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일당의 죄를 덜고 처벌 범위를 좁혀 준 지귀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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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석열에게 내란우두머리죄 유죄를 선고했다.
윤석열을 기습 석방시키고,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일당의 온갖 편의를 봐 줬던 지귀연조차 내란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형과 무기징역형 중에서는 무기징역을 택했다.
내란우두머리죄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헌법재판소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3곳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판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죄를 낮추고 처벌 대상 좁힌 판결
그러나 지귀연의 판결 이유는 내란 실패가 대중 저항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김용현의 무력 사용 자제 때문이라고 했다. 지귀연은 친민주주의 대중이 아니라 그의 명령을 따랐다가 단죄 대상이 된 경찰과 공무원을 걱정하고 감쌌다.
지귀연 판결의 핵심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그 자체로는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 둘째, 내란죄의 사실관계를 2024년 12월 1일 결심해 이틀 만에 실행한 우발적 행위처럼 규정한 점이다.
지귀연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의 통치 행위라며 첫째 문제점의 이유를 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하여 이를 선포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해당하는 바, 법원이 ... 대통령 나름의 판단을 사후적·객관적으로 심리하여 내란죄의 성부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은...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 ... 실체적 요건에 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판단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면] 반드시 필요한 경우임에도 대통령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고려하지 않게 되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는 등 우리 사회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여지도 적지 않다.”
민주주의의 파괴 위험보다 계엄을 처벌함으로써 발생할 체제 수호 기능의 저하 위험을 더 걱정하는 것이다.
다만 헌법과 계엄법이 규정한 계엄 권한을 넘어서는 일, 즉 국회에 군대를 침투시킨 것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지귀연은 규정했다. 만일 국민의힘이 국회 과반 정당이어서 (계엄 해제 결의를 막으려고) 국회에 군을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면, 윤석열의 계엄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이 됐을 것이다.
둘째, 지귀연은 구체적인 쿠데타 실행 준비가 2024년 12월 1일에 시작됐고, 윤석열 등이 자신들의 의지로 무력 사용을 자제했다며 진실을 왜곡했다.
쿠데타 기도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또는 예상되는 결과)가 아니라 주범들 내심의 목적만 내란죄 규정 요소로 삼았다. 그 객관적 효과들을 부인함으로써 친위 쿠데타의 죄질을 낮추고, 처벌 대상도 좁힌 것이다.
대통령 명령에 따라 친위 쿠데타에 가담한 자들이 많았던 것이 처벌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난점인데, 지귀연은 거기에 보호벽을 쳐 준 것이다.
그 덕분에 선고 당일 두 명이나 지귀연에게 무죄 선고를 받았다. 야당 정치인·언론인 체포조에 투입됐던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과, 노상원과 사전 음모에 가담했던 전 국방부 조사본부(옛 헌병대) 수사단장 김용군이 그들이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친위 군사 쿠데타
비상계엄은 기존 체제가 의회의 입법이나 경찰로는 수호되지 못하고 군대가 투입돼야 하는 “비상한 위기”에 처했을 때, 군에 의한 사회 통제를 합법적으로 하려고 군 통수권자에게 비상대권을 준 것이다. 계엄 발동 요건이 “전시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인 이유다.
법에 의거해 실시되지만, 계엄 통치는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 특히 민주적 기본권을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다는 의미의 ‘법치’를 중단시킨다. 합법적으로 내란의 ‘국헌 문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계엄 조항 자체가 반동적이고 반민주적인 것이다.
실제로 계엄은 친위 군사 쿠데타의 핵심 수단이 돼 왔다.
이승만의 1952년 5월 전시 계엄, 1972년 박정희의 10월 17일 계엄, 1980년 5월 실권자인 전두환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모두 장기 집권 체제 수립을 위한 친위 군사 쿠데타의 서막이었다. 민주 파괴와 고문·학살로 이어졌다.
계엄을 통해 군 통수권자에게 집중되는 비상대권이 워낙 막강해서, 헌법과 법에서 규정하는 계엄 선포 요건과 계엄 해제 절차 규정 등은 계엄에 대한 매우 최소한의 (허약한) 제약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계엄 사후에라도 실체적 요건을 따지는 것이 최소한의 법적 정의인 이유다.
따라서 친위 군사 쿠데타 방지에 윤석열 재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요건을 못 갖춘 것만으로도 비상계엄 자체를 내란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모든 인물들의 행위 일체가 (사전 음모, 회동,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한 무인기 공작 등) 중대한 내란 행위로 규정돼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2018년에도 대법원 제3부는 뒤늦게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의 계엄 포고를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헌법과 계엄법이 규정한 “군사상의 필요”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그런데 이 판결 재판부에 현 대법원장 조희대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도 윤석열이 헌법·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절차를 어긴 것만으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진관 판사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행위들을 하나로 묶어 계획된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판결했다.
지귀연은 2018년 대법원 판결,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 등 상급 법원들의 판결 취지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쿠데타 세력 엄벌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극우 세력이 계엄과 군사 쿠데타를 통한 반동을 엄두도 못 내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에 반대하면서도 사형 선고를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제약인 계엄 선포의 요건·절차마저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귀연의 판결은 대중의 염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과거 검찰의 판단이 망령인 이유는 그것이 “성공만 하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귀연의 판결은 논리적으로 그 길을 향한다.
지귀연 판결 다음날,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이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며 윤어게인 세력과 계속 연대하겠다고 했다. 최근의 북한 침투 무인기 사건에서 보듯, 아직 쿠데타 지지 세력들이 처벌받지 않고 국가기관 내에서 암약하고 있다. 사실 지귀연 판결 자체가 그런 암약의 방증이다.
쿠데타 세력 청산과 극우 반대를 국가기관에 맡겨 두지 말고 민주주의 염원 대중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다. 노동운동은 이를 자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