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 개편으로 검사 권력이 약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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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여당은 추석 전 검찰청 폐지 약속을 지켰다고 자평하는 분위기가 강한 듯하다.
개편의 핵심은 검찰 조직 쪼개기다. 기존 검찰청을 기소만 전담하도록 축소하고 명칭을 공소청으로 변경한다. 수사 기능과 인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옮긴다. 수사청으로 가는 검사는 직위(권한)가 ‘수사관’으로 바뀐다.
검사라는 직위를 달고는 수사와 수사 지휘를 못 하기 때문에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쥐고 권력을 누려 온 검찰 권력을 약화시킨 검찰 해체 조치라고 정부·여당은 자평한다.
그러나 이번 검찰 조직 개편안은 1년 동안 시행되지 않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 중요한 쟁점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과 검찰이 “독재”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자들은 위헌 심판도 청구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검찰 개편을 어떻게 평가하든 국힘이 그에 반대하는 것은 내란 세력 청산에 대한 반대일 뿐이다. 자기들의 무기인 ‘윤 어게인’ 검사들을 구하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실 비자금일 수 있는 현금 5,000만 원의 자금 경로를 추적할 핵심 증거(관봉과 띠지)를 없애고는 국회 청문회에서 “자랑스런 수사”라고 떠벌였다.
검찰이 윤석열에게만 우호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검찰은 거대 기업 쿠팡의 임금 체불 건을 수사하면서, 노동부가 압수해 검찰에 제공한 핵심 증거 문서를 누락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국힘이 지키려는 것은 바로 이런 계급 편향 권력이다. 이런 검사들을 보면, 검찰 권력 해체, 검찰 내 대대적 숙정에 반대할, 양식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30년 넘게 검찰 개혁을 말해 온 민주당이 ‘검수완박’ 기회를 잡고도 고작 조직 개편조차 시간을 끄는 이유는 그들이 처한 모순 때문이다. 검찰 내 윤석열·쿠데타 지지자들을 숙정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자칫 국가기관의 안정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해관계를 민주당은 갖고 있다.
이 모순 때문에 민주당이 내란 세력 청산 방식으로 내놓은 조직과 기능의 개편으로는 쿠데타 세력 척결 과제에도 미흡할 뿐 아니라 검찰의 계급 편향적이고 악질적인 권력 행사를 제어할 수도 없다.
민주당이 “검찰 해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자랑하면서도 검찰의 반발을 단칼에 제압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은 기존 검찰청을 견제할 수 있는 검찰2를 만드는 것이었다. 2022년 검수완박 입법은 경찰 수사권의 상대적 강화를 통해 검찰 수사(지휘)권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검찰청에게서 수사 권한을 떼어 내어 중대범죄수사청(경찰2)를 신설하려고 한다.
그런데 국가가 강제 수사를 하는 것은 기소와 재판을 통한 형벌권의 행사다. 즉, 수사부터 교도 행정까지의 형사·사법 절차 전체가 국가의 독점적인 형벌권 행사 과정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는 수사관은 기소하는 검사의 직접·간접 지휘를 받고, 검사는 판사에게 유죄 판결을 요청하고, 판사가 판결하면 검찰·경찰이 집행한다.(한국에서 교도소는 법무부 관할이다.)
이처럼 형사·사법 절차가 형벌을 위한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므로 그 절차 내 기능(조직)에는 재판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간의 어느 하나만 약화시킬 수도 없다.
그러므로 수사권을 아무리 이러저리 뜯어내고 새 기관을 신설해 옮겨도 기소권자에 대한 견제가 되지 못한다. 명시적 수사 지휘권이 없는 나라라고 해도 검사가 간접적으로 수사 지휘력을 행사한다.
결국 검찰 견제를 명분으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되고 새로운 수사기관들이 설립되지만, 그 기능과 새 기관들로 검찰을 실제로 견제하진 못한다.
그리고 경찰은 검찰보다 규모가 큰 조직이며 수사·치안·경비 등을 모두 담당하는 물리력 행사 기관이다. 이런 조직의 권한이 늘어난다고 해도 노동자 등 서민층에 좋을 일은 없다. 검찰을 약화시킨다며 경찰 권력을 강화시키지 말라고 본지가 지속적으로 지적한 이유다.
윤석열은 경찰국을 신설해,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경찰을 통제하면서 정부의 수족으로 잘 부려 먹었다.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낳은 건설노조와의 전쟁(“건폭과의 전쟁”)은 검·경 협력하에서 경찰이 주도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헌법은 압수·수색·체포·구속 등에 관한 영장청구권을 검사의 독점 권한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영장청구권은 기소권의 부분이 아니라 수사의 일부다. 결국 수사 방해든 수사 지휘든 검사가 이 영장청구권 행사를 통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올해 초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저항한 대통령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계속 거부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체포 저지뿐 아니라 비화폰 서버 기록 폐기 지시의 의혹까지 받는 김성훈·이광우는 지금도 불구속 상태다.
최근 불거진 인천 세관 마약 수사 좌초 의혹에서도 담당 수사팀장이던 백해룡의 영장 신청 요구가 검찰 단계에서 번번이 기각됐다.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며 이태원 참사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건 윤석열 정부였다. 그런 정부가 마약 수사에 압력을 행사해 좌초시킨 게 이 사건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가 경찰에 대한 헌법적이고 효과적 통제라는 국힘·검찰 주장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그래서 검찰 개혁 찬성파 중에도, 수사기관들이 공소청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국가수사본부 등에 영장 청구 등 수사에 조력할 검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수사기관에 다시 검사가 포함되면 수사권·기소권의 분리는 다 뭐라는 말인가.(그런 점에서 검찰개혁 찬성파 중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자는 쪽도 자가당착이다)
조직 개편 방식의 ‘검찰 개혁’은 진정한 개혁 염원자들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진짜로 해야 할 일들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마치 구 세력 청산이 진행되고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고 본지는 거듭 지적해 왔다.
‘검찰 개혁’ 입법들에는 보통 사람들을 직접·간접적으로 괴롭히는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와 응징에 대한 고민은 없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구속 수사, 박근혜 정권 수사 등에서는 흉악한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와 엄벌이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내란 수사는 좌파와 우파 사이의 세력 균형이 달라져, 신속하고 대대적인 내란 세력 청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진보당·정의당 등등 좌파는 의회와 선거보다 거리와 일터에서의 반극우 투쟁을 중시하는 것으로 자세를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