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쟁 선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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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노동계급을 무척 “사랑한다”고 떠들어 댔다.
일자리 없는 사람들에게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동안 생활비가 낮아지고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현재 수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그것을 뼈아프게 깨닫고 있다.
트럼프는 노동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친기업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생계비를 끌어올릴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트럼프의 공격이 광범하고 심각해, 공공부문 노동자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이 공격은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부유층에게 안겨 주려는 원대한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노동조합 파괴와 임금 삭감을 원하는 모든 고용주들(민간부문 포함)에게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격의 규모가 실로 숨이 막힐 정도다.
4월 초 트럼프 정부는 보건 부처에서 일자리 2만 개를 없애겠다고 선포했다. 그 즉시 노동자 1만 명이 해고됐고, 추가로 1만 명이 조기 퇴직 혹은 희망퇴직을 당했다.
해고 통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몇몇 노동자들이 건물 경비의 제지로 일터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이번 감원 대상에는 연구자, 과학자, 의사, 지원 인력도 포함돼 있다. 이로써 의료 연구, 신약 승인 등에서 핵심적 구실을 해 온 많은 노동자들이 쫓겨나게 됐다.
그러나 관련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기껏 내놓은 대응이라고는 “전미재무노조(NTEU)는 법정에서, 의회에서, 미국 곳곳에서 피고용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하는 말 뿐이었다. NTEU 성명에는 파업 얘기가 전혀 없다.
고용주들은 연방주택청(FHA), 연방항공청(FAA), 국립과학재단(NSF), 아동가족청(ACF), 환경청(EPA) 등에서도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트럼프는 국제개발처(USAID)와 교육부의 활동도 중지시켰다. 교육부는 학자금 대출 관리 지원, 저소득 학생 지원 정책을 운영한다.
이들 부처의 노동자 수만 명이 강제 휴직 당하거나 해고됐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서도 노동자 약 1700명이 해고됐다. CFPB는 2008년 금융 위기 후 금융권 감독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트럼프 정부는 공공부문의 수습 직원 약 20만 명에게도 해고를 통보했다. 얼마 전에 법원은 이 조처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대량 해고는 모든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중대한 도전이지만,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이제껏 한 일은 우익의 기세만 높여 줬을 따름이다.
이제 트럼프는, 노동조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1978년 제정된 공무원제도개혁법에 따라 단체교섭을 중단시킬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 기구의 생명선이다.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협상한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핵심 이유 하나가 같이 사라진다. 어마어마한 노동조합 탄압인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연방 공무원 8만 2000명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전미공무원노동조합(AFGE)은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만 말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부문의 노동조합 관료들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미국교원협회(AFT)는 트럼프 정부가 교육부 활동을 중지시킨 것에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AFT 위원장 랜디 와인가르텐은 국수주의적 수사를 써서 이렇게 말했다. “분명, 미국의 세계적 경쟁자와 적대자 다수는 교육부를 해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들은 교육 수준이 세계 최고인 나라가 경쟁력도 세계 최고임을 안다.”
이처럼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법원에 매달리고 있지만,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그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경한 대응책에도 관심이 있다.
전미노동조합활동가네트워크(FUN)는 더 급진적인 저항을 선도하는 일반 조합원 운동 단체다. FUN은 전국적인 하루 행동 “우리 공공 서비스를 지키자”를 조직했고 미국 전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모인 커다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 노동조합의 지부장이자 FUN의 지도자 중 한 명인 크리스 돌스는 연방 공무원들이 “더 광범한 노동운동에 호소해야” 하고 “거리 시위를 벌여 …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정치 위기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스가 옳다. 그러나 그런 “정치 위기”를 일으키려면 파업이 필요하다. 공공·민간 노동자 모두를 단결시킬 파업은 승리 가능성을 가장 높일 방법이다.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공격받고 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기 몇 시간 후에 자동차 대기업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캐나다에 있는 자사 공장들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공장들에 부품을 대는 미국 미시건·인디애나주 공장들의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팀스터 노동조합(화물노조) 위원장이자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한 션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스텔란티스사의 해고 결정은 전적으로 불필요한 선택이다.”
