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 트럼프 운동:
이민자 공격에 맞서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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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명이 참가한 6월 14일 “왕 노릇 말라” 행진 이후 언론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지의 저항 소식이 자취를 감췄다. 언론들은 민주당 소속 LA 시장 캐런 배스가 17일에 통금령을 해제한 데 초점을 맞추며 상황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투로 보도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단, 배스가 통금령을 취소한 것은 광범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은 물론이고 ‘LA 다운타운 주민회’ 같은 동네 모임들도 배스의 통금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무엇보다 저항은 매일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LA뿐 아니라 뉴욕·댈러스·디트로이트·샌프란시스코·시애틀·시카고·필라델피아·휴스턴 등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맞선 시위가 잇달아 벌어져 진압 부대와 충돌했다.
저항에 압력을 받은 ICE는 단속 방식을 바꿔야 했다. 드론·장갑차 등을 동원하는 군사 작전식 대규모 단속은 현격히 줄었고, 대신 소수 요원들이 항의를 피해 암행하며 이민자를 한두 명씩 납치하는 방식이 늘었다.
LA에서 활동하는 이민자 방어 운동가 빅터 페르난데스는 트럼프 정부가 “사람들이 대규모 단속에 경악해 대규모 행동으로 맞선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저항자들은 순찰대를 꾸려 ICE 단속을 감시하고 긴급 대응을 조직하고 있고,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페르난데스는 전했다. “이전에는 두 단체가 긴급 대응을 조직했는데, 이제 월세 미납자 퇴거 반대 운동 단체와 몇몇 노동조합 분회도 가세했습니다.”
저항자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ICE에 맞서고 있다. LA의 ICE 요원들이 항의 시위를 피해 연방정부 건물에서 퇴거하고 LA다저스 야구장 주차장으로 현장 사무소를 옮기자, 시위대는 그곳까지 쫓아가 며칠 내리 시위했다. 압력을 받은 다저스 구단은 결국 ICE 요원들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6월 19일에는 전미농구협회(NBA) 결승 경기가 열리던 인디애나폴리스의 경기장에 ICE 요원들이 검문소를 차리자, 농구 팬들이 즉석에서 항의해 그들을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 이 항의는 같은 날 대규모 도심 시위로 이어졌다.
이런 전투적 항의와 거리 시위가 계속되고 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거리 시위가 추가로 계획되고 있다. 반 트럼프 운동 단체 ‘50501’은 미국 독립기념일 명절인 7월 4일을 기해 ‘미국을 해방시키자’ 전국 동시다발 시위를 발의했다. 그 전주인 6월 28일에도 동시다발 행동이 논의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가 이란을 폭격한 이후 6월 22일에는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뉴욕, 보스턴, 볼티모어, LA 등에서 수천 명 규모의 전쟁 반대 시위가 열렸다.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이 시위를 주도했다.
미국 안에서는 이민자 등 서민을 핍박하고 미국 밖에서는 제국주의적 전쟁 몰이로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트럼프에 맞서, 운동들이 더 전진하기를 바란다.
저항을 확대·심화하려면
미국 노동자 서민들이 LA 등지에서 벌이는 저항은 큰 영감을 준다. “노동계급이 살아 움직이는 광경”이라고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LA 특파원 토머스 포스터는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강연에서 전했다.
운동은 매우 전투적이고 온갖 행동이 곳곳에서 만발하고 있다. 항쟁에 참가하는 UCLA 노동자 제임스는 이렇게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인상적인 행동들을 훌륭하게 벌입니다.
“하지만 이 운동에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행동을 조율할 수단이나 통로가 없습니다. 기성 언론이 우리를 외면할 때 진실을 알릴 수단도 필요합니다. 저항을 지속하려면 그런 틀을 갖춰야 합니다.
“ICE에 맞서는 긴급 대응팀들이 그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조직이 강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질문은 더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입니다.”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BLM)의 경험은 유익한 교훈을 준다.
2020년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살해당한 후 즉각 항의가 분출했다.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에 분노한 사람들은 경찰서를 불태웠다.
뒤이어 대규모 거리 시위가 확산됐다. 미국 전역에서 석 달간 연인원 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대규모 운동의 힘으로 살인자 경찰이 감옥에 갇히고(흔치 않은 일이다) 트럼프의 2020년 재선 가도가 막혔다.
하지만 BLM에는 중요한 한계도 있었다. 이 운동은 분명 투쟁적이었지만 운동을 전진시킬 전략 문제에서 중요한 공백이 있었다. 충만한 자생성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운동을 확산시키는 BLM의 방식은 그 공백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어렵게 했다.
그런 정치적 공백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BLM이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인종차별과 미국 국가의 힘에 맞서며 거듭 도전이 제기됐다.
반면 민주당은 대중의 변화 염원을 자신의 투표로 포섭하는 데에 매우 능숙했고, 정체성 정치와 BLM의 정치적 공백을 이용해 운동을 바이든-해리스 투표로 순치시킬 수 있었다.
지금 반 트럼프 운동에는 투쟁성과 자생성이 충만하고 운동 참가자들 사이에는 민주당에 대한 광범한 환멸이 있다. 그러나 운동의 진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백이 있고, 그 공백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파업
2020년 BLM 때는 거의 구현되지 못했지만, 인종차별과 국가에 맞서 저항이 심화하는 최상의 형태는 일터로 확대돼 노동계급이 자기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강력한 잠재력이 있다.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조직을 구축하고, 이주/정주 배경을 뛰어넘는 단결을 경험한다. 무엇보다 노동자 파업은 이윤 시스템을 교란시켜 트럼프 정부와 그 정부가 이롭게 하는 지배자들에게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이주 노동자들도 그런 힘이 있다. 현재 미국 전체 노동 인구의 약 14퍼센트가 이주노동자이고, 팬데믹 이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주 노동에서 나왔다(CNBC). 그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아서 가할 수 있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그 힘이 발휘된 역사적 경험도 있다. LA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1975년에 최초로 파업한 이래로 여러 차례 유의미한 투쟁을 벌였다(영화감독 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1990년대 LA에서 일어난 이주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루고 있다). 2006년에는 LA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이민 단속 강화에 항의하는 하루 총파업을 주도해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
노동자들의 이런 힘은 트럼프하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층 극우들에 맞서는 데에 동원될 수도 있다.
재선 직후 트럼프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극우 대부분을 사면했는데, 그들은 개중 가장 악랄하고 경험이 풍부한 자들이다. 2020년에 이들은 BLM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행동에 나서 시위대를 사살했다.
현재 기층 극우 인자들은 ICE 등 미국 법집행기관에 종사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의 무력과 기층 극우가 얽혀 있는 것이다.
미국(과 나머지 세계)에서 극우의 준동이 2020년보다도 더 심각해진 지금, 그들에 맞서려면 반 트럼프 운동도 거리와 일터 모두에서 위력을 배가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트럼프와 극우를 낳은 시스템에 맞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는 좌파가 저항 속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