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검찰개혁, 조국혁신당 ...:
권력 쟁투 성격만 드러낼 뿐인 민주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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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난 기사(‘여당의 내분과 위기: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을 잘 하려는 경쟁이 아니다’) 후속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쟁점들(신천지, 검찰개혁, 조국혁신당 문제, 중도로의 확장노선 평가 등)을 다룬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반명 간 박빙 경쟁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진보성 경쟁은 아니다.
충청·부산·경남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정청래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살짝 앞서 있다. 이를 역전시키려고 친명계는 호남 반도체 투자 약속으로 당내 비중이 가장 큰 호남 당원들의 지지를 대거 받아내고자 한다.
현재까지 세 대결에서 우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설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는 자신이 선거에서 이기면 ‘신천지 의혹’을 거론한 김민석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위헌 정당’으로 만들 위험에 빠트렸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도 정청래·최민희 등을 징계 대상으로 거론했다. 정청래가 줄세우기 동원하고 있고, 최민희는 반대측 당원들을 “일베”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신천지 문제로 말하자면,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는 민주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민주당에도 입당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민주당-국민의힘에 이중 가입을 했다’, ‘시몬지파가 2022년 민주당에 입당해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등의 구체적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신천지 종파에 관해서는 ‘신천지의 민주당 개입 의혹: 신천지의 교리, 실천, 정치’를 참고하시오.)
현재 드러난 것은 지역 민원 해결을 목적으로 한 지역구 개입으로, 신천지 중앙이 윤석열 측과 합의하에 당권·대권 장악을 목표로 집단 입당했던 국힘 개입보다는 수위가 낮다.
신천지
신천지가 팬데믹 초기에 경기도 소재 신천지 본원 행정집행(당시 경기도지사가 이재명이었다)에 원한을 품고 국힘에 집단 입당을 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번 신천지의 민주당 개입도 ‘반명’을 목표로 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반명계 후보 정청래는 사실무근을 주장하지 않고 ‘위헌 정당 위험’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 자신도 신천지의 민주당 개입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불리한 쟁점이라고 본다는 방증이다.
이렇듯 모두 알지만 거론하지 않던 일을 김민석 측이 먼저 꺼내든 것은 지지층 결집용이자 반명 연합에 대한 강한 압박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김민석은 갑자기 말을 아끼고, 또 다른 친명계 후보인 송영길도 ‘수사 중인 사안이니 선거에서 언급을 자제하자’고 한다.
친명계와 반명계 모두 신천지 문제에 관해 알면서 침묵하다가 자기 계파의 유·불리만을 따져 공방을 벌이는 셈이다. 윤석열 탄핵 반대 시위, 올림픽공원 시위 등에 조직적으로 동원했다고 알려진 신천지의 정치 개입 문제를 반극우 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생각은 없다.
검찰 개혁도 민주적 개혁 쟁점 아니다
정청래는 김민석을 ‘돌아온 배신자’라고 비난한다. 김민석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흔들기에 앞장섰던 것을 가리킨다. 또, 정청래는,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검찰 개혁 완수를 보고 드린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런 행위들은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비중이 큰 친노 정서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그래서 검사 보완수사권 박탈에 신중론을 펴던 친명계 리더들도 당 대표 선거를 의식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지지하고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 개혁 의제에 있지도 않았다.
강경 ‘검수완박’파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SNS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가명)는 “지옥에나 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 씨는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결정적 추가 증거를 확보했고, 경찰이 단순 폭행(중상해)으로 처리했던 사건이 결국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이는 검사의 공이라기보다는 피해자 김진주 씨 본인의 처절한 노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면? 피해자로서든 피의자로서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겪는 서민들에게, 경찰 외 다른 기관의 재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자체가 개악으로 느껴질 법하다.
국힘은 그런 이해할 만한 불만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국힘 공천으로 청주시 시의원에 당선된 최영중의 미성년자 성매수 및 성착취물 제작 혐의를 덮으려 한 것은 검찰이었다. 그런 검찰을 감싸는 국힘의 주장에 현혹되거나 동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통과된 법에 따라 손봐야 할 법 조항이 “최소 136건에서 최대 190건”이라고 한다. 모순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상징’이라며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어찌될 것인가. 공수처는 검사가 직접 수사 및 수사 지휘를 하는 기구다.