오브라이언은 공화당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믿었었고, 그 잘못된 믿음의 대가를 이제 팀스터 조합원들이 치르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메이데이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들의 하나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올해가 아니라] 3년 후인 2028년 5월 1일 메이데이에 파업하겠다는 것이다.
대량 해고에 대한 분노는 자동차 노동자들과 연방 공무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우편 노동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정청의 독립성을 없애고 상무부 산하로 이전하고 싶어 한다. 이는 전체 우편 서비스 민영화로 향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미국우편노동조합(APWU)은 이 계획을 “불법적인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라고 규탄하고, 250개 넘는 시위를 벌이는 동시다발 하루 행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크고 작은 도시들에서 우편 노동자들은 트럼프에 분노해 구호를 외쳤다. “미국의 우편은 상품이 아니다.” 추가로, 전미집배원노동조합(NALC)도 “결사 투쟁”을 슬로건으로 걸고 210개의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의 행동대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공공부문 대규모 감원 계획을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 말이 맞다. 미국 노동조합 운동은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 길은 굴복이고, 다른 쪽 길은 저항이다.
민주당에 속지 마라
지금 벌어지는 저항이 정치적으로 막다른 길로 이끌릴 위험이 만만찮게 있다. 민주당 좌파와 노동조합 관료들의 최근 행태는 그 위험을 뚜렷이 보여 줬다.
얼마 전에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트럼프의 “불법 이민” 단속을 칭찬했다. 트럼프가 잘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샌더스는 이렇게 답했다. “펜타닐 단속으로 국경을 더 단단히 지킨 것이라고 본다.
“아무도 불법 이민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샌더스는 억 단위의 이주노동자들이 추방 위협과 인종차별적 공격에 시달릴 때 그런 논평을 했다.
혹독한 이민자 탄압에 맞서자는 것은, 샌더스와 그의 협력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주최하는 “과두정에 맞서자” 집회의 핵심 기치가 돼야 마땅했다.
샌더스는 그 집회들의 목표가 트럼프에 맞선 저항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위들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매번 만 단위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3만 40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그 전까지 샌더스가 주최한 시위를 통틀어 최대 규모였다.
샌더스 주최 집회는 민주당 주류가 트럼프에 맞서지 않는 데에 격분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UAW 위원장 숀 페인은 “부자들을 잡아먹자”고 적힌 셔츠를 입고 이 시위에서 연설했다. 페인은 “억만장자들은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페인 역시 얼마 전에 트럼프를 칭찬했다. 페인은 최근 부과된 자동차 관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유무역이라는 재앙을 끝내려 행동에 나선 트럼프 정부에 찬사를 보낸다.”
이어서 페인은 UAW가 “수십 년에 걸친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활 수준] 후퇴를 되돌리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 최상층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쏟아 내려 행진에 참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자리 줄이기와 해고를 저지할 길은 노동자 투쟁뿐이다.
샌더스 주최 집회의 슬로건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이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민주당은 좌파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은 어떠한 급진적 저항이든 그 위력을 상쇄시키는 구실을 하며, 거대한 변화를 낳을 수도 있을 에너지가 기껏해야 온건한 개혁에 그치도록 만든다.

“거리 시위로 나오라”
미국 노총 AFL-CIO 산하 여성노동자협회의 집행위원장 버지니아 로디노가 트럼프의 공격에 맞선 저항에 관해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정치인들에게 구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저항 전반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연방 기관 청사 앞에서 수십 건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우편·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들은 전국 곳곳의 우체국 앞에서 하루 행동을 벌였습니다.
“이제까지 해고가 자행될 때마다 지방·주·도시·전국 수준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긴급 규탄 집회가 잡혔습니다.
“수많은 행동이 조직되고 있습니다. FUN은 기성 노동조합이 용인하는 것 이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연방 공무원들의 일반 조합원 운동입니다.
“FUN 소속 공무원들은 연방 공무원 일자리와 서비스에 대한 공격에 맞선 반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메이데이 시위와 현재 진행 중인 삭감에 맞선 긴급 시위도 그 일부입니다.
“FUN은 매우 전투적입니다. 많은 기층·지역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최상층 노조 관료들의 행태에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민주당은 실패했다고, 변화를 이룰 것은 거리에 나선 우리들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