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임신중지권을 방어하려면 공화·민주 어느 당도 믿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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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셀리 바르니카는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투표할 수가 없다. 텍사스주가 임신중지를 금지한 결과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들어 공개된 바르니카 사망 당시의 자세한 정황은 11월 5일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를 뚜렷이 보여 준다.
임신 17주 차였던 바르니카는 유산 도중 패혈증이 발생해 사망했다. 의사들은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된다는 이유로 28세 여성 바르니카에 대해 40시간 동안이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녀는 감염에 취약해졌다.
이런 경우 보통 의사들은 분만촉진제를 투여하거나 임신중절 수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르니카가 입원한 2021년 9월 2일은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법이 발효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법에 따르면, 의사들은 모호한 규정인 “의학적 응급” 상황에서만 개입이 허용된다. 이 법을 어기면 징역 99년형 혹은 벌금 10만 달러에 처해질 수 있다.
바르니카는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전쟁으로 또 희생된 사람 중 하나다. 그녀는, 강경한 임신중지 반대파가 추진하는 주(州) 단위의 임신중지권 금지법 제정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
임신중지권 수호 기층 단체들의 연합 ‘재생산 정의를 위한 전국 행동’의 조직자이자 사회 단체 ‘급진적 여성들’의 전국 조직자인 헬렌은 이렇게 전했다. “임신중지가 합법인 곳에서도 그 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워싱턴주는 임신중지권을 보장하지만, 워싱턴주 대부분 지역에는 임신중지 수술을 집도하는 병원이 없습니다.
“해법은 매우 강력한 대중 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재생산 권리 탈환을 최우선으로 삼는 데에서 양대 정당 어느 하나에도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임신중지권은 공화당·민주당 정부들하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당시 임신중지권에 반대하는 판사 셋을 연방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이후 그 판사들은, 임신중지권이 여성에게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니라고 판결하는 데서 결정적 구실을 했다.
2022년에 연방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 재판을 통해 1973년에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임신중지권 행사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임신중지권은 각 주의회가 재생산권 관련법을 어떻게 제정하는지에 내맡겨져 있다.
8월에 시행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대다수가 차기 정부하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보호·증진되기를 바란다.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도 34퍼센트가 그렇게 답했다.
트럼프 자신은 임신중지권 문제에서 크게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보수 표심을 얻으려고 노력하며 역겨운 임신중지권 반대론자들을 대거 기용했다.
헬렌은 트럼프의 “기반은 매우 강경하게 임신중지권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표를 잃을까 봐 우려해 선거운동에서 “이 점을 눙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헬렌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임신중지권을 제약·금지할 조처들을 통과시킬 것은 명백합니다.
“트럼프 보좌진은 취임 후 시행할 행정명령들의 목록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태아를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해리스는 왜 그와 반대되는 행정명령을 [지금] 내리자고 하지 않는 걸까요?”
해리스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제공하던 임신중지권 보호를 되살리겠다고 말하지만,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지 않는 한 그런 법률적 조처를 취하기 힘들 것이다.
해리스가 할 수 있는 ─ 그리고 바이든 정부가 하지 않았던 ─ 것은 이를 우회할 조처들을 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 경계선을 따라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야전 병원”을 설치할 수 있다. 또는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부정하는 임신중지권 반대론자들을 상대로 정치 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리스는, 11월 5일 대선에서 표를 그러모으려고 애쓰며 공화당 우파 리즈 체니[네오콘이자 전 부통령 딕 체니의 딸] 같은 악랄한 임신중지권 반대론자들과 손을 잡았다. 체니는 지금도, 산모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 등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면 임신중지권을 제약하기를 원한다.
헬렌은 재생산권에 대한 해리스의 공약이 “매우 허술하고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만약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임신중지권을 공격하는 법을 통과시키면 거기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최소한이고요.
“민주당은 임신중지권을 표심을 결정할 핵심 쟁점으로 삼고는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아요. 그래서 냉소가 엄청나죠. 이번에 트럼프에 투표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민주당이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거의 하지 않은 것에 실망한 사람들이 있어요.”
헬렌은 임신중지권 수호 투쟁이 민주당 투표로 환원되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에게 맡겨 두자, 그들이 제일 잘 알지. 그저 정치인들에게 후원이나 하자” 하는 관점이 있다고 헬렌은 지적했다.
“기층의 행동을 재건해야 해요. 그런 동력은 파업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서, ‘미투’ 운동에서 나오고 있어요. 반면 민주당은 그런 행동을 누그러뜨리기 십상입니다.”
‘재생산 정의를 위한 전국 행동’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임신중지권 방어 행동에 동원하려 애써 왔다.
헬렌은 이렇게 말했다. “조직 노동운동은 민주당을 지지하며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지만, 동시에 대규모 동원을 하고 변화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힘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있는데, 그중 다수는 임신중지권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자동적이지 않고, 우리의 그 다음 과제입니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시급히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좌파, 이민자, 트랜스젠더를 악마화합니다. 우리는 힘을 합쳐 그런 사람들을 방어하고 자본가 정당들의 전횡에 맞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