78세의 도널드 트럼프가 81세의 바이든과 대결한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전 세계의 청중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것은 바이든의 횡설수설과 조리 없는 언동이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거짓말쟁이지만 그래도 정신은 말짱했다.

노망난 신자유주의적 중도가 극우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출처 Gage Skidmore

저명한 탐사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는 이렇게 썼다. “내가 수개월 동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바, 이 모든 사태의 이면에 있는 진실은 바이든이 자신과 대외정책 보좌관들이 펴 온 정책들의 모순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 권력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젯밤 대선후보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그런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미국과 전 세계에 보여 줬다.

“진정으로 수치스러운 것은 단지 바이든이 아니라, 바이든의 상태를 갈수록 비밀스럽게 숨겨 온 바이든의 측근들이다. 바이든은 ⋯ 지난 여섯 달 동안 급격하게 노쇠해져 포로와 같은 신세가 됐다. 한때 상원에서 바이든과 막역하게 지낸 사람들로부터 몇 달 동안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바이든은 갈수록 외톨이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바이든이 답신 전화를 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이든은 우드로 윌슨[1913~1921년 미국 대통령 재임]과 비슷한 처지다. 1919년 10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윌슨은 남은 임기 18개월을 거의 마비된 채로 보냈다. 윌슨의 아내와 보좌관들은 윌슨의 상태를 비밀에 부치고 윌슨 대신 결정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이 있다. 특히 대외 정책과 전쟁에 관해 막강한 권한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제국을 관리하는 국가안보 관료 기구의 결정을 대체로 승인하고 그들의 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게 됐다. 오바마의 한 보좌관은 그 관료 기구를 “블롭”이라고 일컬었다.

블롭에게는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대변인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바이든의 경제 전쟁이 트럼프를 계승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 핵심 권력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뉴욕 타임스〉는 “나라를 위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다급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대선 완주를 고집하고 있고, 민주당의 핵심 권력층은 바이든의 전임자인 오바마의 지도하에 바이든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의 재앙적인 조기 총선 결정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중도가 극우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완주는 바이든의 측근들에게 득이 된다. 바이든이 완주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직책과 권한을 한동안 붙들고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바이든을 다른 후보로 교체하려면 민주당은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와 온갖 듣도 보도 못한 주지사들 사이의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거기서 누가 이기든 트럼프의 인지도와 대중적 지지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패는 인플레이션이 일반 대중의 생활 수준에 가한 심각한 타격이다. 트럼프는 그 패를 계속해서 활용할 것이고, 그 덕분에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귀환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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