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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이스라엘의 학살과 특히 암살 테러에 분노하다
저항은 굽힘 없이 계속될 것이다

폭염을 뚫고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활력있게 구호를 외치며 명동길을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이 300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자를 살해해 확전의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서 울려퍼졌다.

8월 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제46차 집회에는 이전 마흔다섯 번의 집회가 그랬듯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의 모습도 평소보다 많이 보였다.

사회자가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판하며 집회의 포문을 열었다.

“이스라엘은 나흘 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했습니다. 그 이튿날에는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자이자 그간 휴전 협상을 책임져 온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됐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하니예의 집을 취재하던 〈알자지라〉 기자 두 명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살해됐습니다. 여러분, 누가 진정한 테러리스트입니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테러리스트!” 하는 구호로 화답했다.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미진
홍덕진 목사, 이집트인 사이드 씨,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학교분회 김익환 분회장,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리얌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첫 발언자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에서 활동해 온 홍덕진 목사가 나섰다. 홍 목사는 10년 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계기로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여해 온 경험을 전하며 최근 이스라엘의 만행과 미국 정부의 지원을 규탄했다.

“네타냐후가 7월 24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테러로 살해됐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 지도자를 살해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저항 의지와 활동을 완전히 없애려 합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막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며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저는 바이든이 네타냐후와 통화하며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추가 무기 배치 방안을 논의한 것을 규탄합니다.”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 사이드 씨는 하니예를 추모하는 팻말들을 든 이집트인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나와 연설했다. 사이드 씨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그에 협력하는 아랍 정권들을 규탄하며 그침 없는 저항과 연대를 강조했다.

재한 이집트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에 살해당한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진을 들고 있다 ⓒ이미진

“아랍 정부들, 특히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온주의 국가와 서방 국가들을 추종하는 이 정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은 이스라엘이 정상적인 평화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그랬듯 갱단이고 살인자들의 집단입니다.

“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결국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끝장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공범들에도 끊임없이 맞서 싸워야 합니다.

“억압에 맞선 저항은 테러가 아닙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은 그저 통계 수치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영웅들은 끝내 자유를 쟁취할 것입니다.”

연설 중간중간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학교 분회의 김익환 분회장도 연설을 했다. 홍익대학교 분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연명한 단체들 중 하나다.

김익환 분회장은 이스라엘 건국 당시 “주변 아랍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들에게 영국과 미국이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지원”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았던 역사를 참가자들에게 상기시키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지금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엄청난 양의 무기를 지원해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 무고한 사람들을 매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잔인한 학살을 세상에 계속 알려야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여,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마십시오.”

구금

이번 집회가 열린 8월 3일은 ‘팔레스타인 구금자 위원회’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의해 구금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지지·연대 행동을 호소한 날이기도 했다. 사회자는 서안지구에서만 어린이·여성·언론인을 포함해 9700명이 구금돼 있고 팔레스타인인 5명 중 1명이 체포와 기소를 경험하는 현실을 알리며 구금자 석방을 요구했다.

폭염 경보가 내린 8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있다 ⓒ이미진

마지막 발언자는 가자지구에서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리얌 씨였다. 마리얌 씨는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이 자행된 지 300일도 더 됐다면서 “국제 인권 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까?” 하고 분노했다.

“인도적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가자지구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유인으로 살기를 선택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것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의 행동을 이어가는 것은 이들의 결의를 응원하고 지켜 줍니다.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잊지 맙시다.

“우리가 오늘도 이 자리에 나온 것은 팔레스타인이 완전히 해방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폭염 경보가 내릴 만큼 뜨거운 햇볕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에 흠뻑 젖은 참가자도 많았지만, 행진이 이어진 한 시간 동안 오히려 대열이 늘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참가한 어린이가 팔레스타인 연대 깃발을 흔들며 앞장서 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구금자를 석방하라 팔레스타인 연대 46차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참가자들은 탈수되지 않도록 서로 음료를 챙겨 줬다. 이집트 난민 공동체는 시원한 과일 음료수를 준비해 왔다.

행진을 지켜보는 행인들의 우호적 반응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저항 지도자들을 잇따라 살해하며 확전을 도발한 것이 세계적 뉴스가 된 만큼, 누가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행진에 참가한 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안지구 모든 사람들이 저항을 지지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니예 살해 소식에 서안지구 모든 곳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하니예는 하마스 지도자일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전 총리이기도 합니다. 그는 정파를 떠나서 크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저항은 우리의 땅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지도자 한 명을 살해하더라도 1000명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사람들을 아무리 죽여도 저항을 꺾을 수 없습니다. 저항은 바로 우리들의 사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저항은 계속될 것입니다.”

여행 중 한국에 머물다 이날 집회를 찾아온 미국인 켄달 씨도 기자에게 저항의 필요성을 말했다.

“정말 정말 화가 납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300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그는 서방의 주요 기관과 정치인, 기업들에게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하라는 요구를 적극 지지한다.

이날 집회와 행진에서는 자원 활동가들이 8월 15일(목) ‘집중 행동의 날’ 참가를 호소하는 유인물을 행인들에게 나눠 줬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들이 “불의에 맞서 함께 외쳐” 달라고 호소하며 작성한 유인물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행인들이 너도 나도 유인물을 받아간 덕에 준비해 온 유인물 꾸러미가 금세 바닥났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쳤다. “학살 국가 이스라엘, 인종 학살 멈춰라!”

주최측은 다음주 토요일(1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집회뿐 아니라, 8월 15일 ‘집중 행동의 날’ 참가도 널리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다음 날인 8월 4일에는 원주, 인천, 부산, 수원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무모하고 야만적인 짓을 계속 벌일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확대되면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것이다.

이런 이스라엘을 물리치고 서방의 전쟁 지원에 효과적으로 반대할 방법은 거리, 학교 등 곳곳에서 계속해서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학살 공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학살 공범 네타냐후와 바이든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지켜본 행인들의 합류로 행진 대열이 늘어났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참가자들이 폭염에도 활력있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기세 명동길에서 재한 이집트인 활동가들이 인간탑을 쌓고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이미진
환대 명동길에서 한 상인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미진
폭염 속에도 활기찬 행진을 마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재한 이집트인들이 준비한 냉수와 음료를 마시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46차 집회에 팔레스타인 연대 깃발을 몸에 두른 강아지가 참가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참가자가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자 하니예를 살해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학살국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연대 46차 집회와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