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포기하지 않는다” 종전을 위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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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전 육군 중장 키스 켈로그를 지명했다. 켈로그는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트럼프의 국방 문제 자문역을 맡아 왔다.
이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는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새 탄도미사일(오레시니크) 공격을 “허세”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켈로그는 러시아의 새 탄도미사일 공격이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군사적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방에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봐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서방은 물러서지 말고 계속 버텨야 한다.”
트럼프도 최근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는 합의에 도달하고 싶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타임〉, 12월 12일 자)
켈로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영토 내부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바이든이 승인한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에게 “더 많은 지렛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제국주의자들은 이토록 위험한 방식으로 세계를 운영한다.
켈로그는 “지금 제3차세계대전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이 유럽에서 “핵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도, 프랑스도,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와 그 참모들이 말하는 “힘을 통한 평화”의 논리다. 즉,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제국주의자들은 모두 언젠가는 외교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싶어 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안전 보장 문제가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다.
지난 6월 켈로그는 프레드 플라이츠(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장 역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을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러시아에 대한 유인책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장기간 연기하고 제재를 완화(철폐가 아님)하는 것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인책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지속하고 우크라이나를 철저히 무장시키는 것을 제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 당근을 거부하면 채찍을 사용할 것이다. 푸틴이 거부할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한다. 젤렌스키가 거부하면 미국은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
유인책
그러나 이 방안은 매우 허술하다.
먼저,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유럽 군대의 능력을 초과하는 일이다.
“5개 여단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면 유럽연합 국가들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위해 지출한 435억 유로[65조 5000억 원]를 틀림없이 넘을 것이다.”(〈이코노미스트〉, 11월 27일 자)
둘째, 젤렌스키가 설령 압력에 밀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전체 영토의 20퍼센트)를 푸틴에게 양보한다 해도(젤렌스키는 지금까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푸틴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히)이자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평화 계획을 제안하더라도 우리는 그에게 ‘엿 먹으라’고 말할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스〉, 12월 2일 자)
‘협상’은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에 늘 그렇듯이 외교가 아니라 무기가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할 수단이 된다. 우크라이나군의 8월 쿠르스크 진격은 젤렌스키가 장차 개시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젤렌스키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한 전쟁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사는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박해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제국주의의 위성국가로 만들고 나토의 동진을 막으려고 침공했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가 아니라 흔들리는 자국 패권을 지키려고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실 트럼프 진영의 바이든 정부 비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했다는 데 맞춰져 있다.
“바이든의 적대적인 대러시아 정책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미국의 적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어 새로운 러시아·중국·이란·북한 축을 형성하게 만들었다.”(키스 켈로그·프레드 플리츠, ‘미국 우선주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2024년 4월 11일)
기껏해야 “동결 분쟁”으로 이어질 외교적 해법들이 모색되는 중에도 전쟁은 더욱 참혹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청년들이 참혹한 전쟁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쪽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 〈파이낸셜 타임스〉(11월 30일 자)는 올해 10개월 동안 탈영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2년의 전쟁 동안보다 더 많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도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러시아군의 한 간호사는 “시체, 시체, 우리 전사들의 시체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제국주의적 경쟁과 대결은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통제 불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