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
여당의 내분과 위기: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을 잘 하려는 경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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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과 그 방안의 문제점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여권 내 계파 투쟁 양상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8월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친명과 반명으로 정면 충돌하고 있다.
김민석·송영길이 친명 후보다. 친명의 실질적 대표 후보는 김민석이다. 현 당대표 정청래가 반명 연합의 선봉에 서서 당권에 재도전한다.
김민석은 정청래를 겨냥해 신천지의 집단 가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과거 민주당 내 경선들에서도 신천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신천지의 주요 정당 개입 위력은 윤석열 정부에서 김기현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 이후 홍준표가 그 실체를 폭로해 알려진 바 있다. 신천지는 올림픽공원 시위 등에서도 청년층을 동원해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신천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사생결단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신천지 종교에 관해서는 다음 최신 기사를 참고하시오. ‘신천지의 교리, 실천, 정치’)
정청래는 자신이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김민석이 과거 노무현을 적대했던 일까지 꺼내어 공격한다. 또 다른 반명 유시민은 정청래를 지원하며 아예 이재명을 직격해 “필연적 실패”, “썩은 내” 등의 거친 언사를 동원한다.
이처럼 격렬한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번에 당선되는 지도부가 2028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차기 대선 1년 전에 치러지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현 여권의 정권 재창출 여부와 차기 집권 세력의 향방이 크게 영향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니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서의 격한 갈등은 국회의원 공천권을 넘어 차기 대권까지 걸고 싸우는 권력 투쟁인 것이다.
그런데 그 양상과 쟁점이 개혁 염원 지지자층에게는 피로감과 환멸을 주고 있다.
내란 청산이나 사회 개혁을 어떻게 할지를 토론하기는커녕 그 과제들이 지체된 것에 대한 책임 공방조차 없다. 기껏해야 민주당 ‘정통성’ 논란이나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따위가 쟁점이 될 뿐이다.
검찰 수사권 논란은 갈수록 그 개혁이 사이비 개혁인 것만 드러내고 있다.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고위층부터 하부까지 경찰의 어두운 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 모두 불신의 대상인데도, 정청래·조국·유시민 등 검수완박파는 ‘검찰이 얼마나 나쁜지 아느냐’는 말만 반복한다.
검찰개혁 공방
이재명 대통령 취임 초 정부·여당은 당정 합의로 검찰청 자체를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기로 했고, 두 조직의 분리는 올해 10월 실행된다.
그런데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기소만 전담할 기관인 공소청 소속 검사들에게 형사소송법상 여전히 직접 수사권이 제한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의 순서가 바뀐 것인데, 이는 1년 전 검찰 조직 분리 입법 당시 민주당 안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당시에는) 부정적이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검수완박파들은 집권 후 이재명이 마음을 바꿔 검찰과 야합했다며 이를 반명 결집의 기치로 삼았다. 동시에 검사에게 남은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다.
최종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부랴부랴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허점을 손 보고 있지만, 경찰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이 모두 주어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이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결국 검수완박 프로젝트는 검찰의 기소 독점권 유지와 경찰의 수사 독점권 확보로 결론 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보통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진보성은 없다.
친명의 대응은 황당하다. 이재명과 총리 김민석, 법무부 장관 정성호 등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서 불리해 보이자 폐지로 돌아섰다.
친명도 반명도 수사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의 인권과 피해자 보호,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민주적 견제·통제 요소 도입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행정부를 장악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경찰을 부리면 된다는 생각뿐이다. 검찰의 정치 보복이 민주당 집권(정권 재창출)의 결정적 걸림돌이라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다.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과 환멸이 진짜 결정적인 문제다.
위선과 환멸
이재명 정부는 지지층의 염원과 달리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등에게 폴더 인사를 하며 친기업 우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쟁 위기를 격화시킬 무기 수출에 앞장선다.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에 맞선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를 공개 비난했다. 김민석은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협했다. 이러니 개혁 염원 대중에게서 사회 개혁 동력이 생길 리 없다.(이게 여권의 통치 전략 목표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최근 보수 포섭의 일환으로 영입했던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이병태가 극우의 5·18 조롱(의도적인 역사 부정)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하다 사퇴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이재명 스스로가 역사 청산에 교란 요인을 제공했다.
