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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교섭 회피하는 정부 기관과 기업들, 투쟁 준비하는 하청 노동자들

4월 10일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 시행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지금까지 800곳 넘는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억눌려 온 많은 노동자들이 올해는 “진짜 사장”을 상대로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3월 31일 기준 민주노총 산하 노조 528곳이 교섭요구 공문을 발송했지만 응답한 기업은 단 26곳에 불과했다.

금속노조에서는 원청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동자 1만 7,000명 중 1만 5,000명가량이 현대자동차 계열사 소속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측은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3월 10일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조승진

특히 사용자성 지우기에 나선 공공기관들의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수력원자력은 환경미화와 시설관리, 경비 등 하청 노동자와 교섭하지 않으려고 과업지시서를 수정하는 꼼수를 부리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등도 마찬가지다.

여러 공공기관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컨설팅에 사용해 노조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는 노동자 간 분열을 유도해야 한다는 컨설팅 회사의 ‘제언’을 받았다고 한다. “특정 자회사와 먼저 부분 합의를 도출해 통합된 노조의 단결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교섭을 회피하는 악덕 기업주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말한 모범 사용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원청교섭 회피 방안을 만들고, 그 방식을 민간에 확산시키는 것이 과연 모범 사용자의 모습입니까?”(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3월 26일 민주노총 주최 공공기관 원청교섭 회피 규탄 기자회견)

사실 기업과 정부·공공기관들의 교섭 회피는 예견된 일이었다. 노란봉투법에서 원청 사용자성 규정은 사내하청의 원청 사용자성 등을 명시하지 않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돼 있다.

법 통과 후에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자 투쟁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파들의 압력 속에 시행령 개정안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등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크게 제약했다. 이런 내용을 활용해 원청들이 각종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와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은 투쟁에 달려 있다. 이미 노란봉투법 통과 이전에 택배, 한화오션, 현대제철 등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원청을 상대로 성과를 냈고, 이런 투쟁이 노란봉투법 통과의 배경이 됐다.

현재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여러 노조들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7월 15일 1차 파업, 8월 하순에 2차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고, 택배노조는 7~9월 파업 등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민간서비스 등 여러 부문의 노조들이 집회 등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런 흐름을 모아 7월 15일 하루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GM세종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연대를 확대해 부당 해고를 철회시킨 바 있다. 당시 GM세종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의 부품 반출을 저지하고, 대체 인력 투입 시도를 좌절시키며 힘을 발휘했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사용자 측을 물러서게 하려면 곳곳에서 이런 투쟁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사용자 측의 이간질에 맞서 원하청 노동자 연대를 전진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국민의힘과 친기업 언론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이 노동자 투쟁을 자극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들의 걱정을 현실로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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