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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LA 현지 취재:
“경찰은 우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겁주려고 합니다”

6월 14일 로스앤젤레스(LA) 거리는 미국 국가의 권위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고무탄과 최루탄, 섬광탄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토머스 포스터가 보도한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매번 폭력을 먼저 행사하는 쪽은 경찰이었다.

6월 14일 토요일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노 킹스’(“왕 노릇 말라”) 시위가 열린 가운데 LA에서도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는 아침에 평화롭게 시작됐으나 경찰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잔혹하게 대응했다.

고무탄, 최루탄, 기마경찰 등을 총동원해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 ⓒ출처 Alex Brittenham

오후 4시에 경찰은 대대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먼저 기마경찰이 LA 도심의 한 거리를 따라 돌진하며 시위대를 몰아냈다. 그런 뒤 경찰은 시위대를 토끼몰이하며 거리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4시 15분에 경찰은 공격 수위를 더 높여 군중을 향해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 그 후 몇몇 거리에서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섬광탄도 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고무탄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경찰이 비무장 평화 시위대를 향해 마구 쏴댄 고무탄들이 쉭쉭 공기를 가르며 지나갔다.

기자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고무탄에 맞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섬광탄, 고무탄, 최루탄을 쏘는 것은 저들인데, 누가 선동꾼이냐고요? 망할 짭새들.”

연대의 손길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구급함을 가진 시위대가 피흘리는 사람들에게 붕대를 감아줬다. 물과 최루탄 중화제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마스크와 복면도 나눠줬다.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무사한지 수시로 확인했다. “경찰은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우리를 이렇게 대합니다.” 한 시위 참가자의 말이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최루탄과 섬광탄을 피해 온 시위대는 이내 다시 경찰과 대치하러 갔다. 그렇게 전선이 재구축되고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이어졌다.

고무탄에 맞아 잠시 인도에 앉아 쉬던 한 시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전진해 오지도 않고 어떠한 신호도 없이 갑자기 쏘기 시작했어요. 저는 시위에 매일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저는 다시 전선으로 가 보겠습니다.” 이윽고 경찰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이 놈들아, 또 쏴 봐!”

시위대는 경찰 폭력에 밀려나더라도 이내 다시 모여 대치를 이어갔다 ⓒ토머스 포스터

시위대는 땅에 떨어진 최루탄을 집어 들어 경찰에게 다시 던졌다.

또 다른 시위자는 최루액을 씻어 내려고 눈에다 물을 들이부은 뒤 다시 경찰과 대치하러 갔다. 시위대는 목청이 떨어져라 외쳤다. “ICE(이민세관단속국) 꺼져라!”

시위대는 자신들이 물러났던 곳으로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갔다. 그러고는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평화 시위, 평화 시위”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를 토끼몰이 하려 했고, 수천 명이 시청으로 후퇴했다. 걷지 못하는 부상자는 넷이서 들어 날랐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걸어오는 시위자들도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외쳤다. “대오를 유지 하세요! 도망가지 마세요!” 경찰이 일제히 고무탄을 쏘기 시작했다. 방어선 맨 앞의 시위대는 철제 울타리를 바리케이드로 쓰기 시작했다.

오후 6시 경찰은 전면 공세에 나서 자신들의 무기를 총동원했다. 고무탄, 섬광탄, 최루탄 등을 몽땅 퍼부었다. 모든 곳에서 최루탄 냄새가 그득했고 시위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선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원래 우리를 보호하고 봉사해야 하는데, 지금 저들은 우리를 겁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분노, 달리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깊은 불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습니다. …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민자들을 증오했고 이런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이선 씨는 ICE를 비난했다. “ICE는 학교 졸업식이나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는 자리를 덮쳐서 지역사회의 일원들을 불법적으로 납치하고 있습니다.”

이선 씨는 운동의 진로가 무엇이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 압력을 키워야 합니다” 하고 덧붙였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의 일원들을 납치해 가도 괜찮다는 뜻으로 읽힐 것입니다.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어요.”

6월 14일 미국 국가는 권위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계속해서 거리로 나오겠다는 사람들의 결의는 꺾이지 않았다.

