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종파 간 내전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좌파 재건을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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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가 타도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시리아는 또 다른 종파 간 내전 일보 직전에 있다.
3월 셋째 주, 구 정권과 연계된 세력과 새 정권의 보안군의 군사적 유혈 충돌이 잇따라 벌어졌다.
새 정권은 12월에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운영하고 있다. HTS는 시리아 북서부 해안지대에서 일련의 종파주의적 살인을 자행했다. 소수 종파인 알라위파를 겨냥했는데 아사드 가문이 여기 출신이다.
UN의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가정집으로 쳐들어가서 알라위파인지 수니파인지 묻고는 그에 따라 사람의 생사를 결정했다.”
이 학살이 있기 전에는 아사드 정권의 보안군과 연계가 있다고 알려진 무장 괴한들이 라타키아, 타르투스, 바니야스의 병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오늘날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려면 시리아 혁명과 반혁명의 역사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새 정권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는 살인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HTS와 연계된 많은 무장 단체들이 종파 간 갈등 부추기기를 신규 대원 모집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는 14년 전 아사드 정권이 취한 전술을 그대로 써먹는 것이다. 아사드는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아 200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했다.
그러나 2011년 3~4월에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독재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며 항쟁을 벌였다.
그러자 아사드는 항쟁에 나선 대중을 이간질하고 대중 혁명을 피바다로 끝장내고자 종파 간 내전을 일으켰다.
이후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졌고, 제국주의 열강과 무장 단체들이 시리아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러나 아사드 몰락 이후의 참상 속에서도 희망이 싹트고 있다. 다마스쿠스와 수웨이다에서는 종파 간 분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또한 새 정권이 민영화, 대량 해고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에 맞서는 저항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와 빈민들이 종파를 뛰어넘어 단결해 지배자들에 맞서는 것에 시리아의 미래가 있다.
좌파를 재건하려는 노력
급진 좌파 활동가들은 광범한 연합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더 광범한 좌파와 인권 단체, 여성 단체, 청년 단체 등과 힘을 합치고 있다.
‘혁명적 좌파 경향’(RLC)과 다른 좌파 정당들, ‘강제 실종 희생자들을 위한 연합’은 1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성명서는 “폭력 반대, 종파주의 반대, 외세 개입 반대”라는 구호 아래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 종파주의적 탄압과 사적 보복을 “구 정권 잔당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리고 시리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서 민주적 정당들과 노동조합, 시민사회 단체들이 결정적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는데, 특히 외세의 군사 개입 위협이 있다. 시리아 북부의 튀르키예, 북동부의 거대한 미군 기지 등 여러 곳에서 그런 위협이 온다.
시리아 남부에서는 이스라엘이 점령 지역을 확대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사는 시리아인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저항과 시위의 물결을 촉발했다.
RLC 소속의 시리아 사회주의자 아딜은 이렇게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는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아랍 민족과 시리아한테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국주의적 적대 세력인 이스라엘의 존재는 독재적 자본주의 체제의 실패를 보여 주는 명백한 사례입니다.
“이스라엘의 폭력적 역사를 보건대, 이스라엘의 야심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만행만으로 충족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로 진격하여 그곳에 군사 기지를 짓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시리아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자신의 핵심 쟁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아랍 세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자 우리 팔레스타인인 형제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RLC 활동가들은 시리아에서 소생하고 있는 더 광범한 민주주의 운동과 좌파 운동 안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를 더 키우고 더 탄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LC는 아사드 통치 기간 동안 시리아 내에서 지하 활동을 하거나 망명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단체다. 현재 혁명적 사회주의 활동가들이 직면한 도전 하나는 구 정권이 독립적인 정치 활동 일체를 탄압한 탓에 생겨난 정치 경험의 부재다. 작은 좌파 세력들을 단결시키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쟁점들로 싸우는 것이 향후 몇 개월, 몇 년 동안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아딜은 이렇게 말했다. “좌파는 거의 모든 지역의 시리아인들 속에서 대중적 기반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흔히 간과되는 지역 수준에 집중하고, 현 상황에 시의성이 있는 좌파 사상을 확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투쟁에 끌어들이고 시리아 좌파들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정당들과 전선을 꾸려야 합니다.”
