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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 대통령실 앞 난민 인정 촉구 집회 연다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이 한국 법무부와 사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10월 14일(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그리고 자유와 정의, 인간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분들의 연대와 지지를 간곡히 호소”했다.

또한, 신속한 난민 인정 등 요구사항과 자신들의 사연을 담은 서한을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회, 법무부에 보내며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의 엘시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탄압받은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들이다. 이집트에서 투옥과 고문, 재산 몰수,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2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난민들도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혹독한 탄압을 피해 2018년 한국에 와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신청자라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으로 오랜 시간을 버텼지만, 2024년 말경 한국 법무부는 이들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의 난민 심사는 매우 배척적이었다. 난민들이 이집트에서 겪은 온갖 박해와 탄압, 귀국 시 직면할 위험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무작정 이를 가짜로 치부하며 증거를 더 내라는 식이었다.

법무부는 현재 이집트가 난민들에게 위험한 군사 독재 체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듯 보였다.

설령 박해받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난민들이 고위직이거나 유명 인사가 아니라면서 귀국해도 이집트 정부의 주목을 받아 다시 박해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우겼다. 이는 매우 계급 차별적이다. 권력이나 돈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 탄압에 더 취약하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한국에서 윤석열이 쿠데타를 기도했을 때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군경과 대치했던 수많은 보통의 노동자와 시민, 청년, 학생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는 더욱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1월 9일 재한 이집트인들이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난민 인정 소송에 연대를 호소하는 리플릿을 나눠주고 있다 ⓒ이미진

난민들은 어떻게든 공식 난민 인정을 받으려고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사법부도 군사 독재에 맞서 싸웠던 이집트인 난민들에게 냉혹했다. 법원은 법무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최근 29명의 이집트인 난민들 상당수에게 1심 혹은 2심에서 차례로 난민 불인정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이는 비단 우리 이집트인 난민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비인간적 난민 불인정 판결에 항의하며 우리의 실상을 알리고 즉각적인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기로 했”다고 이번 행동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난민 불인정에 대한 분노와 고통을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는 조국에서 정치적 신념을 지킨 대가로 모든 것을 잃었고, 2018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8년을 보낸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

“현재 우리는 일할 권리도, 의료 보장도 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마저 지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남겨 놓고 있지만, 이 또한 우리 이집트인 난민들에게 전혀 우호적이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많은 경험과 다른 난민 신청자들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사법부 또한 난민 인정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한 해에 소송을 통한 난민 인정 건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자유와 정의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집트의 정치수 석방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특히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이집트인 커뮤니티를 동원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등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2022년에도 법무부 앞에서 수개월 동안 농성하고 한국인 연대자들과 함께 서울 도심 집회와 행진을 하며 자신들의 난민 인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인들과 유대감을 쌓고 한국 대중에게 난민의 존재를 알렸다.

이번 행동에 나서는 이집트인 난민들의 일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난민 인정 소송에 제출할 탄원서 연명과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왔다. 군사 쿠데타에 맞서 싸웠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 덕분에 윤석열 퇴진 운동 참가자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6,000여 명이 해당 탄원서에 동참한 가운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도 탄원서에 서명했다.

한국 법무부와 사법부에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이집트인 난민들의 행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연대 호소문

우리는 2013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이집트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아 한국으로 피신한 이집트 출신 정치 활동가들입니다. 우리는 조국에서 투옥과 고문의 위협을 받았고 재산을 몰수당했으며, 생명의 위협 속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조국에서 정치적 신념을 지킨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2018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8년을 보낸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난민 신청 후 조국에서 겪은 온갖 박해와 탄압의 증거들을 제시했고, 또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직면할 위험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우리에게 난민 불인정을 통보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2024년 말 난민 인정 소송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정말이지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최근 29명의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에게 차례로 난민 불인정을 판결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우리 이집트인 난민들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에 우리 29명(10월 11일 현재)의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비인간적 난민 불인정 판결에 항의하며 우리의 실상을 알리고 즉각적인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기로 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일할 권리도,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지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남겨 놓고 있지만, 이 또한 우리 이집트인 난민들에게 전혀 우호적이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많은 경험과 다른 난민 신청자들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특혜가 아닙니다.

단지 국제법과 난민협약에 명시된 보호를 받고,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인정받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는 이번 주부터 평화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합니다. 그 첫 행동으로 우리는 10월 14일(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여,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 우리의 실상을 알릴 예정입니다.

이에 한국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그리고 정의와 자유, 인간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분들의 연대와 지지, 집회 참가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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