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패배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책략으로 격화되는 호르무즈해협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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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의 교전이 격화된 이유는 단순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패배를 승리로 뒤집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2월 28일 이란을 함께 공격하자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설득에 응한 것은 그것이 식은 죽 먹기일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는 1월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벌인 무도한 기습을 이란을 상대로도 재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를 사로잡아 뉴욕의 감옥에 처넣었다. 마두로의 부통령이자 권한대행을 맡은 델시 로드리게스는 미국에 고분고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는?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왓츠앱 메신저로 로드리게스에게 지시를 줄줄이 내리는 “베네수엘라의 사실상 총독이 됐다. … 미국 재무부가 베네수엘라의 수출 수익 대부분을 수령하고 베네수엘라 은행 체계를 통해 베네수엘라로 배분해 준다. 용돈을 주는 부모와 자녀와 다름없는 관계다.”
트럼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최고위 장성들을 개전하자마자 몰살하면 이란을 손에 넣고 세계 에너지 유통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더한층 강화할 수 있으리라 낙관했다. 그러나 이란의 새 지도자들은 로드리게스처럼 꼬리를 내리기는커녕 자국의 막강한 정밀 타격 능력을 이용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불바다로 만들고 미국의 걸프 연안 우방국들의 경제 모델에 타격을 가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다. 그 해협을 다시 개방해 전 세계 경제에 대한 걸프 연안국들의 석유·가스 수출을 재개하는 것은 4월 8일 미국이 휴전에 응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뒤이어 6월 14일에는 향후 60일간 최종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트럼프는 양해각서 체결의 목표를 SNS에서 이렇게 밝혔다. “만국의 선박들이여, 엔진을 켜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 이 양해각서는 이란에 대한 양보 조항으로 가득했고,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벌여 온 “끝없는 전쟁”을 지지하는 네오콘들은 그런 양보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들은 트럼프가 양해각서를 준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목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재고를 보충하고 무엇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장악력을 약화시킬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양해각서 제5항은 다음과 같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상선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로, 또 그 반대 방향으로 안전하게 항행하게 할 방안을 최선을 다해 마련하고 향후 60일 동안만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그에 따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통제하게 됐다. 그러나 이미 5월부터 미 해군은 호르무즈해협 남쪽의 오만 해안을 따라 상선을 인도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이란은 상선들이 호르무즈해협 북쪽의 이란 해안을 따라 항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남측 항로를 오가는 배들을 공격함으로써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관철시키고 있다. 이것은 단지 양해각서와 부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면서 얻는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또, 이란은 신의 없는 트럼프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미국의 보복으로 상황은 양측이 서로의 기지를 타격하는 수준으로 격화됐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를 “쓰레기”라 부르며 이란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이전에 한 경제적 양보를 거둬들이겠다고 하는 등 험악한 말을 또다시 쏟아내고 있다. 아직까지 충돌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많은 논평가들은 십중팔구 이란은 트럼프가 또다시 먼저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재개되는 것을 감수할 형편이 못 된다. 하지만 이란 정권의 생존에 호르무즈해협 통제는 필수 요소가 됐다. 그 해협을 통제하는 덕에 이란은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앞으로 “불만족스런 대화가 가다서다 지리하게 이어지고, 간혹 충돌이 벌어지고, 누가 사태를 통제하는지 트럼프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이란이 트럼프가 매인 목줄을 주기적으로 잡아채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책략은 또 다른 처참한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