아딜과 그의 RLC 동료 활동가인 할라와 사미르는 단결이 중요하고 거리 행동을 키워야 한다는 데서 의견을 같이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 우리는 시리아 전역에서 모든 부문의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거리에서 조직하며 정치적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사람들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그들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존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익히도록 대중을 이끌어야 합니다.”
세 활동가 모두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하는 것이 그 투쟁의 중요한 일부라고 덧붙였다.
“우리의 해방은 완전해야 합니다. 시리아 내의 불의, 억압, 기아뿐 아니라 외세의 점령에서도 해방돼야 합니다.”
시리아 현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전한다
새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맞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아 ‘혁명적 좌파 경향’ 소속 활동가 사미르와 할라가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관해 앤 알렉산더와 칼리드 시다흐메드에게 전한다.
사미르
HTS는 집권하자마자 자유 시장 경제로의 개편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네 달째 체불 중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아무런 증거 없이 전 정권의 잔당으로 몰아 임의로 해고하고 있습니다. 정권은 인력 감축을 위해 강제 휴직이라는 수단도 동원했습니다.
물가가 전보다 급등했습니다. HTS는 빵이나 연료 같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도 폐지했어요. 처음에는 피해를 입은 일단의 노동자들이 따로따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터에서 그런 결정이 통보될 때마다 10~12명의 노동자들이 일터 앞에서 종종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노동자들은 그 문제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고, 소규모 시위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지역과 부문을 뛰어넘는 공동 행동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각 주(州)의 노동조합 연맹 건물 앞에서 시위가 집중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런 협력이 2월 15일 결실을 맺어 큰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다마스쿠스·알레포·라타키아·수웨이다 등 여러 지역에서 시위가 일어났어요.

구 정권하에서 모든 노동조합은 정권의 철저한 통제를 받았습니다. 아사드 정권 몰락 후 노동자들은 조직으로 뭉쳐 권리를 요구할 힘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존 노동조합 기구가 여전히 남아서 협의와 시위 조직에 가동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위 참가 노동자들의 다수는 이런 노조들의 조합원입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는 여전히 기층의 움직임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구 정권에 충성하던 노동조합 관료들을 새 정부에 충성하는 자들로 교체했을 뿐입니다. 아사드가 몰락하기 전 내전 기간에 노동조합 내에서는 시위를 벌이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그것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내전 기간 동안 시위는 대체로 아사드 반대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국한돼 있습니다. 알레포 교외 지역과 뒤이어 시위가 벌어진 수웨이다 지역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노동조합은 시위에서 조직적으로 더 많이 기여했습니다.
수웨이다에서는 직능 단체들이 시위에 동참했고, 아사드 반대 세력이 장악한 다른 지역에서는 변호사 협회와 교사 노동조합,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이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그 노동조합들은 임금 인상과 고용 조건 개선 등 노동자들의 당면 요구를 걸고 시위와 파업을 조직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어요. 그러나 아사드 정권이 통제했던 지역에서는 그런 활동이 전혀 없었습니다.
할라
제 생각에, 현 시기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 하나는 노동자들에 관련된 모든 쟁점에 대응하는 것이에요. 생계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쟁점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이용해 모든 쟁점에서 투쟁해야 합니다. 시리아 여성들은 특히 내전 기간에 모든 분야에서 활약했어요.
2월 15일에 일어난 노동자 시위의 특징 하나는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참여는 현재 저희가 활동 중인 독립 노동조합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젊은 여성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노동조합 활동 경험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과거에는 그런 시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열의와 추진력이 상당하고, 많은 여성들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정말 고무적인 일입니다.
전쟁 때문에, 또 그동안 여성들이 온갖 부문에 진출해 왔기에 기층에서 우리 여성들이 하는 일은 남성들과 사실상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국은 아사드 정권이 만들어 낸 분열로 득을 보려고 노동계급을 종파, 종족에 따라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동지들이 표하는 연대는 우리가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단결 의식을 제공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