반명 측은 이재명의 중도보수 포섭 실용주의(뉴이재명 플랜)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반명 측을 진보 개혁파로 규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높아 지방선거 낙승이 예상되던 시절에는 그들 모두 ‘뉴이재명 플랜’에 지금처럼 토를 달지 않았다.
유시민이 “증축은 되지만 재건축은 안 된다”고 하거나 김어준이 “코어 지지층이 뉴이재명 때문에 다 떠난다”고 주장한 것은 자신들이 집주인이라는 뜻이다. 운 좋게 대통령은 됐을지언정 세입자가 집 열쇠를 넘어 집문서까지 넘보지는 말라는 경고다.
반명 측이 가장 열받은 일은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이재명이 영입한 국힘 출신 김용남 때문에 조국 당시 조국혁신당 대표가 3등으로 낙선해 버린 일일 것이다.
반명 측은 조국을 차기 대권 주자로 밀고 있다. 그래서 정청래가 지방선거 직전 기습적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했었다. 친명의 반발로 무산됐으나, 당시 합당이 성사됐다면 조국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수월하게 공식정치 한복판으로 귀환했을 것이다.
노무현의 ‘호위무사’, 문재인의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던 유시민은 두 대통령의 우경화를 단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5년 노무현이 권력을 분점하겠다며 한나라당 박근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유시민은 앞장서서 이를 옹호했다. 그렇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돼 “좌파 자유주의”를 정책으로 실천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도록 개편했다(국회 통과는 이명박 정부 때 이뤄졌지만). 유시민 자신이 ‘뉴이재명’이 표방하는 ‘제3의 길’(한국판 사회자유주의로서 “기본사회”와 “실용주의”)의 선구자다.
그는 문재인이 개혁을 배신해 대중의 환멸을 자아낼 때도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주의 정치인의 계급적 위선을 드러낸 조국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를 변호했다.(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계급적 특권을 자녀에게 물려 주려 했던 것과 그것을 ‘사회주의’로 포장하려 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중 운동에 대한 책임성
중요한 점은 윤석열을 쫓아낸 대중 운동이 핵심 과제로 제기한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 과제에 양 세력 모두 진정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이비 구호로 개혁 염원 지지층의 관심을 돌려 자기네 권력 투쟁의 지지 부대로 만들려는 작태가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따라서 진보당은 여권의 내분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나아가 내란 청산, 극우 반대, 사회 개혁 염원과 생활고 불만을 둘러싼 대중 운동을 일으키려 노력해야 한다. 특히 노동자 투쟁을 다시 일으키려 노력해야 한다.(홈플러스 노동자 조건 문제를 공식 정치 채널로만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중도 리버럴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고도 극우화한 국힘을 제어하거나 약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국 국가가 처한 국제적·국내적 도전에 대한 대처 문제에서 결코 우파와 단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우파 전선과 계급투쟁 모두 필요하다. 그 두 전선을 가장 강력하게 연결하는 방법은 노동운동이 두 전선 모두를 주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전투성과 급진성을 회복해야 한다.
좌우 양극화와 공식 정치의 위기
개혁 염원 대중은 ‘집권 1년 만에 내부 권력 투쟁이라니?’ 하며 놀라거나 허탈해한다.
외형상 현 여권은 지방선거 전까지 여론조사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지지를 얻어 왔고, 강한 친기업 노선으로 주식시장 활황을 지원했고, 소소한 개혁들로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포섭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불러낸 극심한 양극화 양상이 새 정부 아래서 억제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와 그 이후 국면은 다른 그림을 보여 준다.
극우화한 국힘이 막상 선거에서는 그전 반년 넘게 이어진 낮은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득표를 했다. 중도보수층 다수가 다시 국힘에 투표했다(그 지도층이 극우화했음에도). 뉴이재명 플랜에도 국힘은 고립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장성을 발휘했다. 이러한 확장성은 선관위의 총체적 선거 관리 부실 사태 후에 더욱 발현됐다.
반면 반국힘 투표층은 개혁과 내란 청산 지지부진 속에서 민주당에 강한 지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두드러졌다.
