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머스크 충돌이 반영하는 트럼프 연합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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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나쁜 소식이 아닌 뉴스를 접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관계가 파탄 나는 과정은 참으로 즐거웠다.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지도자 스티브 배넌이 머스크를 불법 체류 혐의로 수사하라고 요구하고 머스크 자신이 트럼프를 맹비난하는 것을 읽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옛말에, 도적들이 서로 싸우면 … [정직한 사람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 역자.]
그런데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그저 오만한 두 자아의 충돌일까? 평소에는 미국 정치를 매우 날카롭게 논평하던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둘의 결별이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예산안 — 역자]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그 예산안이 미국 재정 적자를 크게 키울 것이라며 “역겨운 흉물”이라고 비난했다.
루스는 “두 남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더 유용한 렌즈는 재정 기조가 아니라 심리학”이라고 주장한다. 글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사실 둘의 결별은 트럼프가 재러드 아이작먼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지명했다 철회한 것에서 시작된 듯하다. 아이작먼은 머스크를 따르는 억만장자 파벌의 한 명이고, 머스크의 우주 사업인 스타링크는 NASA와의 계약에 크게 의존한다.
이처럼 그 갈등에는 머스크의 물질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그 결정은 갈등의 진정한 원인이었다기보다는 머스크의 영향력이 백악관에서 약화되고 있던 것의 반영에 더 가까운 듯하다. 트럼프의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은 트럼프 연합 내의 더 심각한 긴장을 드러낸다.
역사가 매튜 카프는 트럼프의 예산안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한다. “기업과 부자에게는 막대한 선물을 주고, 노동하는 다수에게는 알량한 경품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긴축을 강요하며, 부채 폭탄으로 그 비용을 대고 이 모든 것을 애국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카프가 강조하듯이 이는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대통령 재임 — 역자] 이래 공화당 정부들이 되풀이해 온 행태였다. 관세 문제만 빼면, 1~2기 트럼프 정부 모두 그 전통에 확고하게 발 딛고 있다. 게다가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는 하도 번복을 거듭한 탓에 타코(TACO)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럼프는 언제나 먼저 꼬리를 내린다’의 영어 앞 글자를 딴 별명이다.
2024년에 트럼프를 지지한 머스크와 그 밖의 실리콘 밸리 기술 기업주들은 왜 이제 트럼프의 예산안에 반대할까? 그 예산안이 가난한 사람들의 조건을 공격한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서 머스크는 안 그래도 알량하기 짝이 없는 연방 복지 제도를 앞장서서 공격한 바 있다. 그는 때때로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를 인용하며 국가를 훨씬 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反)국가주의는 거대 기술 기업들의 염원을 반영하는 면이 있다.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은 자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규제 시도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머스크와 그 일당은 또한 국가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 많은 기술 기업주들의 후원자인 극우 피터 틸의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계약을 맺고 있다. 머스크의 기업도 미국 정부로부터 380억 달러를 받는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은 세계 자본주의에 통합돼 있다. 그래서 때때로 트럼프의 초(超)애국주의를 거부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애국주의는 트럼프 연합 안에서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도 아니고 기술 기업주들도 아닌 제3의 세력에게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배넌은 진짜로 파시스트다. 그는 미국 사회의 일부를 공화당이라는 틀 안에서 활동하는 반동적 대중 운동으로 조직하려 한다. 배넌은 복지 삭감에 반대하고, 관세를 지지하고, 부자 증세를 원한다.
배넌은 또한 극렬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는 자의적 체포·구속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체포·구속적부심사 제도를 중단시키고 “불법” 이주민 1,000만 명을 강제 추방하라고 트럼프에게 촉구했다. 또, 배넌은 머스크를 “사악한 인간”이라고 일컬으며 그와 정면 충돌했는데, 머스크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들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악관과 머스크의 분열은 트럼프식 정치의 근저에 있는 깊은 모순을 드러낸다. 그 결과 빅테크 기업주들은 트럼프가 머스크의 기업 제국뿐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보복하려 들까 봐 겁에 질려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실리콘 밸리의 자금줄이자 거액의 공화당 후보 기부자”의 말을 인용한다. “일론은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그의 회사에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한 사람들의 전화도 안 받는다. … 지금 실리콘 밸리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따라서 트럼프 연합은 (마르크스가 자본가 일반을 가리켜 쓴 표현을 빌리면) 실로 “서로 싸우는 형제들”의 무리다. 단호한 대중 운동이 일어난다면 그 운동은 그 분열을 이용해 그들의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미국 좌파는 빨리 좌절감을 털고 일어나 그런 운동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트럼프의 이주민 단속에 맞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시위가 그 시작이 되길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