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역사학자가 말한다:
“LA 항쟁은 미국 국가에 맞선 다인종 노동계급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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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반파시즘 투쟁의 전통》(국내 미출간)을 공저한 역사학자 빌 멀른이 LA 항쟁, 국가 탄압, 인종차별에 맞선 저항에 관해 주디 콕스와 인터뷰했다.
로스앤젤레스(LA) 항쟁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항쟁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항쟁은 미국 국가에 맞선 다인종 노동계급 저항입니다.
이번 항쟁에는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의 울림이 깃들어 있습니다. 또 2020년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항의하며 분출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그 운동에서도 지금 보이는 특성이 많이 보였습니다. 광범한 노동계급의 자생적 항쟁이었고, 미국 국가를 적으로 규정했죠.
또, 지금 운동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부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잡혀간 노동자 중 일부는 일용직 노동자들입니다. 즉, 그들은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으로, 시민권이 있든 없든 모두 일자리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노동자들인 겁니다.
방대한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임시직 일자리를 구하려고 상점가에 나가 무작정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ICE는 바로 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똑같은 ICE가 컬럼비아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 마흐무드 칼릴을 잡아가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을 연행·구금·추방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생운동,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주노동자 운동이 한데 모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운동에는 다른 노동계급 사람들과 일부 중간계급 사람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LA가 진앙지입니다만, 백인이 인구 다수가 아닌 다른 노동계급 도시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ICE는 노동계급 공동체나 관련 단체에 속한 농민들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들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진보적인 노동조합의 하나인 전미서비스노조(SEIU) 지부장 데이비드 후에르타도 체포했습니다. 그래서 SEIU도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모든 시위에서 멕시코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LA가 멕시코의 일부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이 저항은 미국에 땅을 강탈당한 선주민들의 투쟁이기도 한 것입니다.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 투쟁의 기억이 모두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LA가 미국 제국과 제국주의의 유산에 맞서 싸우기 매우 좋은 전장인 이유기도 합니다.
제가 텍사스 남부 샌안토니오에 살 때 한 멕시코계 동료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국경을 넘어온 게 아니라 국경이 우리를 넘어갔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여전히 이 항쟁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같은 국가를 만들고 싶어 안달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하듯 흑인과 갈색 인종 사람들을 대하는 국가 말이죠.
그리고 그런 작업은 민주당의 지지하에 벌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구금·추방을 지지했습니다.
마흐무드 칼릴, 조지 플로이드, 데이비드 후에르타 모두 미국 국가가 벌이는 서로 연결된 전쟁에 맞선 이번 항쟁의 일부입니다.
트럼프는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둘러 무엇을 얻으려는 것입니까?
자본주의는 저임금 이주노동과 인종차별에 언제나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모순을 낳고, 이에 트럼프는 국수주의 쪽으로 판을 기울였습니다.
여러 해 동안 노동계급 사람들을 폭력으로 공격한 데 대한 계급적 분노가 깊이 고여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은 교육부를 없애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사회복지 안전망의 마지막 흔적까지 뿌리 뽑으려 했습니다.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자본주의 위기의 한 증상으로, 바로 그 위기가 노동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생사를 건 투쟁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현재 파시즘이 지척에 이르렀다고 여깁니다.
트럼프는 주방위군을 투입했습니다. 주방위군은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판결을 계기로 일어난 소요 때도 LA에 투입됐죠.
그런데 트럼프는 해병대도 동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군대가 미국 시민권자들을 상대로 투입되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트럼프 정권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 폭력을 구축해 미국 자본주의의 최후의 보루로 삼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권은 중국과의 경쟁에 몰두하고 있고, 국가 폭력을 동원해 자국민이 노골적 자본 축적을 감내하게 하려 합니다.
트럼프 정권은 자본들이 부와 권력을 지킬 새로운 전술을 고안하고 실험하는, 자본주의의 전위 부대 같은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권도 매우 무질서해서, 그들의 목표 지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짚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폭력에 의존해야 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현 상황에 밑거름을 제공했습니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하며] 탄압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될지, 얼마나 많은 체포와 추방을 저지르고도 무사할지 가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 LA에서 보는 것 같은 대응을 촉발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중 항쟁입니다. 우리는 [저항 때문에] 통치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줄곧 말해 왔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지금 LA에서 벌어지는 저항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흥미진진합니다. 미국은 제국의 그저 선봉 부대인 것이 아니라 제국의 심장부 그 자체입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 세계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트럼프는 국가의 무력을 탄압에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요?
아시다시피 법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법은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트럼프는 반란이라는 단어를 계속 들먹입니다. 1807년 반란법을 발동하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 법은 미국 역사에서 노동운동을 상대로, 노예 반란을 상대로 거듭 사용돼 왔습니다.
미국에는 반(反)노동계급적이고 억압적인 조처들이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이는 노예제의 잔재입니다.
인종차별은 언제나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에 깔려 있었습니다. 주방위군 투입은 과거로의 회귀입니다만, 제 생각에 지금의 항쟁은 더 희망적입니다. 이미 여러 도시에서 항쟁이 분출했고 더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미 주류 언론에서는 지금이 트럼프 정부의 성패가 결정될 순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트럼프가 저항 때문에 탈선하지 않고 이민자 추방 정책을 관철할 수 있을지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는 우리가 거리를 사수해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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