우파가 좌우 줄타기를 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 반면, 개혁 염원층은 시나브로 이반하기 시작했다. 복합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좌우 양극화는 기층 수준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외형상 이기고도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내분이 심화된 것은, 국내외 정세가 야기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대중의 생활고 가중뿐 아니라 이재명 통치 기반의 취약성도 보여 준다.
행정부 운영의 수뇌부를 차지하더라도 국가기관과 자본주의적 정당은 개혁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개혁파를 자임한 집권 세력이 스스로 체제와의 타협에 앞장서는 양상이 다시금 반복된다.
요컨대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예우하면서도 강한 친기업 노선으로 경제도 살리고 중도보수도 포섭해 안정적 통치 기반(“구조적 다수”)을 확보하겠다던 뉴이재명 노선의 모순과 한계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런 갈등이 당장 분당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2003년 친노 세력 주도로 민주당을 깼을 때는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는 분당을 해도 여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명 측이 조국 세력과 연합해 당을 깨는 것은 야당이 되는 길이다.
그런 선택은 이재명 정부가 몰락 지경에 처하기 전까지는 쉽지 않다.(그래서 유시민의 발언은 정치보복 우려이기도 하고 이재명에 대한 협박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반등했다지만, 국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장동혁 지도부는 극우 청년들이 시작한 ‘올공’ 시위의 대변자를 자처한다. 주류적 명망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 때문에 당내 불만이 잠복해 있다. 같은 극우파인 원내대표 정점식과도 이견이 있다.
최근 오세훈이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서울시장직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이르면 내년 1월 안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윤석열의 대선 당선무효형 판결도 골칫거리다. 대선비용 약 400억 원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제거가 장동혁이나 장동혁에게 계속 극우화 압력을 가하는 강경 극우에게는 경쟁자 또는 배신자 제거일 수 있지만, 아직 유권자 다수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지방선거 주요 선거구에서 승리한 국힘계 후보들이 대부분 극우와 표면적으로는 거리를 두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오세훈, 유의동, 한동훈, 박완수 등).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과 그 여파인 배재고 사건에 대한 여론 반응을 봐도 극우에 대한 혐오 여론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동훈 복당 문제도 잠복된 갈등 요인이다.
결국 공식 정치권이 지리멸렬하게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 주지 못하자 공식정치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 기관들이 전화 응답률 급감을 토로한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극우 세력의 포퓰리즘 언사는 이러한 불신을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다.)
이러한 저류의 흐름이 양당의 기존 관성을 흔들며 내분을 지속시키고 증폭해 왔다.
장동혁 지도부의 전략은 국힘을 계속 극우화시키는 식으로 반등을 꾀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중도보수 포섭 전략을 쓰다가 실패에 직면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당인 한에서는 좌선회하지 못한다.
다시 정치가 불안정해지는 현 상황은 위기 관리를 통한 체제 안정화 방식으로는 위기와 극우의 위협을 막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노동운동의 과제는 대중적 투쟁을 일으키고 그것이 전 계급적 투쟁으로 보편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 형사 절차 내 인권 보호는 뒷전인 ‘검찰개혁’
민주당 당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한병도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7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간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직접 수사권과 경찰 수사 지휘권까지 휘두르며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군림했다.
2022년 문재인 정부 말기에 수사개시권, 수사지휘권 등을 빼앗겼지만,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서 검찰은 금세 법 개정 효과를 무력화시켰었다.
그에 대한 반격으로 민주당은 지난해 검찰 조직 분리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이다.
애초 1990년대 초 ‘민주 개혁’ 논의 과정에서 형사사법 절차의 민주적 개혁 관점에서 검찰 개혁이 제기됐을 때는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그런데 지금 검수완박론은 검찰의 기소 독점 유지와 경찰의 수사 독점권 확보로 귀결되려고 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줄어드는 만큼 경찰의 권한은 대폭 강화된다. 경찰의 수사 독점은 과거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듯 경찰에 대한 민주적 감시와 통제에서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검찰이 약화될 것 같지도 않다. 기소 독점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 검사들은 권한이 없다는 핑계로 형사 절차 전반에 걸친 민주적 감시와 통제에서 자신들은 해당 사항 없다며 나몰라라 할 것이다.