보건 노동자인 애슐리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권좌에 앉은 자들이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저항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때를 놓쳐 파시스트 정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키아나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너무나 많은 잔혹한 행위들을 보며 무감각해져 있었습니다.

“지금 시위들은 우리가 굴복하지 않았고 ICE에게든 군대에게든 겁먹지도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희망을 느껴요”

토요일 LA는 축제 분위기였다. 공식 조직이나 진행 요원의 통제는 거의 없었고, 시위의 시작이나 끝을 알리는 연설도 없었다. 그 대신 도심 곳곳을 누비는 자생적인 행진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하루종일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연방 기관 청사 주변에는 시위대가 끊이지 않았다.

LA 도심에서 일하는 엠마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단결하는 광경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희망을 갖게 됐어요.”

“트럼프는 우리 모두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우리 모두 저마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한데 뭉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정말 뭉클해져요.”

그녀는 “희생양에게 책임 떠넘기기는 오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울 것 없는 수법이지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꾸 쓰이는 것이죠. …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분열 지배 전술의 표적이 되기 쉽고, 그 사실에 화가 나고 또 슬픕니다.”

엠마 씨는 “단결과 사기를 유지하는 것”과 “계속해서 거리로 나와 싸움을 이어가는 것”을 저항의 진로로 꼽았다.

“부모님을 위해 있는 힘껏 싸울 겁니다”

트럼프가 지난주 대규모 이민자 단속 지역으로 LA를 선택한 이유는 LA가 이주민 인구가 많은 다인종 노동계급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LA를 본보기로 삼으려 한 것이다.

ICE가 이민자들 사이에서 공포와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지만, 저항과 희망도 생겨나고 있다. 많은 시위 참가자들은 1세대 이민자의 자녀들로, 미국에서 두려움 없이 살 권리를 위해 투쟁할 각오가 돼 있다.

이민자 부모를 둔 금융 노동자 미구엘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 부모님은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있는 힘껏 싸우셨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을 위해 당연히 똑같이 싸울 것입니다. 저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 시위에 나온 것이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기존 사회의 정상 작동에 큰 차질을 주고, 많은 사람들이 불의에 맞설수록, 트럼프의 집무실에 그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질 것입니다.”

미구엘은 “단결”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저는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해 줘야 합니다. 단지 ICE에 맞설 때만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등 모든 쟁점에서 그래야 합니다.”

“한때 저는 보수였지만 트럼프 때문에 변했습니다”

LA 항쟁은 많은 사람들을 급진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지금 트럼프의 공격에 맞서 민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트럼프에 맞설 힘을 거리에서 찾으려 한다.

영화 감독이자 촬영 감독인 리처드 씨는 자신이 “한 평생 보수였는데 트럼프가 나타나서 변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제가 변한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이민자이고, 제 친구들도 모두 이민자입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들의 인종차별주의를 애국으로 포장하지 마라.”

한 행진 차량에는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추방하라.” 미국 헌법이 적힌 거대한 현수막을 들고 온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

퀴어 활동가인 제프리 씨는 “ICE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화를 참을 수 없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독재자 내지 왕이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에 반대합니다. … 팔짱 끼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취약한 집단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어떤 시위자들은 [이민세관단속국의 약어가 얼음을 뜻하는 영어 단어(ice)와 같다는 점을 이용해 — 역자] “얼음은 갈아서 주세요,” “얼음을 녹여라,” “망할 놈의 ICE 때문에 테킬라도 얼음 빼고 마신다,” “얼음은 미국이 아니라 커피에” 등의 팻말을 집에서 만들어 오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트럼프 정권 전체가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백인이 아닌 모든 이들을 공격하려는 것이 저들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나는 그들에게 투표했는데 그들은 무르게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의 배신도 지금 사태에 크게 한몫했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분열하는 것이야말로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소수자, 성소수자, 빈민을 적대시합니다.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합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저들이 아니라 우리임을 보여 줘야 합니다.”

많은 이민자들이 강제 추방당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토머스 포스터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다 ⓒ토머스 포스터
"이민세관단속국 꺼져라!" ⓒ토머스 포스터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 ⓒ토머스 포스터
트럼프 정부는 과거 멕시코에 속했던 LA에서 남미계 이민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토머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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