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가 뽑은: 2024년 주요 국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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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전 세계 극우·파시스트는 크게 고무됐다.
트럼프 재선은 근래 주요국들에서 잇달아 드러난 중도 몰락과 극우 부상의 패턴에 부합한다.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중도 정치는 미국 사회를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해 대중의 환멸을 샀다. 극우 트럼프가 거기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트럼프도 중첩된 위기를 해결할 뚜렷한 방책이 없고, 트럼프 2기는 세계의 경제적·지정학적 갈등을 가속시킬 것이다. 그리고 미국 안팎의 위기에 대응해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반(反)이민 공격을 가속하고 극우 운동을 부추길 것이다.
미국과 전 세계 노동계급의 적 트럼프에 맞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
- 관련 기사: 트럼프 재선으로 무엇이 바뀔까?
가자 전쟁과 중동 확전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4만 6000명이 넘고,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계속 저항 중이고 정치적으로 더 강화됐다. 국제적으로는 거대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핵심 후원국인 미국에도 딜레마를 안겨 주고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내부도 전쟁 목표의 우선 순위를 놓고 분열이 첨예해졌다.
네타냐후는 서방의 흔들리는 지지를 다잡고 내부를 결집시키고자 레바논을 침공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저항에 부딪혀 레바논 남부를 장악할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아랍 대중의 혁명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 관련 기사: 가자 전쟁의 중동 확전과 저항
우크라이나 전쟁: 유혈 지속, 종전은 요원
개전 3년차인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병력·화력 우위가 두드러졌다. 8월에 우크라이나가 기습적으로 러시아 본토 공세를 폈지만, 오히려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더 진격해 들어갔다.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러시아의 야심이 충돌하는 전장임은 올해 더 명백해졌다. 근본에서 전쟁의 완급을 결정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서방 정부, 또 러시아 정부였다. 그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북한 파병설을 띄우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늘리려 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확전 위험이 도사리는 유혈낭자한 전투가 우크라이나에서 지속될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공언해 온 트럼프도 애초의 전쟁 목표(러시아 약화)를 위해서든 유리한 협상을 위해서든 전쟁을 지속하려 한다.
러시아 철군, 나토 반대,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 관련 기사: 미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한 전쟁
미·중 갈등 악화와 대만해협
지난 10월 중국군은 대만을 포위하는 대대적인 훈련을 벌였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막바지에 8억 달러가 넘는 대만 군사 원조를 잇달아 승인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갈등의 일부다. 미국과 중국이 특히 대만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대만해협 상황이 심상치 않다. 12월 초에는 중국과 대만 군함 10여 척이 대치하기도 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쟁투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는 중국에 막대한 관세를 물리겠다고 벼르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적대는 계속 강화될 듯하다.
그 와중에 윤석열은 ‘한미일 협력 사무국’을 만들기로 하는 등 한미일 동맹 구축에 잰걸음을 달리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와 북한은 새 군사 조약을 맺으며 밀착했다.
- 관련 기사: 대만에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시리아 아사드 정부 붕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 아사드는 2011년 시리아 혁명을 짓밟기 위해 내전을 일으켰다. 수많은 시리아인이 죽거나 난민이 됐고 시리아는 역내 강국들,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이 됐다.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터키의 지원을 받은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었다. 정권은 이미 오랜 대중 저항으로 취약해져 있었고 HTS가 공세를 펴자 아무도 그 정권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HTS는 혁명 세력이 아니지만 아사드의 몰락으로 시리아 민중은 스스로 조직화하여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다른 세력들 또한 시리아의 미래를 통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재빨리 자신이 노리던 시리아 영토를 장악했다.
시리아의 미래를 둘러싼 쟁투는 중동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 관련 기사: 시리아 독재자 알아사드의 몰락: 배경과 전망
심화하는 정치 위기: 중도 쇠락과 극우 부상
극우가 세계 곳곳에서 부상하고 있다. 모든 서방 주요국과 인도·아르헨티나 등지에서 극우는 집권했거나 주요 야당이고, 기성 우파 정당들을 극우 쪽으로 견인하고 있다.
극우의 성장은 중도 좌·우파로 이뤄진 주요 신자유주의 정당들이 실패한 직접적 결과이다. 그 공백을 급진 좌파가 메우지 못하자 극우가 메우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극우 성장세는 선거 정치에서 두드러지지만, 이는 거리 동원 형태로 빠르게 발전할 위험이 있다. 무슬림 혐오 등 인종차별과 이민자 공격은 둘을 잇는 핵심 축이다.
극우와 더 광범한 인종차별적 공격에 단호하고 되도록 큰 규모로 반격해야 한다. 선거에서도 그래야 하지만, 비할 바 없이 중요한 것은 거리와 일터에서의 투쟁이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이민자·난민과의 연대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을 단결시킬 폭넓은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정체를 면치 못한 세계경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2퍼센트로 지난해에 비해 0.1퍼센트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2000~2019년 평균 세계경제 성장률이 3.8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일본은 올해 0퍼센트대 성장을 면치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5.2퍼센트에 이어 올해는 4.9퍼센트, 내년에는 4.1~4.5퍼센트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정부 지원의 효과 속에 AI 투자 붐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거품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막상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대규모 관세 정책을 예고하며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후재앙 마지노선, +1.5℃ 깨지다
2024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뿐 아니라,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한 첫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해 온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십 년째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실제 배출량은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계속 늘어왔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에 여전히 매년 1000조 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환경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환상이었다. 이윤 축적 경쟁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자체가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를 낳는 원인이다.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하고, 태양과 풍력 발전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고, 대중교통과 단열주택을 보급해야 한다. 그러려면 체제의 논리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 관련 기사: 자본주의는 어떻게 자연을 망가뜨리는가?
방글라데시 독재자 타도
8월 5일, 방글라데시에서 총리 셰이크 하시나가 권좌에서 쫓겨나 인도로 달아났다. 주로 대학생들로 이뤄진 시위대가 1000명 이상 목숨을 바쳐가며 쟁취한 승리다.
하시나와 그의 당 아와미연맹은 실각했지만, 방글라데시 사회를 막후에서 움직이는 군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임시 정부 수반으로 추대됐다. 그는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석 달 안에 실시한다던 선거를 내년 말 혹은 2026년 초로 미뤘다. 그는 IMF 차관을 도입하고 있는데 노동자와 서민에게 고통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유누스가 개혁을 선사하리라는 기대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부패한 자들이 요직에 남아있는 데다,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 수출 부문에서 국제적 경쟁이 격화돼 그의 운신의 폭은 크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원하고 투쟁에도 나선다. 민주화의 진정한 열쇠는 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