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미국을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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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토요일 미국 전역에서 약 100만 명이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
이번 “건들지 마(Hands Off)” 시위는 지난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였다. 시위 주최 측은 토요일 이렇게 전했다. “추정되는 시위 규모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롤리시(市)의 경우, 사전에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은 2000명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4만 5000명이나 나왔습니다.”
미국 50개 주에서 1300개가 넘는 집회·행진이 벌어졌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와 뉴욕시에서는 각각 10만 명 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곳곳의 대도시와 소도시, 연방 관청 건물, 국회의원 사무실 건물 앞에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펜실베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시위대는 “성소수자 권리 건들지 마” 하고 외쳤다. 워싱턴주 시애틀 시위에는 “과두제에 맞서자”라는 팻말이 많았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시위대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맹렬히 반대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시위대는 공공의료 재정 삭감에 반대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시위대는 땅바닥에 “민주주의 건들지 마!”를 거대하게 써 놓고 그 둘레로 인간 띠를 만들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위에는 “정당한 전쟁은 계급 전쟁뿐,” “민중에게 급식하라, 부자를 잡아먹자” 구호가 적인 팻말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트럼프와 그가 현기증 나게 쏟아붓는 공격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방 공무원 해고, 사회보장청 지역 사무소 폐쇄, 이민자 추방, 트랜스젠더 권리 공격에 반대하는 것이다.
시위에는 극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를 겨냥한 팻말과 현수막이 가득했다.
노동조합,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 시민·사회 단체들이 토요일 시위 내내 두드러졌다.
워싱턴 DC 시위에서는 여러 단체 사람들이 연설하는 가운데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있었다.
메릴랜드주 민주당 하원의원 제이미 래스킨은 이렇게 연설했다. “저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집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저들은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겁니다.”
민주당은 트럼프에 맞서 “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그 시스템은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시켰다.
“건들지 마” 시위 공식 웹사이트는 그날 시위를 “현대사에서 가장 뻔뻔한 권력 찬탈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전국 행동”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머스크, 그들의 억만장자 일당은 우리의 정부·경제·기본권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조직하고 있고, 의회가 그 공격을 매 단계마다 승인해 주고 있다.”
그날 시위를 앞두고 “건들지 마” 시위를 조직하자는 온라인 호소에 활동가 수만 명이 호응했다.
“건들지 마” 운동에는 여러 단체들이 결집해 있다. 무브온, 인디비저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의 단체들을 비롯해, ‘미국 여성 행진,’ 미국교원노조(AFT), 노동조합 기층 활동가 모임인 연방노동조합활동가네트워크(FUN) 등도 있다.
무브온과 인디비저블은 대중의 정서를 잘 읽었지만, 그들의 전략은 민주당에 압력을 행사해 그 당을 ‘진보적’으로 견인하는 것이다.
무브온 사무총장 라나 엡팅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외쳤다. 우리의 권리·미래·민주주의가 공격당하는 것을 묵인하지 않겠노라고.”
인디비저블 사무총장 레아 그린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일어선다면 우리는 그들을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그 정치인들이 일어서서 민주주의 규범을 수호하고,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음을 알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트럼프 재집권의 길을 열어 줬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친 사회적 위기를 낳은 자유 시장 정책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책임 전가에 굴복하고 그것을 더 악화시킴으로써 트럼프와 극우의 의제를 용인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줬다.
안타까운 것은, 좌파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 옹호 주장을 추수했다는 것이다.
4월 5일 큰 행동을 벌인 이번 운동에서도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슬픈 일일 것이다.
희망은 트럼프와 극우를 꺾을 대중 운동을 키우고 실패한 시스템이 아닌 대안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