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파업권 제한적 확대, 미흡한 개정조차 후퇴시키려는 사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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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노란봉투법이 처음 발의된 지 10여 년 만이다.
노란봉투법은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계기로 시작됐다. 사용자가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배상(이하 손배)과 가압류를 가하자, 노란 봉투에 성금을 보내며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이후 파업을 위축시키는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기 위해 노란봉투법이 추진됐다.
2022년에는 51일간 점거 파업을 벌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에게 사용자 측은 470억 원에 달하는 손배 소송을 벌였다. 이에 대한 공분이 일었고, 손배·가압류 제한과 함께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을 노란봉투법에 포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많은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을 통해 집안 거덜나는 손배·가압류 두려움 없이 파업하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으로 하청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길 원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일부 전진이 있지만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윤석열의 거부권 사용을 비판했지만, 이번에는 사용자들의 눈치를 보며 일부 조항에서는 윤석열이 거부했던 법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으로 통과시켰다.
쟁의 행위 대상에 정리해고, 외주화, 공장 이전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포함시켜 노동쟁의에서 이른바 “불법 파업”으로 규정될 수 있는 여지를 줄인 것은 일보 전진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사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기존 법안보다 후퇴하면서 제한적으로만 확대됐다. 윤석열이 거부권을 사용했던 법안보다도 더 제한적이다.
손배·가압류도 일부 요건이 강화되긴 했지만, 노동자 개인들에 대한 손배 청구를 금지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게 해 노동자들이 원청에게 요구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노동자들이 요구해 온 “사내하청 원청 사용자성 명시”와 같은 구체적인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용자성 인정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었는데 말이다.
요컨대 이번 개정안은 미흡한 부분이 많고 일부 받아들여진 것도 모호하게 처리돼 앞으로도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반발
그럼에도 사용자들은 이런 양보 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총 등 기업주들의 단체들은 결의대회까지 하며 법 개정에 반대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기업 철수 등을 위협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파업이 조금이라도 더 확대될까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법이 통과되자마자 “보완 입법”(대체근로 확대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또, 법안 유예기간(6개월) 동안 어떻게든 노동부 지침과 매뉴얼에 후퇴된 안을 담기게 하려 한다.
정부는 이런 사용자들을 달래려 정부, 사용자, 노조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지침과 매뉴얼 논의를 하겠다고 한다. 최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이라며 ‘산업 평화’를 설파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TF를 통해 노사 협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도 8월 14일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토론회에서 법이 개정되면 교섭이 활성화 돼 “오히려 파업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노란봉투법의 애초 취지에 반하는 주장이다. 앞서 설명했듯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사용자들의 반발에서 보듯이 앞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력하지 않다면 법안 해석이나 노동부 지침 등에 사용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노총, 진보당, 정의당 등은 이번 개정안에 환영 입장을 냈다. 법안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언급은 했지만 민주당이 법안을 후퇴시킨 것에 대해 명시적 비판은 삼갔다.
국민의힘과 사용자들이 정부를 흔드는 상황에서 정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여긴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후퇴할수록 우파와 사용자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는다. 정부의 후퇴를 비판하며 왼쪽의 대안을 제시해야 투쟁이 전진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법 통과로 앞으로 “진짜 사장 나와라”라고 요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도 “진짜 사장 교섭 쟁취 투쟁본부”를 결성해 원청에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이 노란봉투법을 쌍수 들고 반대한 데에는 무엇보다 노동자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사용자들의 반발에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줘야 한다. ‘산업 평화’가 아니라 기층의 투쟁과 파업을 전진시켜야 사용자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