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사회주의, 미국 정치 논쟁의 장에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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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사회주의의 기회비용”이라는 제목의 72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첫 문장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사회주의가 미국 정치 담론에 돌아오고 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세세한 정책 제안은 의회와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백악관의 시각에서 볼 때 “사회주의를 자처하는 사람”의 주요 인물은 물론 버니 샌더스다.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특별한 위험이었다. 불만에 차서 공화당 지지로 기울고 있던 블루칼라 유권자들 다수에게 샌더스가 호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샌더스의 정책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단일 의료보험 체계 구축이었다. 이는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닮은 체계다.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같은 민주당 내 주류 인사들은 이 정책을 악의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민간 보험회사들이 득세하는 미국 의료 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뜻했다.
샌더스는 특별히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이다. 그래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영국 노동당과 비슷한 성향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오랫동안 득세했던 북유럽 사회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린다.
또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소련,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 쿠바 등 스탈린주의 국가도 표적으로 삼는다.
여기에는 두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 스탈린 치하 소련의 강제 공동농장화나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같은 커다란 참극을 연상시켜서 샌더스 같은 인물에 똥칠하는 것이다.
둘째, 자유시장 옹호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한 사회주의 비판을 반복하는 것이다. 즉, 계획경제는 시장보다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스탈린주의 정권들이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개념에 대한 철저한 곡해라는 분석을 무시한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노동자 계급의 자력 해방으로 봤다.
북유럽 국가들
진정한 사회주의는 마르크스가 “연합한 생산자들”이라고 말한 사람들에 의해 민주적이고 집단적으로 운영되는 자주관리 경제가 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계획은 스탈린 치하에서 구축된 중앙집권적 지령 체계 같은 것을 기초로 하지 않을 것이다. 생산자 집단들 사이의 민주적 조율과 협상을 기초로 할 것이다.
게다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쏜 총알의 상당수는 과녁을 한참 벗어나기도 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보고서는 현재의 중국을 다루지 않는다. 현재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세계시장에 긴밀히 연결된 매우 역동적인 국가자본주의 경제를 통솔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이 상상하는 순수한 시장경제가 전혀 아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북유럽 나라들보다 약 20퍼센트 높다는 등의 사실을 잔뜩 모아 놓았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 기대어 복지 수준을 측정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신용을 잃었다.
유엔개발계획은 인간개발지수(HDI)를 개발해 왔다. 인간개발지수는 국내총생산뿐 아니라 기대 수명과 교육 수준도 고려한다. 2018년 인간개발지수는 노르웨이가 1위, 스웨덴이 7위, 덴마크가 11위를 차지해, 13위인 미국을 모두 앞선다.
이 격차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발전한 복지국가들이 제공하는 의료와 교육의 효과를 반영한다. 이런 집단적 서비스는 개인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자유주의적인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렇게 말한다. “실질 국내총생산의 차이는 대체로 비용이 아니라 선택을 보여 준다.
“북유럽 노동자들은 ‘휴가가 없는’ 우리 나라[미국] 노동자들보다 휴가도, 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여가 시간도 훨씬 많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도 인정하듯이, 북유럽 사회는 자본주의와의 타협을 상징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그 타협은 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압박 하에서 모든 곳에서 붕괴돼 왔다.
자본주의에 맞서는 진정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