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5:
자본주의는 어떻게 자연을 망가뜨리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인간으로서 우리는 주변의 자연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우리가 속한 이 체제는 그 관계를 뒤틀어 놓는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은 자연 세계로부터 분리돼 있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우리는 주변 세계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다. 좀 더 신중한 체제라면, 지구를 보호하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우리를 인간이도록 해 주는 본질을 박탈당한다. 그 본질이란 바로 주변 자연 세계를 집단적으로 변화시킬 능력이다. 우리는 삶의 통제권을 빼앗기고 우리 노동의 생산물을 스스로 만끽할 수도 없다.
우리는 노동 생산물, 노동과정, 인간 본성 그리고 동료 인간으로부터 소외된다. 또한 노동으로 자연을 변화시키는 능동성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모든 인간 사회의 토대는 자연 세계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으로 자연과 인간 자신을 변화시키는 복합적 과정을 설명하려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신진대사”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노동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벌어지는 과정이고,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서 그 자신과 자연 사이의 신진대사를 매개·규제·통제하는 과정이다” 하고 마르크스는 썼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농업
마르크스는 이런 분석에 기초해서 자본주의에서는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과 자연 사이 “신진대사의 균열”이 있어 그런 농업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런 신진대사 균열을 해결할 방법은 사회 조직 방식을 바꿔 사람들과 자연의 관계를 바꾸는 것뿐이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사회 조직 방식이 그 이전 시대와 급격하게 바뀌어야 했다.
자본주의 이전 유럽에서는 봉건제가 지배적인 사회 조직 방식이었다. 당시 농노들이 일해서 생산된 것의 압도 다수는 영주 자신의 소비를 위해 쓰였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들이 생존하려면 일할 능력(노동력)을 팔아야만 한다. 서로 경쟁하는 여러 기업들에 의해 생산이 조직된다. 모든 기업은 경쟁자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또한 경쟁자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목적은 오직 이윤을 극대화해서 이런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다.
이렇듯 자본주의에서는 부의 축적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렇게 부를 축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자본주의에서는 자연 세계와 맺는 관계가 그 이전 시대와 매우 다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 점을 매우 분명하게 인식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썼다.
“처음으로 자연은 그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순전히 유용성을 위한 것이 됐다. 자연이 자체적으로 권능을 갖는다는 인식은 사라졌다. 자연의 내부 법칙을 이론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자연을 (소비 대상이나 생산 수단으로서) 인간의 욕구 아래에 두기 위한 간계(奸計)에 지나지 않게 됐다.”
자본주의는 자연환경을, 이윤을 얻으려고 이용해야 할 대상이나 원치 않는 부산물을 내다 버릴 공간으로만 취급한다. 이윤 창출을 위한 속도 경쟁 속에서 단기적 고려 사항이 가장 중시된다. 설령 그 탓에 장기적으로는 지구 전체가 위험해지는 비합리적 결과를 낳더라도 말이다.
비합리적, 무계획적, 숱한 낭비
더 지속 가능한 방식에 투자하거나 윤리를 더 중시하려는 기업은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언제나 서로 경쟁 관계에 있고 아무도 생산 전체를 관장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생산은 비합리적이고 무계획적이고 모든 층위에서 낭비가 생겨난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과잉생산이, 다른 한편에서는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
현재의 선진국들이 발전해 온 과정은 이렇게 지속 불가능하고 파괴적이었지만 모든 발전이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체제 전체의 관점에서 또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것도 그 체제의 일부로서 서로 경쟁하는 이들에게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신진대사 균열을 해결한 사회를 이뤄야만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다섯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지구를 구하려면 체제를 전복해야만 하는 이유에 관해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