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활동가들이 말한다 ─ 미국 좌파는 어떻게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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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역겨운 정책들을 펼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주 트럼프는, 사람들이 질색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톰 호먼을 국경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임명했다.
호먼은 트럼프 1기 내각의 “무관용” 이민 정책을 수립하는 데 일조했다. 이 조치로 5000명이 넘는 이민 아동들이 부모와 생이별해야 했다. 아이와 부모가 재결합할 수 있게 해 줄 추적 절차나 기록도 없이 말이다.
지금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첫 해 안에 호먼이 미등록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는 계획을 이끌기를 바란다.
지난 트럼프 1기 내각의 전략가이자 극우인 스티브 배넌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의 첫 100일은 정말 끝내주는 날들이 될 것이다. 불법 이방인 1500만 명을 쫓아낼 것이다. … 가혹하지 않겠냐고? 당연히 가혹할 것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 수많은 농장, 건설 현장, 공장 등 일터에서 기습 단속이 벌어질 것이고, 이주민을 추방하려고 수용소 수백 곳이 세워질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기구가 엄청나게 확장될 것이다.
다른 전선들이 생겨날 것이다. 트럼프의 감세 프로그램은 부자들에게 지금보다도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지난 1기 시절에 도입된] 트럼프의 세법 덕분에 이미 소득 상위 1퍼센트는 연평균 7만 달러[1억 원] 가량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제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 안 그래도 열악한 공공서비스마저 대폭 삭감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가 부자들을 위해 벌이는 전쟁은 시작됐다. 〈소셜리스트 워커〉는 트럼프를 저지하기로 결심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샌디 허드슨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공화당 방식으로는 공화당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 줬습니다. 민주당은 인종차별에 반대하기는커녕 굴복했고 이로 인해 극우파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사람들이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계획에 맞서 저항할 것입니다. 가족들이 생이별하게 될 것이고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악몽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야 할 단 한 가지는 강력하게 조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조직할 때 명료하게 정식화된 정책적 요구들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대중적이 됐을 때,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생각은 분명했지만 정책적인 부분은 간과했습니다.
감옥-산업 복합체를 끝장내야 하고 경찰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고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위협에 직면한 사람들을 보호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 구조와 물질적 조건을 변화시키려 하는 정치적 운동을 건설하면서 체제 역시 공격해야 합니다.
정당 문제에서 사람들이 실질적인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죠.
버지니아 (노동조합 활동가)
인종차별과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네트워크들을 시급히 되살려야 합니다.
우리의 조직화 활동이 4년에 한 번 몇 주 동안만 타오르는 불꽃이 돼서는 안 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이는 체제 전반의 문제들에 맞선 장기적인 투쟁이며, 우리가 알고 있듯 이 문제들은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이윤 체제에 뿌리박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노동조합원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급진적인 분석을 가지고 소통해야 합니다. 공화당이 안 되니까 민주당에 투표하라는 식의 자유주의적 분석으로는 안 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 관료들이 하는 수사를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로서 가졌던 기대를 민주당 정치인들이 저버렸다는 걸 압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은 조직화하고 있고, 파업에 나서고 있고, 중요한 성과를 얻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결성권을 공격할 것임을 노동자들이 알도록 해야 합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노동조합원들을 무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최상으로 대변하는 데에 관심 없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조합원들에게 말하는 것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마이크 (미시간주 교사)
우리는 조직화해야 합니다. 2년 뒤에 있을 중간 선거 얘기가 아니라, 당장의 싸움에 대한 얘기입니다.
기성 정치 세력은 국가 기구들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우리를 구해 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국가 기구를 믿지 않습니다.
연방 대법원을 보십시오. 이 기구가 반동적 조치들을 취해 온 역사는 1850년대 노예제도를 옹호한 것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국가 기구들은 트럼프에게 장악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싸움을 민주당이나 선거 정치에 맡겨 둘 수 없고, 사회 운동과 노동조합에 매진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좌파와 노동조합이라는 우리의 조직적 기반을 재건하고, 평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더 구조적으로 주도하도록 만들고 또 신뢰받는 좌파를 창출해야 합니다.
힘든 몇 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모든 싸움에서 이기지는 못하는 4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패배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리네이 브레이시 셔먼 (《낙태 해방》의 저자)
트럼프의 승리는 예상 못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이 근본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나라이고, 인종차별이라는 카드가 여전히 먹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임신중지권을 지지하며, 누구나 어려움 없이 임신중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임신중지약 복용을 범죄화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 전역에서 임신중지를 범죄화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우리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튼튼히 해서 어느 시기가 됐든 임신중지를 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이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가 임신중지 방법을 잘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임신중지약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임신중지 금지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해리스는 선거 캠페인에서 트럼프가 임신중지를 금지하려 한다고 연결시키려 했지만, 사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무너진 것은 바이든 집권기였습니다.
해리스는 임신중지 문제만으로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다 민주당은 중도로 움직였고, 이는 재생산 정의를 믿는 우리 같은 좌파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투표장에 나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너새니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확실하게 지원할 것이 분명합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강력한 반격을 준비해야 합니다. 캠퍼스 점거 농성에서 봤던 것과 같은 수준의 투쟁이 필요합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노동운동과 연결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는 동안 정작 미국인들은 몸 누일 곳 하나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 단체들이, 트럼프를 이념적 지도자로 내세우며 등장하는 파시스트 집단들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프라우드 보이스, 스리 퍼센터스, 패트리어트 프론트 같은 위협적인 단체들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단결된 행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당과 연대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극우 세력 성장의 핵심 원인이자, 무너져가는 이 체제의 일부인 자본가 정당입니다.
민주당과 타협하면 어떤 운동도 급진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애넌 (오리건주 포틀랜드 활동가)
2016년에는 트럼프에게 정권을 운영할 기반도 계획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저는 정말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의 계획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규모 파업과 시위로 저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좌파는 수십 년간 공격받으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조직력을 잃었습니다.
민주당은 절대 왼쪽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의] 전범 딕 체니와 손잡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혼란에 빠진 지금이 좌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 버는 돈으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고, 저축은 꿈도 못 꿉니다. 복지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체제에 느끼는 분노는 좌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분노 자체는 충분합니다.
에릭 (뉴욕 기반 사회주의자)
카멀라 해리스는 현실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실의 불평등이나, 부자와 기업들이 그러모으는 이윤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그런 부자와 기업들의 영향력을 공격하지 않았고, ‘이주민은 문제가 아니다’ 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현실이 잘못됐다고 말한 것은 트럼프였습니다. 트럼프는 리버럴 엘리트가 이주민들을 데려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잡지 〈자코뱅〉에 실린 기사 하나는 유권자 분석 결과라며, 민주당이 포퓰리즘적 경제 공약을 내세웠더라면 노동계급 성원들과 더 잘 통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구조적으로 대기업들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를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트럼프를 향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하는 것의 문제점은 민주당이 기존 상황을 옹호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기존 질서를 위협한다고 외쳐 봤자 사람들은 기존 질서도 좋게 보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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