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내란 청산’ 지지 여론이 여전함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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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21일 국회에서 공소청·중수청법이 통과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한 달 넘도록 이 문제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추미애·김용민 등 민주당 내 검찰 ‘개혁’ 강경파는 정부안이 여전히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재판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취소와 검찰 ‘개혁’ 유보를 거래하려 한다는 소문을 보도해, 친문·친명 갈등이 재현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검사의 지휘권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해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정청래 민주당 대표.)
친명 측 일각의 주장대로, 문제가 된 조항을 고집했던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라 검사 출신 청와대 인사들(봉욱 민정수석 등)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검찰들을 달래 포섭하려고 그런 조항을 용인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조처로 강경파 쪽으로 약간 균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 40퍼센트대였던 ‘검찰 개혁’ 찬성 여론이 지금은 60퍼센트 안팎으로 상당히 높아졌다.
아마도 검찰 조직에 대한 숙정과 권한 삭감이 ‘내란 청산’의 과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돼 있기 때문인 듯하다.
검찰은 민주주의 염원 대중에게 오랜 불신의 대상이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정적 제거용 무기로 노골적으로 사용했다. 윤석열의 황태자 소리를 듣던 검사 출신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을 지휘했고, 윤석열 치하 검찰은 이재명 죽이기, 간첩 사건 양산, 건설노조 탄압 등을 주도했고,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든 마약 사건으로 만들려고 해 유가족과 그 지지자들의 원한을 샀다.
결정적으로, 윤석열의 친위 군사 쿠데타 미수 직후, 내란죄 수사를 주도하며 오히려 증거 인멸할 시간을 벌어 주고, 당시 검찰총장 심우정은 윤석열의 재판을 맡은 판사 지귀연과 합을 맞춰 윤석열을 석방했다. 검찰이 친위 쿠데타의 방패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2025년 3월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 따르면, ‘검찰이 12·3 비상계엄(내란)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응답이 57.8퍼센트나 됐다. 2025년 실시된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검찰이 역대 최저점(3.06점)을 기록해 늘 최하위였던 국회보다도 낮아졌다.
그러나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받기는커녕 대대적인 숙정조차 겪지 않았다.
보완수사권
검찰개혁 법안 중 여권 내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문제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해서 아직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이 쟁점은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려 있고, 좌파 정당인 진보당과 정의당도 서로 입장이 다를 정도로 첨예하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단 공소청(검사)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진보당의 주장이, 검찰의 권한을 남겨 놓자는 정의당보다 ‘내란 청산’을 바라는 대중의 정서에는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검찰 개혁에 브레이크를 거는 입장을 종종 취해 왔는데, 노동계급 대중의 염원이나 행동보다는 자유민주주의 틀 내에서의 법률적 정합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 만일 판사가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수사관이 그것을 거부하기가 어렵다. 수사의 목적은 국가가 기소를 해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 불가분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검수완박을 해도 검찰이 경찰과 대등한 기관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그러니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조직을 쪼개 검찰2(공수처), 검찰3(공소청)을 만들어도 새로 생기는 기관의 검사들의 보완수사(요구)권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정의당, 여성단체들은 수사·기소 분리를 원칙적으로는 지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보완수사(요구)권을 남겨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독단으로 수사를 종결시키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고,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하면 보통 사람들 중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의 보완 수사에 사실상의 ‘재심’ 기능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지가 주장해 왔듯이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든,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든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관련기사: 본지 350호, ‘검찰 개혁은 신기루이고 사기극이다’)
진정한 문제는 국가 기관들 사이의 위계가 아니라 국가 자체의 계급적 성격과 억압 기구들의 계급적 편향성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대중에게는 그 위계 안에서 어느 기관을 편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과 경찰 모두 가진 자의 편에 서서 기성 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이다. 둘 모두 강제력을 이용해 대중이 질서를 준수하도록 강제한다.
1987년 이전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경찰이 검찰보다 권한이 더 컸지만(영화 〈1987〉에 이와 관련된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그렇다고 당시가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었던 것이 아니다.
또, 검찰의 수사 역량이 경찰보다 늘 나은 것도 아니다. 설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 수사력이 임금 체불 사건, 중대 산재 사건 등에서 사용자들을 향하는 수사에서는 거의 발휘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검찰, 경찰 등 국가의 억압 기구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강화하는 것이다.
1987년 이후 민주적 권리의 확대는 아래로부터의 투쟁, 특히 노동계급의 투쟁에 힘입은 것이다. 검찰과 경찰 중 두 억압기구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참심제나 배심제 등 재판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개혁일 것이다.
개헌론 꺼내든 이재명 정부 - 젯밥에 관심?
한편, 청와대는 공수청, 중수청 입법 직후 개헌도 거론했다.
부마항쟁과 5.18을 헌법 전문에 넣자는 취지는 지지할 만하다.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현행 헌법에도 좋게 해석할 만한 요소는 많다. 급진 자유주의자들 일부는 현행 헌법에 사회민주주의적 요소와 재벌 개혁 등에 필요한 요소들이 이미 있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한참 거리가 멀다. 이는 헌법이 현실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보여 준다. 윤석열의 ‘위헌적’ 쿠데타를 막은 것도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인정했듯이 계엄권 발동을 막겠다고 달려온 보통 사람들의 실천이었다. 헌법은 이런 계급세력 관계가 모순되게 반영된 결과물일 뿐이다.
과거 노무현이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꺼낸 상황이 연상된다. 당시는 노무현이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한 직후였다. 좌파뿐 아니라 총선에 열린우리당에 투표했던 청년 지지층 다수가 파병에 반대했기에 배신감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운은 그 불만을 다른 쟁점으로 덮고 달래고 포섭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당시 여권은 (다수당이었음에도) 결국 국가보안법은 단 한 조항도 고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금 개헌 운운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파병을 고민하고 있을 때 불거졌다. 파병 ‘이후’를 위한 포석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