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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 2기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트럼프는 머스크의 반대에도 월가 출신을 재무장관으로 발탁해 금융 시장을 안심시켜야 했다 ⓒ출처 Team Trump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증시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선거 전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주된 요인은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선사했던 감세와 규제 완화를 더 많이 선사하겠다고 대기업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인선한 내각은 극우 괴짜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는데 핵심 경제 직책인 재무부 장관직이다. 그 자리를 놓고 억만장자들이 경쟁하면서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트럼프는 단 한 번의 오판도 만회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트럼프는 대규모 관세 인상을 포함해 대선 유세에서 내세운 포퓰리즘 경제 정책을 신봉하는 사람을 발탁해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람은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지표, 즉 미국 증시 지표를 지키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결국 트럼프는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월가 출신을 발탁했다. 헤지펀드 기업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선택한 것이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는 재무부 장관직을 둘러싼 그 갈등에서 패배했다. 그 전에 머스크는 “베센트는 현상 유지를 위한 선택이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는 타당한 지적인 듯하다. 지난 10월 베센트는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수입품 관세 인상 정책을 “비타협적” 무역 협상 수단으로 묘사했다. “트럼프도 결국은 자유 무역을 지향한다는 게 저의 전반적 견해입니다. 다만, 충돌을 더 큰 충돌로써 다스리려는 것이죠.”

트럼프는 베센트의 견해가 몽상이었음을 즉시 보여 줬다. 사실, “충돌을 더 큰 충돌로써 다스린다”는 것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파괴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구호다. 11월 25일 월요일 트럼프는 취임하는 즉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온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인상 위협은 트럼프에 관한 대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임에 틀림없다. 관세 인상은 세계 무역에 차질을 주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금융 시장 행위자들은 금리가 기대했던 만큼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중앙은행들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상쇄하려고 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라나 포루하는 더 큰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임기 중에 올 것이 확실한 경기 하강 때문에 나는 벌써 두려워하고 있다.” 포루하는 나머지 서방 자본주의보다는 비교적 나은 미국의 경제 성장이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연구 회사인 TS롬바드에 따르면, “이번 경기 순환 주기는 언제나 ‘인위적’인 듯했다. 이번 주기를 뒷받침한 것은 일련의 일시적·일회적 요인들이었다. 팬데믹 이후 영업 재개, 경기 부양책, 초과 저축, 억눌렸던 소비의 분출, 더 최근에는 이민자의 [더 많은 — 캘리니코스] 유입과 노동 시장 참여가 그런 요인들이다.”

포루하는 월가에 비판적인 베터마켓 재단을 이끄는 데니스 켈러허의 훨씬 비관적인 진단도 인용한다. “트럼프하에서 경제는 한 2년간 혈당이 치솟는 듯한 상태를 경험하다가 결국 재앙적인 시장 조정에 직면할 것이다. 그 조정은 2008년[의 국제 금융 위기 — 캘리니코스]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수탈적 성격을 띠는 금융 시스템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제기되는 주장은 현재의 금융 시장 상승이 인공지능(AI) 발전 등의 기술 혁신으로 추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생산성과 이윤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산성과 이윤율을 상당히 끌어올린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금융 거품을 키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일 뉴스레터 ‘언헤지드’에 실린 칼럼에서 에이든 라이터는 이렇게 지적했다. “철도와 인터넷도 모든 것을 변화시켰지만, 그것이 처음에 낳은 현상은 거품이었고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AI는 명백히 놀랍고 중요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AI 산업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이는 거품을 낳기 딱 좋은 조합이다. 현재 AI는 과대 포장될 여지가 잔뜩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결국 심판이 닥쳐올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카를 마르크스도 그의 걸작 《자본론》을 쓸 때 1866년 금융 위기를 면밀히 연구했는데, 그 위기는 거대한 철도 주식 투기 거품의 붕괴를 나타내는 사건이었다. 철도라는 기술 혁신은 영국 경제, 그리고 실로 세계 경제를 변혁하는 동시에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자본주의는 상승기였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는 훨씬 취약한 상태다. 트럼프 2기는 ‘도자기 가게 안에 들어온 황소’라는 영어 속담처럼 자본주의를 더한층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