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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이집트인 난민 인정 투쟁:
“연대 운동을 보면서 혼자가 아니고 희망이 있다고 느낍니다”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의 난민 인정을 위한 운동이 차츰 지지와 관심을 넓혀 가고 있다.

8월 법무부는 이집트인 난민 10여 명에게 무더기로 난민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난민이 아니라고 결정한 1차 심사에 대한 이의신청마저 기각한 것이다.

이들은 2011년 시작된 이집트 민주 혁명에 앞장섰던 정치 활동가들이다. 무바라크 친미 독재 정부를 무너트렸던 이집트 혁명이 2013년 현 엘시시 군부 독재 세력의 반혁명 쿠데타로 무너지자,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혹독한 탄압을 받고 한국으로 피신했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등 자유와 정의를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로의 버팀목 이집트인 활동가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를 선창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진

법무부의 결정으로 이집트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집트인 난민들은 곧바로 난민 인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이집트인 난민 인정을 위한 모임’(이하 ‘모임’)을 꾸리고 10월 5일 연대 운동을 시작했다.

이집트인 난민들이 소장을 접수한 날짜에 따라 11월부터 각자 첫 변론 기일이 잡히고 있다. 모임은 향후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고 있다. 또한 소송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대의에 공감하는 변호사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송을 맡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이 2, 3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 각종 증거의 번역 비용도 필요해, 불안정한 처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집트인 난민들에게는 모금도 절실하다.

지금까지 250여 명이 탄원서에 연명했고, 240여만 원의 모금이 이뤄졌다. 한 탄원서 작성자는 “독재정권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에게 따뜻한 환대와 연대가 있기를” 하고 지지 메시지를 남겼다. “이집트인 난민 연대”, “힘내세요!” 등의 입금자명으로 응원의 말을 전하며 모금한 사람들도 있었다.

모임은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집회 현장에서도 탄원서를 받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종종 관심을 보이며 유인물을 받아 가거나 탄원서 작성에 동참한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오는 10월 31일 개최하는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모임이 부스를 차리고 참가한 교사들에게 탄원서와 모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 주기로 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인천에 거주하는 이집트인 난민들과 영화상영회 등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함께 건설하며 인연을 맺어 왔다.

여행증명서

소송에 나선 이집트인 난민의 한 명인 무함마드 알따입 씨는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겪는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안정된 삶이 없습니다. [난민 신청자에게 주어지는] G-1 비자가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하는 불안정이 너무 힘들어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아야지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아야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권이 만료됐기 때문에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해외로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연로하고 굉장히 아프신데,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어머니를 꼭 뵙고 싶어요. 그러려면 난민 인정을 꼭 받아야만 합니다.”

소송에 나선 또 다른 이집트인 난민의 어머니는 지난 9월 추석 때 8년 만에 아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한국에 왔으나, 출입국 당국의 입국 거부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머물다 돌아가야 했다. 출입국 당국은 그녀의 아들이 난민 신청자임을 파악하고는, 그녀도 난민 신청을 할까 봐 입국을 막은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가해 왔던 한 이집트인 난민이 오랫동안 난민 인정이 되지 않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최근 네덜란드로 출국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난민 인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집트인 난민 인정을 위한 운동이 성공적으로 벌어진다면 불안정함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에 헌신하고 있는 이집트인 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알따입 씨는 연대 호소에 동참해 준 사람들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연대 운동, 모금과 탄원서 작성을 보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구나, 굉장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연대해 주고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한편으로 안심도 되고 행복도 느낍니다. 그전에는 희망이 있기를 바라 왔는데, 이제는 연대 운동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연대해 주는 분들, 앞으로 연대해 줄 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여러분들 덕분에 한국을 제2의 조국처럼 여길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은 위대하고 훌륭한 일입니다.”

이집트인들의 난민 인정을 위한 운동을 우리 일처럼 지지하고 지원하자.

함께합시다!

  • 이집트인 난민 인정 소송 지원 온라인 탄원서 작성

https://bit.ly/for-egyptian-refugees

  • 소송 비용 등 마련 모금

카카오뱅크 3333-31-8210896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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