경찰 불신은 정당하다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가능성에 대한 피해자들의 공포와 우려는 합당하다
그런데 1차 수사를 맡는 경찰이 사건을 묻거나 축소해 억울한 피해자를 이중삼중의 고통에 빠뜨릴 수 있음이 광주 장윤기 강간살인 사건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장윤기 사건 축소는 ‘아빠 찬스’만이 아니었다. 사건 은폐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아버지 장모 경감과 함께 근무했던 광산경찰서 형사들의 조력이 있었다. 이어 광산경찰서장, 광주경찰청 간부, 국가수사본부까지 사건 축소를 시도했다.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는 광주 수사팀에 장윤기의 살인 사건 직전 성폭행 건과 살인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권 독점을 위한 법 개정을 앞두고 경찰 수사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까 우려해 경찰 최고 지휘부가 직접 나서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이다.
장윤기 아버지와 무관하게 경찰 자체가 조직 보위를 위해 개인적인 관계와 이해관계가 없어도 사건을 암장할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사이 피해자 이채원 여고생의 부모는 경찰의 부실한 증거 관리 등으로 딸의 유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수완박파들은 억울한 서민 피해자들에게 경찰 내 다른 부서의 재수사나 언론 제보 따위를 대안이라고 떠들었다.
물론 검찰의 보완 수사가 반드시 진실을 캐내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가해자가 고위층이라면 검찰의 보완 수사가 오히려 또 다른 은폐나 피해자 회유·압박 과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증거 확보 등 1차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사건을 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그런데 검수완박파들은 경찰을 어떻게 믿느냐는 반문에 검찰의 악행을 들먹이며 동문서답을 반복한다. 조국 사태의 재판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보통 사람들은 검찰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경찰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둘 다 못 믿을 기관이지만, 상호 견제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정의를 세울 기회가 생기지 않겠냐고 말이다. 즉, 경찰 수사의 부실을 시정할 일말의 가능성마저 없애는 것과 남겨두는 것의 차이다.
검수완박파의 주장과 실천이 모순되는 이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뒤늦게 법안을 수정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관여를 배제하겠다며 용의자 체포 후에도 검사에게 통보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뒀다가, 경찰이 임의로 사람들을 체포한 뒤 구속시킬 것도 아니면서 48시간 동안 괴롭히는 방식으로 남용될 수 있는 인권 침해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자 민주당은 얼른 삭제했다.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완전히 갖는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모든 수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라는 ‘전건 송치’ 요구가 제기되자,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에 대해서는 전건 송치를 하겠다고 수정했다.
그런데 검찰 권력을 약화시킨다고 전건 송치 제도를 폐지한 것이 2022년 검수완박 개정 때였다. 또한 당장 보이스피싱 피해는 사회적 약자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당장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선거 부실, 신천지의 정당 개입, 장윤기 사건 은폐 의혹 등에 대응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답도 없다. 본인들이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신설했으나 지금 존재감이 사라진 공수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순과 허점이 계속 생기는 이유는 첫째,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도 부패하고 보수적이고 독한 강압기관이기 때문이다. 설사 괜찮은 개인들이 있어도 조직의 지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바꿀 순 없다. 게다가 경찰은 동네까지 뻗어있는 거대 조직이다.
둘째, 한국의 검찰-경찰 제도 아래서 수사와 기소는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려는 하나의 분리될 수 없는 과정이다. 법원이 증거 부족을 지적하면 기소권자는 수사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설령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남더라도 검사는 사실상 수사 지휘권자 구실을 할 수 있다. 검수완박파는 여러 피해자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보완수사요구권을 원안보다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수사 지휘권 성격이 더 강해진다. 애초에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했던 이들이 스스로 모순에 빠진 셈이다.
셋째, 현재 검찰개혁 논쟁에는 서민에 대한 범죄 피해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거나 권력 있는 자들에 의한 범죄를 막는 것, 권력기관들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증진 등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더 다루기 쉽다고 여기는 경찰에 수사권을 맡기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만 생각한다.
요컨대 국가기관 간의 권한 이동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폐지는 전혀 진보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사이비 개혁에 속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이 폐지돼도 그 인력이 경찰로 이동해 안보국 따위를 신설해 그 기능을 체계적으로 계속 수행한다면 그것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