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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검찰 내 쿠데타 세력 처단이 검찰 개혁보다 시급한 과제다

9월 7일 정부·여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을 쪼개어 그 기능을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부패하고 반동적인 기구인 검찰의 권력 오·남용을 증오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방안은 “검찰 해체”라는 거창한 말과 달리 전혀 실질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노동자 등 서민층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기소와 수사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영장 신청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는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소권자가 기소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보완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 점을 파고들어 보완수사권을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

설령 검찰청을 해체한다 해도 검찰의 기능은 다른 국가 기구들로 배분되고 재편된 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국가의 독점적 강제력인 수사권·기소권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한 억압적 권력 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재편하는 것일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사법 절차상 방어권 등 민주적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진정 필요한 일이다.

한국에서 검찰과 경찰의 권한은 이러저러하게 조정되고 변화해 왔지만, 노동계급 등 서민 대중을 단속하고 좌파를 억압하는 본연의 기능은 계속 유지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수사권을 약화시키겠다며 공수처를 설치했다. 그런 공수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을 기소한 것이었다. 부당한 탄압으로 해직된 전교조 교사들을 구제한 것을 문제 삼아서 말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의 기능을 법률적으로 재배치하는 권력 배분에 지나지 않는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은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기구 설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동계급 대중에게는 이로울 것이 없는 유사 개혁이다.

정작 검찰 조직 개편 와중에 정작 진정 중요한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검찰 내에 웅크리고 있는 쿠데타 지지자들을 일소하는 것 말이다.

정부·여당이 ‘추석 전 검찰 해체’를 그토록 강조한 것은 쿠데타 세력 청산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오히려 반영하는 것이다. 그조차 1년 뒤에야 시행한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숱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조직으로서 검찰은 쿠데타 공범이다

검찰 내 쿠데타 세력 숙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검찰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임은정 서울 동부지검장의 “검찰 개혁 5적” 폭로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심우정이 지귀연과 함께 윤석열을 석방할 때, 또 김건희 주가조작이 무혐의 처리됐을 때는 가만히 있던 검사들이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발끈해서 언성을 높이는 꼴이 보기 역겹다.

검찰 내에서는 수뇌부부터 평검사까지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자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검찰 조직 자체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에 깊숙이 연루돼 있었다. 비상계엄 국무회의 직후, 전 법무부 장관 박성재와 당시 검찰총장 심우정은 한 시간 사이에 세 번이나 통화했다.

또, 방첩사 요원들은 “계엄 선포 후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게다가 검찰은 쿠데타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재판을 방해해 왔다. 자신들의 쿠데타 연루 사실을 감추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검찰의 내부에서 임은정 검사의 “5적” 비판을 두고 “근거 없는 허위”라느니, “지금 현직 검사 중 친윤 검사가 있기는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다니 실로 뻔뻔한 작태다.

앞으로도 검찰은 쿠데타 세력 척결 시도에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검찰 내에 있는 쿠데타 지지자들을 색출해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 자들은 반드시 반격을 도모할 것이다.

“검찰 5적”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검찰 숙정 과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며 매우 소심하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부터가 문제 투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출신자들에게 검찰 개혁을 맡기고 있고, 심지어 ‘친윤’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검찰 고위직에 앉혔다. 임은정 지검장도 이런 점들을 지적한 것이다.

민정수석 봉욱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 관련해 위증을 했고, 검찰 개혁 자체를 반대했던 자다. 게다가 사법 카르텔로 악명 높은 김앤장 출신이다.

법무부 차관 이진수는 지난 3월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석방을 찬성했던 자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진수가 “친윤 검사이자 윤석열·심우정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라고 지적했다.

정성호는 장관 후보자일 때부터 내란 단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의 입장을 알면서도 그를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다.

최근에는 이재명 정부 첫 민정수석인 오광수가 내란 특검 수사 대상자인 통일교 총재 한학자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가 비판을 받고 그만두는 일이 있었다.

오광수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전, 그가 특수통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비판과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임명을 단행했다. 그러다 엿새 만에 부동산 차명 의혹으로 사임했고, 사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내란 특검 수사 대상자를 변호하려 한 것이다.

그런 ‘인사 참사’들이 거듭된 이유는 이재명 정부가 전면적 숙정보다 ‘국정(국가의 일)의 연속성’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위안부’·강제동원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고 할 때도 국정의 연속성을 이유로 들었다.)

국정의 연속성과 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기존 국가 관료들을 기용하기 마련이다. 마치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도 친일 관료들과 경찰들이 중용된 것과 비슷하다.

또한 대대적 인사 교체나 숙정은 “정치 보복”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게 되고 국가 기구 내(또는 기구 간)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그런 일을 피하고자 전면적 숙정을 피하려 하는 듯하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 숙정을 회피하는 것은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쿠데타 세력 청산 과제를 회피할수록 쿠데타 세력의 기세는 점점 오를 것이다. 반면 (지지층의 사기 저하로) 쿠데타 세력 척결의 동력은 약화될 것이다.

반동 세력의 재기를 증오하는 사람들은 정부·여당과는 독립적으로, 그리고 투쟁을 통해 그들에 맞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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