검찰이 문제라서 검사 수사권을 죄다 박탈해야 한다면, 경찰이 문제가 될 때는 경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할 것인가? 결국은 ‘경찰2’ 만들기 또는 검사 수사권 부활일 것이다.
지금의 ‘검찰 개혁’이 똑같이 억압 기관인 검·경 간 권한 다툼일 뿐 진정한 민주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이유다.
이런 다툼을 민주적 개혁으로 뻥튀기하는 것은 개혁을 하는 척해 개혁 염원 지지층의 열정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진정한 진보적·민주적 개혁에서는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해 결국 그 열정을 소모시키는 일이다.
친명-반명 모두 진보 아니다
반명계와 친명계 모두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둘 사이의 첨예한 대립 쟁점이다. 반명계는 차기 대권 주자로 조국을 배타적으로 밀고 있는 반면,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친명계는 대놓고 반대는 못 하지만 못마땅함을 감추지도 않는다.
정청래는 TV 토론에서 조국당과의 단일화 덕분에 울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조국당과의 통합을 반대한 친명계에 지방선거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함의가 있다.
그러나 송영길이 지적했듯, 울산시장 당선은 지지율 1퍼센트짜리 조국당 후보가 아니라 지지율 20퍼센트가 넘던 김종훈 진보당 후보의 ‘양보’ 덕분이다. 정청래는 진보당의 기여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반명계가 이재명의 중도보수로 확장 노선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진보 지지층 대변자인 양 하는 것이 위선인 이유다. 조국당은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자와 중간계급 지식인의 자유주의적 정당으로, (윤석열 조기 탄핵 공약을 제외하면) 민주당보다 딱히 진보적이라 할 만한 게 없다.
그들 중 누구도 김민석 후보가 국무총리일 때 ‘삼성전자가 파업에 돌입하면 긴급조정권을 사용하겠다’고 반동적 협박을 한 일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명파가 진보연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 수립한 ‘민주당 20년 집권 전략’을 재탕하는 것이다. 그 전략의 핵심은 민주당이 (좌파 신자유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제3의 길, 극단적 중도 등으로 표현되는) “혁신적 포용국가”와 “포용적 복지”를 표방하며 중도 좌우를 포섭해 좌파와 국힘을 모두를 주변화시키려는 것이었다.
구조적 다수?
그런데 이재명의 ‘구조적 다수론’도 문재인의 전략과 기본 설계는 같다. 차이가 있다면, 이재명이올해 지방선거 직전부터 중도보수 포섭을 더욱 강조한다는 점 정도다. 실제로 이재명은 민주당 반명파들도 놀랄 우파들을 여럿 영입했다.
이는 윤석열의 친위 군사 쿠데타 이후 국힘이 ‘윤어게인 당’으로 극우화한 점, 경제 상황 악화 때문에 중도파나 기업주들이 더 보수화하는 점, 그러나 좌파와 노동운동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점 등이 고려된 행보일 것이다.
진보당은 여당의 중도보수 포용 노선을 일관되게 비판하지는 않는다. 최근 여권 내분에서도 친명계를 편든다.
진보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중도보수 노선에 맞서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민주당을 중도보수라고 부름으로써 ‘진짜 진보 정당’인 자신들이 선거에서 왼쪽 공간을 차지할 기회를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도-좌파 역할 분담론으로, 좌파가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으면서 득을 볼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정의당도 지난해 대선 때 그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움직였다.
민주당은 설사 진보 염원층 일부의 지지를 받더라도 진정한 진보 개혁을 사명으로 삼는(삼을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사회 개혁을 약속한 정부가 그에 역행하며 중도보수 포섭에 열중하면 개혁 배신 속도만 더 가속화할 뿐이다.
결국 개혁의 이름으로 노동자 등 서민층에 불리한 일들이 강요될 것이고, 그럴수록 지지 대중의 환멸은 커질 것이다. 그런 상황은 민주당을 압박해 온 우파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 결국 좌파가 중도와 연합 전략을 펴 극우화한 국힘을 견제·고립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진정한 좌파가 할 일은 (진보당과 달리) 집권당의 이율배반과 개혁 배신을 폭로하며 그에 맞서는 것이다. 또한 극우와 생계비 위기와 제국주의 전쟁 등에 반대하는 노동자 투쟁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