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이란에서 복구가 어려운 전략적 손실을 입은 미국

현재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제적 충격을 누가 더 오래 견디는지 겨루는 교착 상태에 있다

트럼프는 5월 18일(현지 시간) “19일로 예정된 이란 공격을 단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19일 공격 계획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듯하다. 트럼프는 이란에 “2~3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으나, 이것이 협상 타결을 위한 마감 시한인지 또는 결렬 시 전투 재개를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전에도 여러 차례 마감 시한을 제시했으나 실제 이행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하는 협상이 진행중이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크다.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한 양국의 협상안을 보면, 양측의 입장은 협상 시작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합의 불발 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단된 ‘해방 프로젝트’를 확대 재개하거나 이란 내 잔여 목표물을 2주간 추가 폭격하더라도 미국이 전략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전명부터 비현실적인 ‘해방 프로젝트’는 성공 확률이 낮은 도박에 불과하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5월 4일 서브스택에 이렇게 썼다. “이란은 지속적인 군사 작전이 필요 없다. 이란에게는 단 한 번의 성공적인 타격이 필요할 뿐이다. ... 미국은 매일 성공해야 하고 모든 선박을 보호해야 하지만 이란은 단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 미국이 호위하는 유조선이 단 한 척이라도 피격된다면 그 실패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과 동맹국 앞에서 실시간으로 증명될 것이다.”

전쟁 재개와 관련해 한 달 전 트럼프를 물러서게 한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가 이란 폭격을 중단한 이유는 이란이 걸프 지역의 주요 석유·가스 시설을 타격했기 때문이다. 3월 18일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폭격하자, 이란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 기지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 산업단지를 공격했다.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서 이란이 단 한 차례도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는 이란 에너지 시설 추가 공격에 대한 일시 중지를 선언했고, 그 뒤 휴전을 선포했다.

신뢰의 위기

현재 미국의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누가 더 오래 견디는지를 놓고 겨루는 전략적 교착 상태다. 확전도, 종전도 아닌 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략적 교착 상태를 타개할 묘수가 보이지 않자 트럼프는 단순히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했을 때의 결과를 평가해 달라고 정보 당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합리적 선택’이라 부르기엔 이미 늦었다. 이란의 예상치 못한 저항과 생존 능력 탓에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승리 선언은 그 본질인 ‘실패’를 고스란히 드러낼 뿐이다. 이는 복구가 어려운 미국의 전략적 손실이다. 네오콘 원로 로버트 케이건은 미국 지배계급 내부의 우려를 다음과 같이 대변했다.

“미국이 어떤 분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던 때, 즉 전략적 손실을 복구하거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후퇴를 겪었던 때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 이란과의 현재 대치 상황에서 패배한다면 복구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패배가 될 것이다. 이전 상태로 회귀하지 못할 것이며, 피해를 되돌리거나 극복할 미국의 궁극적인 승리도 없다.”(〈디 애틀랜틱〉, 5월 10일 자)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패배했으나, 당시의 패배로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해당 지역들이 세계적 경쟁의 주요 전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걸프 지역은 역동적인 자본 축적이 이뤄지는 핵심 요충지다. 이처럼 중요한 지역에서 미국은 불과 몇 주간 중진국과 벌인 전쟁으로 무기 재고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졌고, 즉각적인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은 스스로 시작한 일을 매듭지을 능력을 상실하며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 결과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 단순히 미국이 이란을 패퇴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유럽·걸프·아시아에서 실추된 미국의 권위와 글로벌 통제권 상실을 막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 중에 중국을 방문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 3월 31일로 예정됐던 시진핑과의 회담을 5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5월 중순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트럼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는 베이징에서 수모를 당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빠진 트럼프를 돕지 않았다. 네오콘 성향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소속 크레이그 싱글턴은 “중국은 원칙적으로 긴장 완화를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트럼프의 이란 정책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더 크래들〉, 5월 15일 자).

중국이 ‘트럼프 구하기’에 나설 까닭이 대체 무엇이겠는가. 오히려 트럼프가 이란에서 겪는 참담한 실패를 이용해 시진핑은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면전에서 경고했다. 트럼프는 답변하지 못했다. 대만은 물론 일본·한국·호주 지도자들도 불안감을 느낄 법하다. 이들은 미·중 긴장이 충돌로 번지는 상황을 원치 않으면서도, 미국이 우방국을 희생시켜 중국과 거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할지 몰라도,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라는 전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말을 절감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이 침략 전쟁으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자,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적응하며 미국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은 유럽 정부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논의하고자 테헤란과 직접 소통 창구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그런 점에서 휴전 후 호르무즈 해협을 감시하겠다는 프랑스와 영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 임무 구상은 실없는 농담 같다. 군함의 호위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선박을 호위하겠다는 격이다. 무엇보다 이란이 통제권을 쥔 이상 해협은 결코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이 구상에 참여한 것은 허황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결코 미국 제국주의의 종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지배자들이 자국의 위상 하락에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은 여전히 중국보다 강력한 금융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사력 면에서도 미국은 잠수함과 해저 전쟁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 반면, 미사일·우주·사이버·정찰 분야에서는 중국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CIA 동아시아 담당 국가정보관을 지낸 존 컬버가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

트럼프가 이란과 전쟁을 벌인 이유 하나는 페르시아만에서 나오는 석유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역효과를 불렀다. 그 결과 이제 미국은 결정적인 전환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결과를 순순히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쇠퇴하는 미국은 자국의 위상을 떠받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국가가 돼 가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