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이스라엘 방어 위해 전력 급파한 미국:
중동 확전 위험은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책임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잇달아 살해하면서 중동에서 확전 위험이 커졌다.

자국 수도에서 이스라엘의 암살 테러를 당한 이란 정부는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8월 4일 이란 대통령 페제시키안은 중재를 위해 찾아온 요르단 외무장관에게 “시온주의자들의 오만함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르단 외무장관은 필시 미국과의 상의하에 이란에 갔을 것이다.

이렇게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의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8월 4일 네타냐후는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중 전쟁을 하고 있다”며 예멘, 베이루트 등 필요하면 어디든 장거리 공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도 “공격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동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지만, 미국은 확전 위험을 키우는 이스라엘을 제대로 만류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사태에 점점 더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8월 1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네타냐후와 통화하며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을 포함한 이란의 모든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해 줬다. 이 통화에는 새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도 동참했다.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바이든이 그 통화에서 네타냐후에게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확전을 바라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미군의 첨단 전투기와 군함들은 이스라엘을 방어하려고 중동으로 달려가고 있다. 8월 2일 미국 국방부는 이렇게 밝혔다. “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해군 순양·구축함 여러 대, 전투 비행대대 한 개가 추가 파견되며 항모 전단 한 개가 계속 유지된다. 미사일 방어 전력을 추가 배치하기 위한 준비 태세도 취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방어하려고 대기 중인 미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 ⓒ출처 미 해군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 마이클 에릭 쿠릴라는 요아브 갈란트를 만나 합동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8월 1일 미군이 이라크에서 친이란 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습하고 5일에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는 등 이미 미국은 중동 현지의 국지적 충돌에 연루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부소장 세스 G. 존스와 선임 연구원 다니엘 바이먼은 《포린 폴리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은 분쟁 확대에 대비하면서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그러나 동시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더 큰 개입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하며, 헤즈볼라가 사태를 키운다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원할 것임을 헤즈볼라 측에 분명히 해 줘야 한다.” 미국 정부가 그 어떤 경우에도 이스라엘 편을 확고하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미국의 이런 개입 강화를 원한다. 미국 등 서방을 이란과 그 동맹들과의 대결에 끌어들여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렁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 전쟁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군사력의 대부분을 가자지구에 집중해 전투에서는 승리하고 있지만, 전쟁의 전략 목표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인 인질은 여전히 다 구출되지 못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분쇄되지 않고 있다. 외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분노하며,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들은 새로운 인력을 계속 충원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저항이 지속되면서,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할 만큼 병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2일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군 장교들의 말을 인용해 포탄과 탱크·장갑차 등의 예비 부품 재고가 부족해 문제라고도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가자에서 전쟁을 지속하면서 확전을 불사해서라도 서방의 지지와 지원을 더 이끌어내 현 상황을 돌파하고자 한다.

앞서 지난 4월 이스라엘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과 충돌한 바 있다. 그때 미국 등 서방은 모두 이란을 비난하며 이스라엘을 지원했다. 이란을 경계하는 주요 아랍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험이 네타냐후가 더 큰 위험을 무릅쓰게 했을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퀸시 연구소의 부소장 트리타 파시는 네타냐후 정부의 생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새로운 전쟁으로 많은 적을 파괴하거나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지배력과 운신의 폭을 회복하는 새 균형을 중동 지역에 확립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그런 균형을 이룰 수 없지만 미국이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미들 이스트 아이〉, 7월 31일 자)

이란은 물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도발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중동을 뒤흔들면서 위기를 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시킬 것이다.

가자에 이어 서안도 폭격한 이스라엘

중동에서 확전이 벌어질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8월 3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학교를 폭격했다. 폭탄 3발이 학교에 떨어져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그다음 날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학교 2곳을 폭격해 30여 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군 시설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희생자는 대부분 어린이를 비롯한 피란민이었다. 그리고 폭격 전에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었다.

이스라엘의 테러는 서안지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3일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 툴캄을 두 차례 공습해 팔레스타인인 9명을 살해했다. 이 공격으로 현지 무장 저항 집단인 ‘툴캄 여단’의 한 지휘관이 사망했다. 또한 지난 일요일 밤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의 여러 마을을 급습해 가택 수색을 하며 사람들을 체포해 갔다.

그러나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 가령 나블루스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급조 폭발물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서안지구 남부의 사이르 마을에서는 이스라엘 군대가 마을에 진입하자 주민들이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