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재한 이집트인들의 난민 인정 촉구 집회:
“8년간의 고통, 우리 난민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10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집회’에 이집트인 가족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미진

10월 14일(화)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이 한국 법무부와 사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며, 이를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들 70여 명이 모였다.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많이 참가했다. 불안정한 처지임에도 용기 있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엘시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탄압을 받고 한국에 와서 8년째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매우 불안정한 처지로 살고 있다.

이들은 법무부의 결정에 불복해 난민 인정을 위한 소송까지 했지만, 최근 사법부는 연달아 난민 불인정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집회장에는 이들의 목소리를 한국어, 영어, 아랍어로 적은 팻말이 놓여 있었다. “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외면하지 말라,” “8년의 고통, 이제는 멈춰라!,” “난민에게 정의와 보호를,” “이집트 민주화 운동가 외면하는 한국 법무부·사법부 규탄한다,” “한국의 인권은 어디에?”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집회’에서 이집트인 솔리만 씨가 사회를 보고 있다 ⓒ이미진

집회 사회를 맡은 이집트인 난민 솔리만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난민 신청을 하면서 모든 증거와 자료들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청 등 관계 당국에 의해서 고의적인 지연과 압박,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집트인 난민들을 대표해서 알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어떤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존엄과, 정치적 망명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들의 난민 신청 자료들과 파일들을 즉각 재검토하기 위한 개입을 해 주십시오. 법무부가 더 이상 우리들의 난민 인정과 한국에서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절차를 가로막지 못하게끔 제동을 걸어 주시기를 바라고 요구합니다. …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의 엘시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탄압받은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들이 이재명 정부에 난민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한 이집트인 어린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집트인 난민 어린이는 또박또박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통령님, 저희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 주세요. 저는 한국을 좋아하고 친구도 많아요. 저는 이곳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정의를 주세요. 저희 같은 아이들이 공부하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국인들도 연대의 목소리를 보냈다.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정책실장인 홍덕진 목사, 박혜성 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임준형 노동자연대 활동가가 발언했다. 한국인 연대자들은 한국에서도 군사 독재 정부에 맞서 싸워 민주화를 이룬 역사가 있음을 언급하며,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한국 정부가 마땅히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거리의 목사’로 불리는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홍덕진 목사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대한민국에서도 지난 군사 독재 정권하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아 온 일들을 생각할 때, 충분히 이들의 아픔에 동병상련의 생각을 가지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한국 법무부와 사법부는 정말 이들의 아픔을 깊이 생각해 주기를 촉구합니다.”(최헌국 목사)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온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이며 공동체로서의 윤리적 응답입니다.”(홍덕진 목사)

또한, 연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쿠데타를 막아선 사람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마땅히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이집트인 난민들의 인정 요구 서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후원해 주셨다고 합니다. 윤석열 쿠데타 청산을 바라는 사람들은 이집트인 난민 인정도 바라고 있습니다.”(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

“윤석열 쿠데타를 저지한 평범한 사람들 덕분에 지금 이재명 정부가 집권할 수 있었습니다. 쿠데타의 밤 시민들에게 국회로 달려와 달라고 직접 호소한 것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그런 만큼, 이재명 정부는 더욱 더 민주화 운동가 난민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임준형 노동자연대 활동가)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은 집회 이후 대통령실로 찾아가 대통령에게 자신의 요구와 각자의 사연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계속해서 행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앞으로의 행동에도 함께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임준형 노동자연대 활동가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난민을 즉각 인정하라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집회’에 참가한 이집트인과 한국의 연대 활동가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자유를 염원하는 손동작을 하고 있다 ⓒ이미진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집회’를 마친 이집트인들과 한국의 연대 활동가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진
난민을 환영한다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의 난민 지위 인정 촉구 집회’에서 한국의 연대 활동가들이 난민 환영 팻말을 들고 있다 ⓒ이미진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이 대통령실에 각자의 사연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진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