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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수백만이 “왕 노릇 말라” 외치며 행진

6월 14일 토요일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트럼프 행진이 벌어져 투지를 드러내 보였다. 이날 행진은 트럼프 취임 이래 가장 광범한 반트럼프 행동이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한 무리의 참전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평화적 연좌 시위를 벌였다.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왕 노릇 말라” 시위. 이날 2000곳이 넘는 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Stand Up America

그들은 다음과 같이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개뼈다귀가 아닌 복지를,” “파시즘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들.” 그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됐다.

미국 동부 해안 도시 보스턴·필라델피아부터 서부 해안 도시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심지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도 시위가 여럿 벌어졌다.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시위에 참가해 “왕이 아니라 미래를”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전역에서 2,000개 넘는 시위가 벌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1만 5,000명,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2만 명,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7만 명,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최대 10만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20만 명 규모의 뉴욕 시위에 참가한 변호사 마케일라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변호사로서 저는 제 나라가 파시즘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추산에 따르면 이날 약 50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왕 노릇 말라” 시위는 트럼프가 이날 벌인 역겨운 열병식에 분노해 조직된 것이다.

그 열병식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살상 군사 집단인 미군의 창설 250주년을 기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트럼프의 79세 생일이기도 했다.

이 열병식은 국외에, 또 당연히도 국내에 있는 트럼프의 적들에게 거창하게 힘자랑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왕 노릇 말라” 시위. ⓒ출처 Ken Fager (플리커)

“왕 노릇 말라”에는 정치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트럼프가 “미국적 가치에 반한다”고 보는 공화당 지지자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있다. 또 트럼프의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입국 금지 조처, 트랜스젠더 혐오, 교육과 의료와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포괄적 공격에 반대해 행진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이 시위는 트럼프 정부가 벌인 참극에 맞선 정면 대응이었다.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입국 금지 조처, 트랜스젠더 혐오, 공공 서비스에 대한 포괄적 공격을 멈추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실로 기운을 북돋는 장관이었다.

트럼프는 열병식에 4,500만 달러[약 615억 원]를 썼다. 이에 “왕 노릇 말라” 시위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나왔다. “열병식할 돈이 있으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보험)에 쓸 돈도 있다.”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한 동기는 다양하지만, 그들 모두는 국가의 무력 탄압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주에서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도로 점거 시위대를 밟고 지나갈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만이 아니다. 트럼프에 맞선 저항,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자 단속에 격분해 지난주 분출한 저항에서 영감을 받아 거리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행진이 벌어졌는데, 그중에는 공화당의 아성인 주들도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KKK 반대, 파시스트 반대,” “ICE(이민세관단속국) 반대”를 외쳤다.

애틀랜타에서도 수천 명이 거리를 행진해 리버티플라자 앞에 모였다. 시위 참가자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이 들고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한 번 하고 마는 시위가 아니라 운동입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 소설 《핸드메이즈 테일》[국역: 《시녀 이야기》, 황금가지, 2018]을 연상시키는 붉은 로브[가운 형태의 예복]를 입은 여성들이 대열을 크게 지었다.

필라델피아의 러브파크에서도 수만 명이 행진했다.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온 많은 팻말에 멕시코 전통 음식 타코가 그려져 있었다. “트럼프는 언제나 먼저 꼬리를 내린다(Trump Always Chickens Out, ‘타코’)”에서 따온 것이다.

“왕 노릇 말라” 시위는 트럼프를 향한 분노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가장 최신 사례다.

시카고에서 열린 “왕 노릇 말라” 시위 ⓒ출처 Paul Goyette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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