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다 한국으로 망명한 이집트인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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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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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쿠데타 계획에 관한 사실들이 밝혀질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를 저지한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군경과 대치한 수많은 보통의 노동자와 시민, 청년, 학생들이었다.
한국에 온 이집트인 난민들도 바로 그와 같이 군사 쿠데타에 맞서다 탄압받은 민주화 운동가들이다.
이들은 2011년 시작된 이집트 혁명에 앞장섰다. 당시 혁명은 무바라크 친미 독재 정부를 무너뜨렸지만, 2013년 독재자 엘시시의 군부 쿠데타로 반혁명이 득세했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그에 맞서는 활동을 하다가 혹독한 탄압을 받고 한국으로 피신한 사람들이다.
지금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의 절반 가량이 대학생과 청년들이듯, 이집트인 난민들은 10~20대의 나이에 열정적으로 군사 쿠데타와 독재에 반대하는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자유와 정의를 위한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집트의 정치수 석방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올해 6월에는 이집트 장관의 방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7일 이후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이집트인 난민들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이집트인 난민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친미·친일 외교로 요약되는 윤석열의 서방 제국주의 지원 노선에 반기를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미국을 편들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해 왔다.
올해 8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이집트인 난민 10여 명에게 난민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이집트로 쫓겨나면 또다시 탄압받고, 최악의 경우 사형당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난민 인정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집트인 난민 인정을 위한 모임’(이하 ‘모임’)을 만들어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모임은 향후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고 소송 비용 등을 모금하고 있다.
이집트인 난민의 대의에 공감하는 변호사가 최소 비용으로 소송을 맡아 주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이 2, 3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 각종 증거의 번역 비용도 필요해, 불안정한 처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집트인 난민들에게는 모금이 절실하다.
모임은 12월 21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리플릿을 반포하고 탄원서 받기와 모금을 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에 응했다.
추운 날씨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탄원서 서명과 함께 응원의 말을 남겼다. “탄압에 맞서 싸운 용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난민들에게 한국 사회 일원이 될 권리를,” “추울수록 붙어가요,” “이것밖에 못 해서 미안해요” 등 연대를 표했고, “거기[이집트]도 우리 같은 XX가 있네요” 하며 격한 분노와 동질감을 표하기도 했다.
10월부터 지속한 노력으로 700만 원 이상을 모금하고 660여 명의 탄원서를 받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도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집트인 난민 인정 운동을 지지하고 지원하자.
난민의 한국 살이: 배척적 난민 심사와 생계난
한국 정부는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해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라고 자화자찬한다. 그 말에 기대를 걸고 한국을 찾는 난민들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순전히 위선이다. 199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누적 5만 6967건의 난민 신청 중 고작 2.7퍼센트인 1542건만 난민으로 인정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그 비율은 1.8~1.9퍼센트로 더 낮아졌다.
법무부의 난민 심사는 매우 배척적이다.
고위직이거나 유명 인사가 아니면 본국 정부에게 박해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우긴다. 이집트인 난민들처럼 보통의 개인이나 정치 단체의 기층 활동가로서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탄압받았어도 난민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또, 당국은 박해의 직접적 물증을 요구한다. 박해 위험으로 황급히 피신하는 바람에 박해를 입증할 문서와 자료를 챙길 경황이 없는 경우도 많거니와, 이집트처럼 군사 독재 체제인 경우 이런 자료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심사관들은 난민을 ‘가짜 난민’이라고 의심부터 하며 진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일관성 부족을 잡아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한국의 법·제도와 문화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통역을 통해 진술해야 하는 난민들은 범죄자도 아닌데 ‘취조당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난민이 정치 운동을 하는 것을 억압하는 난민법 개악안까지 입법예고한 바 있다(그 개악안은 현재 국회 소관 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난민 심사는 수년씩 걸린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기까지 6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난민들은 3~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이처럼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일 뿐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는 데도 걸림돌이다. 게다가 대부분 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해 아프면 큰돈을 치러야 한다.
이집트인 난민 인정 소송 지원에 연대를 호소합니다!
- 온라인 탄원서
- 소송 비용 마련 모금
카카오뱅크 3333-31-8210896 (김광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