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극우 전진 나팔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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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세계 극우의 환호를 받으며 취임했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대표 티노 흐루팔라,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이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세계 최대 부자이자 극우인 일론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를 하며 연설하는 동안, 그 뒤에는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애플 CEO 팀 쿡 등 빅테크 기업주들이 도열했다. 저커버그는 “이민·성별 같은 주제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제거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미국 정부 인사들과 공화당 중견 정치인들조차 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별도 행사장에서 취임식을 관람했다. 권력이 극우에게 있음을 과시한 의도적 배치였다.
극우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의 최초 공격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민자 공격이다.
그는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심지어 가공의 식인 연쇄살인마인 한니발 렉터에 비유하며, 국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등록 이민자 단속·추방에 군대를 투입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민자 자녀들의 생득 시민권을 취소시켰고,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심지어 분리 수용하는 야만적 정책을 부활시켰다.
비상사태 선언으로 이민자 인정 심사가 중단됐고, 다음 주부터 군대와 단속 기구들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인 ‘세이프가드 작전’을 미국 전역에서 벌일 예정이다.
이는 거리 극우의 인종차별적 공격 강화와 맞물릴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가 기소되고 형을 선고받은 1500여 명의 극우·파시스트를 거의 다 사면했다.
이렇게 풀려난 극우들은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응답해 거리에서 날뛸 것이다. 이미 몇몇 이민자 보호 시설들은 극우의 공격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를 쌓는 등 방어 조처를 취하고 있다.
그밖에도 트럼프는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다양성·형평성 포용 의무”를 철폐하고 남성과 여성만을 성별로 인정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려 트랜스젠더를 공격했다.
이는 1960~1970년대 대중 투쟁으로 이룬 개혁들에 대한 공격인 “문화 전쟁” 어젠다를 트럼프가 계승한 것이다.(관련 기사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 이데올로기 전쟁의 수위를 높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를 개시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해 강제 전역된 군인들의 복직을 명령해, 팬데믹 시기 극우의 주요 어젠다인 백신 음모론에 힘을 실어 줬다.
또, 트럼프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는 기후변화 부인론자들이 환호할 문구로 가득했다. 이 명령으로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알래스카에서 석유를 시추할 수 있게 되는 등 큰 이득을 얻게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가 말하는 “위대한 미국”은 극우를 위한 것인 동시에 미국의 제국주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19세기 말 필리핀을 식민 점령한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켜세우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개입을 천명했다.
뒤이어 트럼프는 “미군 재건”을 약속하며 이 힘으로 “미국이 종식시킨 전쟁과, 아마도 가장 중요한, 아직 개입하지 않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말하는 “종식시킨 전쟁”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 전쟁을 뜻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압박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맺어졌다고 으스댔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는 “민주당이 탈레반과 하마스를 도왔기 때문”에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비난했고, 서안지구에서 정착촌을 확대한 시온주의 정착민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명백한 내정 간섭을 바로잡은 일”이라고 기뻐했다.
트럼프의 이런 친이스라엘 조치 때문에 서안지구를 비롯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역에서 시온주의자들의 만행이 준동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서안지구에서 대대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말한 “가장 중요한, 아직 개입하지 않은 전쟁”은 대중국 전선을 일컫는 것인 듯하다. 트럼프는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것임을 천명했다.
트럼프는 이런 조처들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호언장담한 대로만 사태가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관련 기사 ‘트럼프 재선으로 무엇이 바뀔까?’). 일례로, 트럼프는 대선 때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직 종전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그래서 푸틴을 곧 만나겠다는 말 외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해외 지배계급들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지정학적 갈등을 고조시키고 세계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더한층 키워, 다시 트럼프를 온갖 암초에 걸리게 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트럼프가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미국 노동계급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광범한 반트럼프 운동이 성장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와 그가 부추기는 극우에 맞서려면 인종차별·극우에 맞선 운동이 성장해야 한다.
트럼프 취임식 날인 1월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5만 명 시위를 비롯해 미국 여러 대도시에서 수천 명 규모의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몇몇 도시에서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 지지 극우 시위대와 거리에서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취임 항의 시위 규모는 2017년 트럼프 첫 취임 때보다 훨씬 작았다. 이는 중도 정치 세력(특히 친민주당계)이 반트럼프 운동 건설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과 연관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트럼프 취임식에 참가해 그를 축하했고, 친민주당 성향의 온건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취임식 당일 반트럼프 시위에 전혀 동원하지 않았다. 2017년 워싱턴 50만 시위를 주도했던 전미여성기구(NOW),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번에는 주최 단체로 연명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와 극우에 맞선 운동이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공격에 맞서, 특히 이주민을 방어하는 운동이 시급하게 건설돼 국가와 기층 극우의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
또, 지난해 미국 정치를 뒤흔들었던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활력을 되찾아 반트럼프 운동에 자양분을 공급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