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우파의 압력에 굴복해 용혜인을 사퇴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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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말이 자진 사퇴이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측이 청와대와 조율 후 직접 사퇴를 촉구한 데 따른 반강제 사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국힘)과 우파의 반대 압력이 거세자 용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않았다.
용 의원도 그 점을 감추지 않았다.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 [사퇴가]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그리고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의 정신을 이어 나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9월 13일 사퇴 기자회견 중)
김민석과 용 의원 측 둘 다 장관 지명 2주 만에 사퇴한 이유로 장관과 의원직(비례대표) 겸직 문제를 들었지만, 핵심은 국힘 극우파 지도부를 위시한 우파들의 맹공세 때문이었다.
장관-의원직 겸직은 법으로도 보장된 사안이고 부패라고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나마 부패라고 들고 나온 것들은 악의적이고 근거도 부실한 의혹 제기들이었고 그 대부분은 기본소득당과 용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으로 거의 해명됐다.
정작 성평등가족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견과 실천을 공정하게 검증하는 일은 실종되다시피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 강신철 등 진짜 부패 비리 의혹이 제기된 다른 후보자들은 누구도 사퇴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고 있다.
결국 민주당이 우파의 전방위적 공세에 굴복해 용 의원을 ‘손절’한 것이 본질이다. 용 의원은 역대 민주당 정부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이 아닌, 민주당보다 왼쪽이라고 간주되는 정당 소속이 장관직에 지명된 사례였다.
그래서 우파의 용 의원 공격은 좌파 전체를 향한 공격이었다. 극우 정치인 장동혁 등이 색깔론을 펼치며 앞장섰고, 보수 언론들이 뒷받침했다. 용 의원이 과거에 조선공산당을 지지한 좌파 학생운동에 몸담았다고 공격한 것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준다.
분별 없는
최근 이재명 지지율은 모든 연령층에서 하락하고 좌우 모두에서 떨어지고 있다. 취임 후 1년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애초 이재명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염원, 즉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이 별로 진척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다.
왼쪽을 묶어 놓는 능력이 약해지면 여권에 영입된 보수파 인물이나 지지하던 중도보수층이 계속해서 이재명 정부를 지지할 이유도 줄어든다. 최근 국민통합위원장 이석연 등 이재명이 영입한 우익 인사들이 “철학이 다르다”며 정부를 떠났다.
국힘은 이런 틈을 타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부동산 문제 등으로 공세를 폈다.
이재명의 8·31 개각은 그에 대한 대응이었다. 핵심 부처인 경제와 국방 분야는 더 보수적으로, 단 한 곳 성평등가족부에 대해서만 청년 진보 정치인으로 교체했다. 정부 자체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우파의 공격 명분을 차단하고, 동시에 진보적 청년(특히 여성)층을 붙잡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각 발표는 우파에 자신감만 더 심어 줬다. 결국 유일하게 보수파가 아니었던 후보자가 가장 먼저 낙마했다. 극우의 사기는 더 올랐다. 그러니 용 의원 사퇴에 좌파 일각이 정의 구현이라는 듯 박수 치는 것은 분별없는 일이다.
우파는 용 의원 낙마로 향후 진보당 등 더 개혁적인 인물들의 정부 진입도 차단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볼 것이다. 이번에 우파는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는 우파 대오의 단결력과 힘을 시험하고, 좌파가 이재명에 미치는 압력은 약화시키려 했다.
민주당의 요구가 사퇴 계기였다는 용 의원의 사퇴의 변은 현재의 ‘반국힘 5당 연합’이 민주당이 설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동시에 그 가이드라인 안에서는 극우를 극복하기는커녕 제대로 맞설 수 없음도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