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민주당:
‘내란 청산’과 민생, 또 말로만?
〈노동자 연대〉 구독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경선 준비가 한창이다. 단수공천으로 후보자가 확정된 인천시(박찬대)와 강원도(우상호)를 제외한 지역 대부분에서 다수의 후보자가 출마했다. 대구시의 경우 아직 후보자가 없지만,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그가 내세운 첫째 목표는 ‘내란 청산’이다. “내란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승리로 내란을 청산하고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말은 옳다. 비록 국힘 의원들이 자중지란을 벌이고는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분열을 봉합하려 할 것이다. 지방선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자 국힘은 9일 의총을 열어 ‘윤어게인은 안 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윤석열 개인의 정치적 복권만 배제했을 뿐 그자가 하려던 바(민주적 권리 억압, 좌파와 노동운동 척결)는 여전히 옹호한다.
전한길이 국힘의 기만적 절윤 선언에 반발하고 있지만, 3월 1일 전후로 벌어진 대규모 극우 집회는 선거를 앞둔 우파의 단결 가능성을 보여 줬다.
윤석열 등 쿠데타 핵심 인물들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것도 극우의 사기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에게 (어쩔 수 없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윤석열의 많은 주장을 인정해 줌으로써 사실상 극우의 기를 살려 줬다.
윤석열은 선고 이튿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뭉치고 일어설” 것을 촉구했다. 자신의 변호사에게도 선거 출마를 촉구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서야 민주당이 다시 외치는 ‘내란 청산’은 잘 될까?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 정부의 지난 1년 ‘내란 청산’ 성적표는 그리 신통치 않다.
윤석열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는 특검 수사에 맡겨 뒀는데, 이진관 재판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고 형량이 구형보다 크게 줄어 특검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가담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겠다고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만들었으나 지난 2월 12일 활동을 종결했다.
헌법존중TF는 조사 결과로 주의·경고 등 경징계를 받은 자가 82명, 징계 요구가 이뤄진 자가 89명이라고 밝혔다. 수사 의뢰된 자도 110명이다. 윤석열의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군사쿠데타 가담자가 국가 기구 곳곳에 포진돼 있(었)음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합당한 조처가 내려질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해군참모총장 강동길은 계엄사 구성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지만, 고작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는 스스로 물러났다. 최근엔 국방부 장관의 국방비서관 인선 혼란도 일어났다.
징계가 끝이 아니다. 국회 진입 특전사를 이끌었던 전 707특임단장 김현태는 징계를 받긴 했지만, 구속되지 않은 채 극우 집회에 나가 “윤어게인”을 보란듯이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쿠데타 세력의 방패를 자임한 조희대 대법원 일당에 대해서도 목청만 높일 뿐, 사실상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가 할 일’이라던 ‘사법개혁’, ‘검찰개혁’은 위헌 시비를 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 여당 내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내란 청산을 철저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통령 자신이 주요 장관직에 쿠데타 지지자들을 임명하려 했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친위 쿠데타(“위로부터의 내란”)가 본질상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 부분을 동원한 것이므로, 내란 청산은 불가피하게 국가의 안정성을 훼손할 텐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바로 그것을 한사코 피하고자 해 왔다.
‘헌정질서,’ ‘삼권 분립,’ ‘정부의 연속성’ 등은 내란 청산에 브레이크를 거는 코드명이었고, 국가 안정을 통해 추구하고자 한 것은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안정과 자본 축적이었다. 트럼프와의 무역·안보 협상은 이를 잘 보여 줬고 국내 대자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협상에 지지를 제공했다.
그러니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가 극우의 자신감을 잠시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란 청산’과 극우의 세력 약화에 실질적 성과를 낼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정청래 대표가 밝힌 지방선거 승리의 둘째 목표는 이렇다. “코스피 6000, 7000, 8000 시대를 열어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국민 부자 시대를 열겠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주가 폭락과 고환율·고유가가 보여 주듯이 노동자 등 서민층의 생계를 주식시장의 활황에 맡긴다는 것은 전혀 대안이 될 수 없다. 주식으로 부자될 수 있는 사람은 국민의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은 어떤가?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기업과 성장을 강조하고, 행정의 효율을 높여 불편을 해소하겠다고만 할 뿐, 임금과 복지를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부동산 불만을 잡겠다지만 민간 분양 아파트를 늘리겠다는 둥 서민 대책과는 거리가 먼 흰소리만 하고 있다.
2위인 박주민 의원은 ‘이재명과 일해 본’ 게 최대 자랑거리다. 또 다른 경선 후보인 전현희 의원의 1호 공약은 동대문 운동장 재건이다. 사실 국힘의 지리멸렬만 아니라면 오세훈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 중 세계 경제·안보의 최대 불안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트럼프와 그에 협력하는 이재명 정부의 친미 노선에 대해 한마디라도 공개적으로 비판한 자가 없다.
지방선거에서 극우에 타격을 입혀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쿠데타 세력을 숙정하고 극우의 재기를 계속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선거 기간에도 극우에 맞선 기층의 목소리와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