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군인이 활보하는 워싱턴DC:
트럼프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다른 도시들로 확산하려 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DC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거리에는 여전히 군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8월 마지막 주에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그 군인들에게 총을 들고 다니라고 명령했다. 그 후 소총과 권총을 든 군인들이 워싱턴DC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워싱턴DC에서 사형 제도가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다른 도시들로 확산하려 한다.
워싱턴DC에는 주방위군이 투입됐을 뿐 아니라 경찰도 더 많아졌다. 연방 경찰관 수백 명이 동네를 들쑤시며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있다. 18세 학생 필립 아바탄은 그렇게 많은 경찰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인간 이하라는 느낌이 든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는 워싱턴DC가 범죄로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였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치안을 대신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 워싱턴DC가 “폭력 갱단, 피에 굶주린 범죄자, 유랑하는 청년 폭도, 마약에 찌든 미치광이, 노숙자들에게 장악됐다”고도 주장한다.
군경 수천 명이 밀려드는 것을 보며 워싱턴DC 주민들은 집 밖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워싱턴DC에 투입된 병력에는 3개 주 이상의 주방위군 이외에도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연방보안관 등 최소 16개 연방 기관의 인력이 포함됐다.
주민들이 SNS에 공유한 영상을 보면 복면을 쓴 자들이 사람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케이블타이로 손을 묶고, 아무런 표식이 없는 차량에 태워 납치하고 있다.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쫓겨나고 있다. 8월 11일 이후 1,000명 넘게 체포됐고 이들의 압도 다수는 흑인이다.
또한 트럼프는 행정명령으로 ‘보석금 없는 석방’ 제도를 없애려 한다. 보석금 없는 석방 제도가 사라지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피의자뿐 아니라 보석금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도 구금될 것이다. 이는 빈곤층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행태를 악화시키고, 빈부에 따라 차별하는 형사 체계를 낳을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워싱턴DC의 강력 범죄는 2024년에 최근 3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퍼센트 낮다고 추산된다.
트럼프의 진정한 의도는 범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군사화 되고 감시·통제가 두드러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흑인과 갈색인종 등 “미국인답지 않은” 모든 사람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도록 만들려 한다. 또한 사람들이 공포에 주눅 들고, 이웃을 의심하고, 사기 저하 속에 움츠리도록 만들려 한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그런 시도를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DC의 민주당 시장인 뮤리엘 바우저는 자신을 뽑아 준 이들과 트럼프의 탄압 능력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녀는 트럼프가 연방정부 권한으로 워싱턴DC를 통제한 것을 이렇게 추켜세웠다. “각종 연방 요원을 크게 증파해 줘서 무척 고맙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ICE 요원들이 복면을 쓰고 다니는 것과 주방위군을 파견한 것에는 반대했다. 주민들과 경찰 사이의 “신뢰를 깨뜨린다”는 이유였다.
워싱턴DC 주민의 약 80퍼센트는 트럼프가 현지 경찰을 대신해 치안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 지역의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도 트럼프의 이런 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주민 단속에 항의하는 반란이 분출했을 때처럼, 워싱턴DC를 감시·통제 강화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 한다.
트럼프가 겨냥하는 도시와 주들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반면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거나, 지지받는 당이 선거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곳들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무력을 과시하지 않고 있다. 그가 최근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위협한 곳은 [민주당의 아성] 일리노이주 시카고다.
이처럼 군사주의가 삶의 모든 영역으로 침투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더 커다란 위기를 반영한다.
트럼프는 경제적 안정과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내내 관세를 발표하면서 세계경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또 트럼프는 자신이 평화 대통령이 될 것이고 당선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도, 팔레스타인에서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트럼프는 대선 때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고, 그를 지지한 이들이 마땅히 기대하는 것을 이뤄 줄 시간은 점점 바닥나고 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이주민 추방 계획도 모순에 부딪혀 있다. 트럼프는 ICE를 동원한 이주민 단속을 광범하게 펼치고 있지만, 미국 역사상 이주민을 가장 많이 추방한 정부라는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그 어떤 유의미한 것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적나라한 힘에 기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