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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현지에서 전한다: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이스라엘의 전쟁 때문에 가자지구에서 아동 노동이 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언론인 알라 살라마가 전한다.

마하 세르세크양은 고작 열다섯 살이다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슈하다 알아크사 병원 부지 내 비좁은 천막에 피란해 있는 마하 세르세크 양이 커다란 빨래 대야 앞에 앉는다. 마하 양은 계속 빨래를 하지만 옆에 쌓인 빨래 더미는 계속 커져 간다.

마하 양은 겨우 열다섯 살이지만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세탁 일을 한다.

슈자이야에서 살다가 어쩔 수 없이 피란해야 했던 마하 양은 현재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 머물고 있다. 셀 수 없이 피란처를 옮겨야 했던 마하 양에게 피란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마하 양은 안정적 수입원이 없는데도 가족을 먹여 살리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전에는 빵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빵을 파는 일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장시간 일하는 게 힘들어졌어요. 단식 월에는 특히 그랬죠. 그 후로는 빵집에서 더는 일할 수가 없었어요.”

마하 양은 주변 사람들을 도와 옷을 빨아 주고 가재도구를 씻어 주고 물도 길어 준다. “매일 아침 6~10시 사이에 물을 구하러 가요.

“빈손으로 돌아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병원 물에 의지해야 해요.”

마하 양은 고향집 기억이 밀려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가기 전 아침 일과를 하고 형제자매들을 깨우던 기억이 밀려온 것이다. 지금도 마하 양은 아침 일과를 하지만 이제는 가슴이 미어지게도 학교가 아니라 일터에 갈 준비를 한다.

“이런 어려움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마하 양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학교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요.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공부하고 꿈을 좇으러 말이에요. 하지만 전쟁 때문에 모든 게 완전히 바뀌었어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졌고, 그 최대 피해자는 어린아이들이다.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아지고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이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아동 노동은 인도적 위기가 악화됨과 동시에 급증했다. 최근 통계 수치는 암울한 상황을 보여 준다.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노동을 해야만 하는 마하 양 같은 아이들이 많다.

전쟁의 참화는 가자지구의 교육 체계를 파탄 냈다. 90퍼센트 가까운 학교 건물이 파손되거나 완파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공보국장 줄리에트 투마는 한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아동 약 60만 명이 개전 이래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마는 이 어린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육 과정을 따라잡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만 1000명에 이르는 어린아이들이 전쟁 통에 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다수는 건물 잔해에 깔려 있거나, 구금돼 있거나, 이름 없는 무덤에 묻혔거나, 미아가 됐다고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적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중동 책임자 제러미 스토너는 이렇게 밝혔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가족의 생사와 소재도 몰라 고통받고 있습니다.

“ 어떤 부모도 자기 자식의 시신을 찾으려 건물 잔해나 공동 묘지를 뒤져야 하는 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터에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떠도는 아이도, 구금되거나 포로로 잡히는 아이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가자지구 아동 노동의 증가는 마하 세르세크 양과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안전한 장소와 교육 등 삶의 필수적인 것들을 제공할 국제적 개입의 시급성을 절실하게 보여 준다.

마하 양과의 인터뷰를 도와 준 나의 동료 살마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 드린다. ─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